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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사설]시대착오적 ‘사랑의 매’ 진작 없앴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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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은 단순한 양육 대상이 아닌 행복을 누려야 하는 권리 주체다.’ 23일 정부가 발표한 ‘포용국가 아동정책’은 아동에 대한 인식의 대전환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아동을 대상이 아닌 주체로 바라보면서 인격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정책을 펴나가겠다는 ‘아동권리 선언’이다. 가정에서 보호하기 어려운 아동은 국가에서 보호·양육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하고 아동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아동의 권리를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또 아동이 행복할 수 있도록 건강권·놀이권을 확대해 가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올바른 인식이고 정책 방향이다.

정부 아동정책의 기본 방향은 국가 책임 확대다. 이를 위해 정부는 의료기관이 모든 신생아를 의무적으로 국가에 알리도록 하는 ‘출생통보제’를 도입하고, 아동학대 대응체계를 민간에서 지방자치단체로 이관하며, 아동의 창의성·사회성 개발을 위해 국가 차원에서 놀이혁신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눈에 띄는 것은 민법상 규정된 부모의 ‘체벌 권한’을 없애 아동의 권리를 강화하겠다는 대목이다. 민법 제915조는 ‘친권자가 자녀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해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는 부모가 아이를 폭행해도 처벌받지 않거나 받아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 하지만 앞으로는 자녀에게 폭력을 행사하면 처벌을 받는다.

부모의 자녀 체벌 금지는 ‘사랑의 매’라는 미명하에 자행되는 자녀 학대를 막기 위해서다. 2013년 1만3000건이던 아동학대 신고건수는 2017년 3만4000건으로 4년 사이에 3배 이상 늘었다. 이 가운데 부모에 의한 체벌의 비중은 여전히 높다. 스웨덴 등 세계 54개국은 아동에 대한 체벌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우리는 2010년 이후 몇몇 지자체에서 학생인권조례를 통해 학교 체벌을 금지하고 있으나 가정 내 체벌을 막는 방안은 여태 마련되지 않았다.

가정 내 체벌은 가부장적 유교사회의 인습이다. 자녀를 부모의 소유로 여기는 비뚤어진 사고도 한 요인이었다. 그러나 사회 민주화가 확산되고 인권의식이 높아지고 있는 지금 전근대적 체벌과 훈육은 시대착오적이다. ‘사랑의 매’란 없다. 자녀에게 트라우마만 남길 뿐이다. 100년 전 어린이운동을 펼친 방정환 선생은 ‘욕하지 말고, 때리지 말고, 부리지 말라’고 말했다. 민법 개정 못지않게 아동권에 대한 사회인식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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