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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靑, 野의원 공개 한미정상 통화, "사실 아니다" 면서 "기밀유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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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청와대./조선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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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통화 내용을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이 공개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가 강 의원에게 양 정상의 통화 내용을 유출한 혐의로 주미 한국대사관 간부를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국당 등 야당에선 "국민의 알권리를 위한 의정활동을 막고 공무원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청와대가 애초 강 의원 기자회견 내용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며 전면 부인했던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이와 관련,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23일 오후 기자들과 만나 "대외 공개가 불가한 (3급) 기밀로 분류된 한·미 정상간 통화를 (강 의원에게) 유출한 것으로 확인했고, 유출한 본인도 누설을 시인했다"며 "(해당 외교관의) 인사 조치에 관해서는 조만간 외교부에서 감찰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 사안은 한·미 간의 신뢰를 깨는 문제가 될 수도 있고,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문제는 민감해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는 건 국민들도 다 아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알 권리와 공익 제보의 성격'이라는 (야당 입장) 뉴스를 지금 막 보고 왔다"면서 "공익 제보라는 것은 조직 내에서 저질러지는 부정과 비리를 외부에 알리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두 정상간 통화 내용은 부정과 비리가 있는 공익 제보에 해당하지 않고, 그 말은 성립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휴대폰 조사에 대해서는 대상자의 동의를 받고 이뤄지는 것이라 전혀 불법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애초 강 의원 기자회견 후 '사실과 다르다'라고 했다가 이제는 '기밀 누설'이라고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정상 간 말씀이 있었던 원본 내용을 공개하는 것 자체가 또 하나의 기밀 발설"이라며 "거기에 대해 더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강 의원의 주장이 사실무근이라고 한 청와대의 입장은 지금도 변함없나'라는 질문에는 "변함없다"고 했다. 강 의원 기자회견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면서 기밀유출이라고 하는 건 모순된 주장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주미대사관 공사참사관, 姜의원에 '文-트럼프 통화내용' 알려준 혐의로 조사

청와대는 최근 강 의원이 지난 9일 기자회견을 열어 한·미 당국 간 정상회담 조율 과정을 언급한 것과 관련해 외교부 직원들의 휴대전화 통화기록과 내용을 확인하는 보안 조사를 대대적으로 진행했다. 그 결과, 강 의원 기자회견 당일 그와 여러 차례 통화한 주미대사관 공사참사관 A씨를 유출 당사자로 특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외 공개가 불가한 (3급) 기밀로 분류된 한미 정상간 통화를 유출한 것으로 확인했고, 유출한 본인도 누설을 시인했다"면서 "(해당 외교관의) 인사 조치에 관해서는 조만간 외교부에서 감찰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했다.

A씨는 한·미 정상이 통화한 다음 날, 대사관에서 통화내용을 열람한 뒤 강 의원이 기자회견을 한 9일 새벽, 강 의원과 카카오톡으로 2차례 음성 통화를 했고, 회견을 마친 뒤 또 통화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한다. A씨는 지난 3월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나기 위해 접촉했던 사실도 강 의원에게 유출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청와대는 유출자로 지목된 외교관에 대해 징계는 물론 외교상 기밀누설 혐의로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상 간 통화 내용을 누설하는 것은 국익을 해하는 중대한 범죄행위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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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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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姜의원 공개한 '文-트럼프 통화내용' 뭐기에

강 의원은 지난 9일 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5월 말 방일 때 한국을 경유하는 방식의 방한을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강 의원은 "지난 7일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잠깐이라도 한국을 방문해달라'고 설득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방한한다면 일본 방문 뒤 미국에 돌아가는 길에 잠깐 들르는 방식이면 충분할 것 같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루히토(德仁) 일왕 즉위를 계기로 이달 25~28일 일본을 국빈 방문한다. 강 의원은 또 "볼턴 보좌관이 내달 단독 방한하겠다고 제안했는데, 우리 정부가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강 의원의 기자회견에 대해 당시 청와대 고민정 대변인은 "(강 의원이 주장한)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형식과 내용, 기간 등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확정된 바 없다"며 "무책임하며 외교 관례에 어긋나며 근거도 없는 주장에 책임져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처럼 강 의원의 브리핑을 '전면 부인'한 것과 달리, 정부는 물밑에선 '내부 정보 유출'에 무게를 두고 색출 작업을 진행했다.

그런 청와대는 이날 기자들에게 "기밀 유출을 확인했다"면서도 강 의원 기자회견 내용에 대해선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A씨가 강 의원에게 양 정상 통화 내용을 알린 게 사실이고, 그 내용이 기밀에 해당한다면 강 의원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은 사실에 부합한다고 보는 게 상식이다. 그런데 정작 청와대는 기밀 유출이 맞는다면서도 그 내용은 사실이 아니라고 한 것이어서 '말 못할 속사정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이와 관련, 한국당 측에선 강 의원이 공개한 두 정상 통화 내용이 현 정부 입장을 난처하게 하는 내용이어서 그런 것 아니냐고 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당 '청와대 특감반 진상조사단 회의'에서 "(강 의원의) 통화 내용 공개는 이 정권의 굴욕 외교와 국민 선동의 실체를 일깨워준 공익제보의 성격이 강하다"며 "이 정부가 구걸외교와 국민기만의 민낯이 들키자 공무원에게 책임은 씌우고 국민을 속인 부분은 유야무야하고 있다"고 했다.

