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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여적]최종구와 이재웅의 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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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지난 22일 렌터카호출서비스 ‘타다’와 승차공유서비스 ‘쏘카’의 이재웅 대표를 “이기적이고 무례하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의 거듭된 정부 비판과 분신 택시운전사에 대한 거친 언사 때문으로 보인다. 최 위원장은 “일자리를 지키려는 택시업계에 최소한의 존중과 예의를 보여달라”며 “이 대표의 오만한 행동으로 인해 사회 전반의 혁신동력이 약해질까 우려된다”고 했다. 그는 23일에도 “혁신의 승자가 패자를 이끌어야 한다”며 “혁신의 ‘빛’ 반대편에 생긴 ‘그늘’을 함께 살펴야 혁신은 비로소 사회 전체의 번영으로 귀결된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금융 정책의 한 축을 책임진 사람이다. 그의 발언은 민간기업 최고경영자(CEO)에게는 압박으로 들릴 수 있다. 공개적인 자리에서 대놓고 한 말이라면 더욱 그렇다. 일리 있는 지적이지만 최 위원장 역시 선을 넘었다.

이에 대해 이 대표가 ‘출마하시려나’ 운운한 것도 좋게 비치지 않는다. 댓글로 그를 옹호한 ‘벤처 1세대’들도 마찬가지다. 특히 이 대표가 분신한 택시운전사를 지목해 “죽음을 이익을 위해 이용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글을 올린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죽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문으로 이해되지만 자신의 기업으로 인해 생존의 기로에서 죽음으로 항변한 시민에게 할 말이 아니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 지능형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이 사회와 경제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공유경제도 그중 하나다. 공유경제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2025년에 약 400조원, 승차공유 시장은 2021년에 83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공유경제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그렇다고 막무가내 밀어붙일 일은 아니다. 미국의 정치철학자 존 롤스는 “사회경제적 불평등은 최소 수혜자의 입장을 개선시키는 한도 내에서 정당화될 수 있다”고 했다. 이용자의 편익만을 추구, 시민의 삶과 공동체의 가치마저 무너뜨리면 사회는 반목과 갈등을 해결할 수 없게 된다. 싸움을 멈추고, 안타까운 죽음의 행렬을 막고, 공유경제도 살릴 수 있는 길을 고민해야 한다. 정부와 국회는 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안을 서둘러 시행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김종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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