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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명의에게 묻다] 통증은 없는데 소변에 피가…"방광암 검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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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방광암 땐 '절박뇨·빈뇨' 증상도…대표 원인은 '흡연'

담배 끊고, 평소 수분·비타민 섭취하면 예방에 도움

(서울=연합뉴스) 구자현 서울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김길원 기자 = '오줌보'로도 불리는 방광은 소변의 저장과 배출을 담당하는 근육기관이다. 빈 주머니 같은 형태로 아래로는 요도, 위로는 요관과 이어진다. 통상 성인이라면 방광에 소변을 400∼500㏄ 정도 담아둘 수 있다.

이런 방광에 생기는 악성 종양이 방광암이다. 방광암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비뇨기계 암으로, 한국인 남성 암 중에서는 8번째로 발생빈도가 높다.

방광암은 주로 60대 이후 노년기에 발생하는데, 주 증상은 통증이 없으면서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 것이다. 따라서 60세 이상이면서, 없던 혈뇨가 갑자기 생겼다면 일단 방광암을 의심해봐야 한다.

다만, 발병 초기에는 맨눈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 미세혈뇨를 동반하는 경우가 있는 만큼 혈뇨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소변검사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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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광암의 주범 흡연
[서울대병원 제공]



방광암이 주변 조직에 괴사를 일으키거나 결석을 동반하고, 상피내암(조기암)일 경우에는 소변을 잘 참지 못하는 절박뇨, 배뇨 시 통증, 소변을 자주 보는 빈뇨 등 증상을 보일 수도 있다.

또한 방광암으로 소변 길이 막히는 요관폐색이 발생하면 옆구리 쪽 통증과 다리에 부종이 나타나기도 한다. 여기서 더 진행되면 골반에서 덩어리가 만져지는 경우도 있다.

흡연은 방광암의 가장 큰 원인으로 여겨진다. 평생 흡연량은 방광암 위험성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

유전적 요인과 직업적 특성도 연관성이 있다. 실제로 화학품, 염료, 직물 공장 등에서 오래 일한 근로자들이 방광암 위험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이밖에 비만, 커피, 진통제, 인공감미료, 감염, 결석, 방사선, 항암제 등도 원인으로 추정되기도 한다.

따라서 방광암 검사를 위해서는 흡연, 직업, 약물 등 위험 요인에 노출됐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만약 혈뇨를 주증상으로 병원을 찾은 경우에는 손가락을 이용한 직장수지검사를 먼저 시행한다. 하지만, 방광암 대부분이 방광 점막에 '물집' 정도로 나타나는 표재성이어서 수지검사만으로는 진단에 어려움이 있다.

다른 초기 검사로는 소변에 암세포가 섞여 있는지를 알아보는 '요세포 검사'가 있는데, 주변 조직을 손상하지 않는 비침습적 검사고 가격도 저렴하지만, 정확도가 떨어지는 게 흠이다.

이런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소변으로 암세포 존재를 찾는 '종양 표지자' 검사를 시행하고 있지만, 이마저 아직 표준 검사법으로는 확립되지 않았다.

방광암 검진에서 가장 중요한 검사는 요도를 통해 방광경(내시경)을 넣어 방광 내부 전체와 전립선, 요도 등을 눈으로 직접 관찰하는 방식이다. 다만 이 검사법도 초기에는 이상 징후가 발견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최근에는 형광물질을 이용한 방광경 검사가 활용된다.

방광암이 진단된 후에는 방사선 검사로 암의 진행 정도를 판단한다. 또 방사선에 잘 보이게 하는 조영제를 넣어 암 부위를 식별하는 '배설성 요로조영술'도 진단에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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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설성 요로조영술에서 진단된 방광암
[서울대병원 제공=연합뉴스]



신장 기능이 좋지 않거나 조영제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에는 초음파검사를 한다. 컴퓨터단층촬영(CT)은 방광암의 진행 단계를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검사로, 방광암이 인접한 조직이나 세포에 침입하는 정도와 다른 장기로의 전이 여부를 평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전체 방광암의 70∼80%는 표재성 방광암으로, 치료법은 요도로 내시경을 넣어 암 조직을 제거하는 '경요도 절제술'이 기본이다. 절제술 후 조직학적 징후나 종양의 개수, 크기, 재발 기간 등을 고려해 결핵 예방에 쓰이는 '약독화(弱毒化) BCG 백신'이나 항암제 등을 주입한다.

하지만 표재성 방광암이라도 내시경으로 완전 절제가 불가능하거나, 보존적인 치료에 반응하지 않으면 방광 자체를 들어내는 적출술을 고려해야 한다. 이 경우 재발이 흔한 만큼 주기적인 추적 검사는 필수다.

암이 점막 속으로 파고드는 '침윤성 방광암'인 경우에는 처음부터 적출술을 고려한다. 이렇게 방광을 적출하면 인공 방광을 만들어 소변을 배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과거에는 방광 적출 후 소변 주머니를 차는 요루 조형술을 많이 시행했지만, 최근에는 소장을 이용해 새롭게 방광을 만들어주는 인공방광 조형술이 널리 시행되는 추세다.

소장을 이용한 인공방광은 가벼운 등산이나 성생활도 가능할 만큼 일상생활에 거의 지장이 없는 게 장점이다. 또 미관상으로나 기능 면에서도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그러나 방광 적출술은 시행 후 사망률이 높은 편이어서 환자 상태를 충분히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 침윤성 방광암일지라도 방광을 보존하기 위해 부분방광절제술, 방사선, 항암 치료 등을 병행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방광암을 예방하려면 무엇보다 금연이 필수적이다. 충분한 수분 섭취도 방광암 발생을 억제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비타민A와 그 전구물질인 베타카로틴은 방광암 예방 효과가 입증됐다. 비타민C도 실험적으로는 예방 효과가 알려졌지만,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에서는 아직 효과가 증명되지 않았다. 논란은 있지만, 단일 비타민보다는 종합 비타민제가 방광암 발생을 낮추는데 유효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밖에 콩 대사물의 방광암 억제 효과도 동물실험에서 입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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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현 서울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서울대병원 제공]



◇ 구자현 교수는 방광암 치료 분야의 권위자다. 2007년부터 서울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미국 베일러대학에서 방광암을 전문으로 연수했다. 지금까지 SCI급 학술지에 논문 300여편을 발표했고, 3편의 방광암 관련 국제 의학교과서를 저술했다. 로봇방광적출술 및 인공방광조형술 외에도 면역치료와 표적치료 등의 임상과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bi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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