강 의원의 지난 9일 브리핑은 △문 대통령이 대북 메시지 발신 차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요청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을 방문하고 돌아가는 길에 잠시 들르는 방식이면 충분하겠다고 답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앞에서 문 대통령을 함께 만나는 방안을 제안했다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를 야당에선 미·일 관계에 밀리는 한·미 관계의 현 주소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대북 전략에 있어서 굳건한 한·미 공조를 강조해온 문재인 정부에겐 뼈 아픈 지적일 수 있어 통화 내용 자체는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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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019년 4월 27일 오전 미국 버지니아주 스털링에 있는 트럼프 대통령 소유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함께 골프를 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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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밀 유출 vs 공익 제보' 논란

청와대의 정보 유출자 색출에 대해 한국당은 "공무원 재갈물리기"라고 반발했다. "청와대가 국민에게 대놓고 거짓말을 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만일 A씨가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의 통화 내용을 열람하고 강 의원에게 알려준 것이라면, 청와대가 강 의원 기자회견 내용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한 설명은 거짓말이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강 의원이 발표한대로 '일본 방문 뒤 미국에 돌아가는 길에 잠깐 들르는 방식'으로 오는 6월말 한국을 방문한다. 방한 시점만 문 대통령이 방한을 요청한 '5월말 나루히토 일왕 즉위식 이후'에서 '6월말 G20 회의 이후'로 바뀌었을 뿐이다.

그런데 청와대는 강 의원 기자회견 직후 "사실과 다르다"며 "외교 관례에 어긋나는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내부 조사로 정보 유출자를 색출해낸 뒤엔, '기밀 유출'로 대응 전략을 선회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강 의원 회견 내용의 사실 여부에 대해선 "정상 간 말씀이 있었던 원본 내용을 공개하는 것 자체가 또 하나의 기밀 발설"이라며 "거기에 대해 더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정상 통화 내용에 대한 폭로의 진위 여부는 따지지 않고 기밀 유출로만 대응하겠단 청와대의 기조가 읽힌다. 한국당에선 김태우 청와대 특감반 검찰수사관과 신재민 전 기재무 사무관이 정부의 비위를 폭로했을 때처럼 정부가 '메시지'가 아닌 '메신저'를 공격하려는 것 아니냐고 보고 있다.

정부가 이번 사안을 '기밀 유출'로 대응한 데 대해 강효상 의원은 "국민의 알권리"를 위한 "정당한 의정활동"이라는 입장이다. 강 의원은 특히 "정부의 무능을 비판해온 본 의원에 대한 보복"이라면서 "의정활동을 방해하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로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했다.

그는 "북핵 위기 가운데 (정상간 통화 내용에서 거론된) 미국 대통령의 방한 문제는 국민적 관심사"라며 "(이러한 것을 파악하는 것은)모든 정보를 숨기는 정부를 견제하기 위한 야당 의원의 의정활동 가운데 주요 사항"이라고 했다. 이어 "청와대 대변인이 이번 사건과 관련해 사실무근이라고 책임지라고 겁박했지만, 지금은 기밀누설을 운운하고 있으니 어이가 없다"며 "청와대가 국민을 속이려고 거짓 브리핑을 했다고 자인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청와대의 공무원 감찰은 흔들리고 있는 공직사회에 대해서 겁박하고 공무원과 야당 입에 재갈을 물리는 것"이라고 했다.

야당 의원의 기자회견을 두고 그 내용이 아닌 정보의 출처를 문제 삼는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가 이석수 특별감찰관과 한 신문기자와의 통화를 기밀 유출로 문제 삼았던 적이 있다. 당시 청와대는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수사의뢰에 대한 청와대의 입장' 발표를 통해 "특별감찰관이 감찰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감찰내용을 특정언론에 유출하고 서로 의견을 교환한 것은 특별감찰관의 본분을 저버린 중대한 위법이고 묵과할 수 없는 사항"이라며 "국기(國基)를 흔드는 이런 일이 반복돼선 안되기 때문에 어떤 감찰내용이 특정언론에 왜 어떻게 유출됐는지 밝혀져야 한다"고 했다. 이에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은 대변인 논평을 통해 "문제의 본질은 명백히 우 수석이다. 그런데 특감을 문제 삼는 보도가 터져 나오고 있다. 어찌된 일인지 모르겠다. 적반하장"이라고 비판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사건은 (공무원의) 죄의 성립 여부를 떠나, 청와대가 거짓말을 했다는 것을 가장 먼저 봐야 한다"고 말했다.

◇靑의 "마구잡이 휴대폰 조사" 방식도 논란

보안 조사를 명분으로 공무원의 개인 휴대폰을 조사하는 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도 나왔다. 나 원내대표는 "미국에선 휴대폰을 '개인 블랙박스'라며 휴대폰 조사에 있어서 엄격성을 강조한다"며 "(정부는) 당사자의 동의를 받은 임의제출이라고 하지만, 이는 의미없는 형식적 절차에 불과하다"고 했다. "강요된 동의에 의한 강제 제출이며, 헌법이 명시한 영장주의를 무력화하는 불법 감찰이자 직권남용"이라는 것이다.

같은 당의 최교일 의원은 "지난해 12월 31일 국회운영위에서 조국 민정수석에게 (공무원)휴대폰을 몇 개 빼앗았냐고 반복해서 묻자 정확한 갯수는 모르지만 임의제출을 받았다고 답변했다"며 "이는 청와대가 공무원의 휴대폰을 빼앗아서 내용을 보는 조사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며, 이는 헌법의 기본정신에도 위배되고, 개인의 양심의 자유에도 침해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휴대폰 조사에 대해서는 대상자의 동의를 받고 이뤄지는 것이라 전혀 불법이 없다"고 했다. 또 공익제보란 야당 주장에 대해 "공익 제보라는 것은 조직 내에서 저질러지는 부정과 비리를 외부에 알리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두 정상간 통화 내용이 부정과 비리가 있는 공익 제보에 해당하지 않고, 그 말은 성립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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