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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김창익 칼럼] 이재웅에 대한 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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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인의 이기심은 선이다...이타심은 정부의 몫

아주경제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이재웅 쏘카 대표를 향해 “이기적이고 무례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최 위원장은 지난 22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청년 맞춤형 전·월세 대출 협약식’ 직후 기자들과 만나 “혁신사업자가 택시사업자에게 거친 언사를 하는 것은 너무 이기적이고 무례한 언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가상의 재판이라고 하자. 최종구 위원장이 원고, 이재웅 대표가 피고가 된다. 피고인 이 대표가 유죄가 되려면 ‘이기적이고 무례하다’란 최 위원장의 주장이 일단 진실이어야 한다. 그리고 두 가지가 죄에 부합해야 한다. 죄형은 법으로 정하는 것이나 가상의 재판이니 사회 통념에 비춰 판단해 보자.

앞서 지난 17일 이재웅 대표는 페이스북에 “죽음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죽음을 정치화하고 죽음을 이익을 위해 이용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택시업계를 비판했다. 지난달엔 “부총리 본인 의지만 있다면 혁신성장을 더 이끌 수 있을 텐데 지금 이렇게 혁신 성장이 더딘 것은 부총리 본인 의지가 없어서일까요”라며 “대통령은 의지가 있으시던데”라고 했다.

최 위원장이 이 대표를 이기적이라고 한 것은 타다란 승차공유서비스를 제공하는 혁신사업가로서 기존 사업자인 택시업계에 대해 그렇다는 것이다. 무례하다는 건 단어의 의미를 생각하면 부총리에 대한 언사를 겨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재웅 쏘카 대표는 이기적인가.

이 건 상당히 간단한 문제다. 이재웅 대표는 이기적이다. 정확히 말하면 기업가로서 이 대표는 이기적이어야 한다. 철저하게 이기적인 게 기업가 이 대표의 권리이고 의무다.

사회규범은 불가능한 전제 위에 쌓여진 성이다. 그 것은 인간은 합리적 존재란 거짓을 진실로 받아들일 때 비로소 존재한다. 인간은 때론 합리적이고 때론 비합리적인 불완전한 존재라는 데 토를 다는 이는 없을 것이다. 한 인간이 지속적으로 합리적이라거나 모든 인간이 합리적이라고 전제하는 건 실제 세계에선 불가능하다. 하지만 사회규범은 엄연히 이같은 전제 위에서 존재한다. 이 것을 부정하면 사회규범은 거대한 모래성이다. 그 것은 인간이 합리적이라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이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인간이 합리적이란 가정 하에 사회규범은 각각의 주체들에게 그에 걸맞는 의무를 부여했다. 각자 의무에 충실한게 사회가 지속되고 발전하는 원동력이라는 데 모든 주체가 합의했다. 넓게 보면 이른바 사회계약론이다. 기업은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고, 개인은 효용 극대화를 겨냥하며, 국가는 사회의 총효용을 극대화하는 게 각각에게 주어진 권리이자 의무이며 이는 일종의 계약관계다. 기업과 개인은 권리에 국가는 의무에 방점이 찍혔다. 경제적 관점에서 그렇다.

기업과 개인, 특히 기업은 철저하게 이기적이어야 한다. 각각의 주체가 그렇게 할 때 사회적 총효용은 증가한다. 문제는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경우다. 한 기업의 이윤추구가 다른 기업 또는 개인의 이윤이나 효용을 감소시키는 경우다. 쏘카와 택시업계의 충돌이 대표적이다. 이 대표 의무는 쏘카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택시업계는 이로 인해 자신들의 이윤이 줄어든다고 주장한다.

이를 조종하는 것은 정부의 의무다. 사회의 총요용을 극대화 하는 균형점은 쏘카의 영업을 금하거나, 택시업계의 주장을 무시하거나, 혹은 그 중간의 어딘가에 존재한다. 혁신사업과 전통사업이 충돌할 때 경험적으로 사회적 이익을 최대화 하는 균형점은 혁신사업의 이윤이 극대화 되는 쪽에 가깝다. 산업혁명 당시 마차와 자동차의 충돌이 그랬다. 정부의 역할은 혁신사업의 영업권을 최대한 보장하고, 기존산업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을 만드는 것이다. 이에 필요한 사회적 합의를 최대한 빨리 끌어내는 것도 정부의 역할이다. 민간 당사자가 정부의 역할에 협조할 수는 있으나 그 책임은 분명히 정부에 있다.

최 위원장이 말한대로 이 대표가 이기적이란 것은 진실이다. 하지만 그 것은 이 대표가 본분에 충실했다는 것으로 죄라고 할 수 없다. 이 대표에게 이타심을 요구하는 것은 정부 관료가 자신의 책무를 기업가에게 떠넘기는 것이 된다.

기업가의 이타심은 이기심의 다른 얼굴이다. SK가 최근 사회적가치(SV)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건 이타적이어서가 아니다. 그 것이 SK의 이익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최태원 회장도 SV에 방점을 찍는 이유를 “착한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어서”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의 부총리에 대한 비판은 무례한가? 그 것은 우리사회가 비판에 대해 얼마나 열려있는 가에 판단이 좌우된다.

무례한 것이라면 그 근거는 무엇인가. 민간 기업가는 관료를 비판하면 안되는 것인가. 아니면 부총리가 이 대표보다 연장자여서 그렇다는 말인가. 기업인이 관료를 비판하는 게 무례라는 것은 그 근거를 찾기 힘들다. 공자도 세 살짜리에게도 배울 게 있으면 배우라고 했다. 연장자를 비판하는 것 자체가 장유유서 등의 예법에 어긋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 대표가 사용한 어휘 등을 감안하면 그 방식이 다소 감정적이라고 볼 수는 있다. 이 대표의 비판이 무례하다면, 최 위원장의 이 대표에 대한 비판은 예법에 부합하는가. 부합한다면 왜인가. 관이 민을 비판해서인가. 인·허가권자인 관이 민을 비판하는 것은 의도와 상관없이 비판을 받는 쪽에선 경고나 위압으로 느낄 수 있다. 반대의 경우보다 더 무례에 가깝다.

이와 관련 한글과컴퓨터를 창업했던 이찬진 포티스 대표는 이재웅 대표가 올린 페이스북 글에 “부총리를 비판하면 상당이 무례하고 이기적인 사람이 되는 거군요”라고 댓글을 달았다.
김창익 사회부 부장 window@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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