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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이번엔 정상통화 유출까지… 도전받는 ‘강경화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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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된 '사소한' 실책에 이어 3급 기밀까지 유출

'구겨진 태극기' 이후 내부 단속 강화했으나 또 사고

강경화 리더십 도마에…구조적인 문제도 있어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리더십이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현직 외교관이 야당 의원에게 한·미 정상간 통화 내용을 유출하는 ‘대형사건’이 발생하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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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 2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 내외와 덴마크 프레데릭 크리스티안 왕세자 내외 환담에 앞서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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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딴 외교실책에 대형사고까지…강경화 장관에 쏠리는 눈

지난해 말부터 국가·지역명 오기(誤記)와 의전 실수 등으로 외교부 기강 해이와 강경화 장관의 조직 장악력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런 상황에서 3급 국가 기밀에 해당하는 한미 정상간 통화 내용이 외부로 유출되면서 장관 문책론까지 대두되고 있다.

물론 이들 사건 사이에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다. 외교부 SNS에 체코’를 ‘체코슬로바키아’로 잘못 표기한 것이나, 영문 보도자료에 라트비아·리투아니아·에스토니아 등 ‘발틱’ 국가를 ‘발칸’ 국가라고 잘못 기재한 것은 담당자의 단순 실수라는 게 외교부측 해명이었다. 차관급 회담인 한·스페인 전략대화에서 구겨진 태극기가 걸려있었던 것은 ‘잘 해보려던’ 담당 직원의 불찰과 현장에 있던 당국자들의 상황대응 능력 부족으로 빚어진 참사였다.

기존의 사례들이 사안의 경중을 떠나 단순 실수에서 비롯됐다면 한·미 정상간 통화 내용 유출 건은 실수로 치부할 수 없는 중차대한 사안이다. 정보 유출자로 지목된 주미대사관에 근무하는 K씨는 지난 3월에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실보좌관을 만나기 위해 접촉했다가 거절당한 사실도 강 의원에게 유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외교부 내부에서도 이번 사건을 매우 심각하게 보고 내부 조사를 진행하는 한편 대응방안 마련에도 골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윤제 주미한국대사와 강경화 장관도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피해 갈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구조적인 문제도 제기…보수세력의 공격·외교부 무력화

하지만 외교가 안팎에선 외교부의 이번 사건을 강경화 장관 리더십의 문제로 돌리기엔 구조적인 요인을 먼저 봐야 한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외교부 내 뿌리깊은 ‘자주파’와 ‘동맹파’, 정치적으로 보면 보수적 성향과 진보적 성향을 가진 세력간 갈등으로 볼 수 있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외교부 사안 관련 정보 유출 사건에서 용의선상에 ‘단골’로 이름을 올리는 북미라인은 외교부 내에서 대표적인 ‘동맹파’이자 실세로 꼽힌다. 대미 외교를 담당하는 북미국의 특성상 한미 동맹을 기반으로 한 외교정책을 강조하는 인사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보수 정권이 집권한 기간이 길었고, 외교부 내 기득권층이 동맹파인 만큼 진보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외교부내 양세력간 갈등이 밖으로 노출되는 것은 필연적이라는 시각도 있다.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그동안의 역사를 봐도 진보 성향의 정부가 정권을 잡으면 보수 세력의 견제와 방해가 있어왔다”며 “소위 자주파들이 득세하면서 동맹파들의 불만과 이를 견제하려는 알력 싸움이 겉으로 드러나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외교부 내부에서는 이번 정부 들어 청와대가 외교부에 힘을 실어주지 않으면서 간부들이 ‘개인 플레이’를 하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청와대로부터의 감찰이 일상화되고 주요 외교 사안을 국가안보실에서 주도하면서 외교부 역할이 축소되자 ‘다음’을 도모하며 각자도생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는 전언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외교·안보 부처 직원이라면 기본적으로 안보 사항에 대한 마인드(mind)가 당연히 있다. 다른 부처 공무원들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면서 “(정권교체시 승진 등을 염두에 둔) 개인의 일탈행위를 두고 장관의 리더십을 문제삼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고도 했다.

한편 외교부는 미국 현지에서 K씨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고 있으며, 사건의 경위와 관계 법령 위반 혐의 등에 대해서는 조사가 끝난 뒤에 밝힐 수 있을 것이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감찰 기간에 대해선 “신속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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