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CEO 인사이트] 재슬러브 사장의 강한 콘텐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월스트리트저널이 최근 S&P500기업 최고경영자들의 지난해 연봉 순위를 보도했다. 1등은 디스커버리커뮤니케이션스의 데이비드 재슬러브 사장이다. 스톡옵션과 보너스를 합쳐 1억2940만달러. 우리 돈으로 약 1500억원에 달한다. 물론 1억달러 이상이 스톡옵션이라 허수가 있다. 그는 예전에도 스톡옵션을 받았다가 날린 적이 있다. 하지만 재슬러브 사장은 2007년 취임한 이후 매년 고액의 보수를 받고 있다.

케이블TV 시청자가 급감하고 있는 탓에 디스커버리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다른 채널에 비해서는 선방하는 편이다. 그 중심엔 강력한 콘텐츠를 무기로 성장 전략을 펼치는 재슬러브 사장이 있다. 그는 작년에도 굵직한 업적을 쌓았다. 2017년 인수한 스크립스 네트웍스를 통합해 시너지를 창출하는 데 기여했고, 미국 외 지역의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중계권을 확보했다. 스크립스를 통해 여행과 음식 콘텐츠를 강화하고 PGA 중계로 전 세계 골프 시청자들이 디스커버리 채널 앞으로 모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강한 콘텐츠에 대한 그의 집착은 전 직장인 NBC유니버설에 근무할 때부터 나타났다. 그는 CNBC와 MSNBC를 출범시켰고, 다른 기업들과 제휴를 통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데 뛰어난 수완을 발휘했다. 디스커버리를 맡은 뒤엔 2008년 증시 상장을 시작으로 외형을 키우는 데 주력하며 생활·문화에서 자동차, 여행, 스포츠 등으로 콘텐츠를 확장해 나갔다.

그의 지론을 보면 콘텐츠 욕심이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다. "사람들은 통상 6~10개 채널을 시청한다. 이 중 하나로 선택되려면 사람들이 한두 번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볼 수 있는 강한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시청자가 '내 채널'이라는 생각을 갖게 해야 한다." 재슬러브 사장은 지난 14일 올 1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디스커버리 콘텐츠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했다. 넷플릭스 도전에 대한 애널리스트 질문에 대답하면서다. "우리 영역엔 아무도 들어오지 못한다. 넷플릭스가 음식과 집 분야에서 멋진 쇼를 할 수 있지만 우리와 같을 수는 없다. 우린 독보적인 전문성이 있으며 그 길을 고수할 것이다." 디스커버리가 보유한 콘텐츠를 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무서운 속도로 영토를 넓히고 있는 넷플릭스와의 진검승부는 지금부터일지 모른다.

[장박원 논설위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