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로의 제어봉은 핵분열 반응 속도를 조절하는 안전장치로, 자동차의 브레이크에 해당한다. 핵연료 속 중성자를 흡수해 핵반응의 폭주를 막는다. 이처럼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만큼 제어봉 조작 미스는 대형사고로 이어지곤 했다. 1986년 4월26일 발생한 체르노빌 원전 폭발사고가 대표적이다. 원자로 정지 때 냉각펌프에 전력이 제때 공급되는지를 실험하기 위해 제어봉을 과도하게 빼냈다가 원자로 출력이 폭증하면서 발생했다.
그런데 일본에서 빈발한 제어봉 탈락사고는 비등수형 원자로(BWR)의 구조적 결함과 관련이 크다. 가압수형 원자로(PWR)와 달리 비등수형은 제어봉을 아래에서 위로 삽입해야 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중력을 거슬러 제어봉을 삽입해야 하니 복잡한 장치가 필요하고, 미묘한 조건변화가 발생하면 빠져버리는 것이다. 한국의 원전은 제어봉을 위에서 꽂는 가압수형이어서 이런 염려는 덜하다. 하지만 지난 2월20일 고리 4호기의 제어봉 1개가 고장났고, 2014년 2월에는 한울 원전 5호기 제어봉 제어카드가 고장나 원전이 멈추는 등 국내 원전사고에서도 제어봉이 단골로 등장한다.
지난 10일 한빛 원전 1호기 사고도 제어봉의 제어능력을 측정하다 발생했다. 당시 무면허 직원이 제어봉을 조작하다 사고를 키운 사실도 드러났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원자로조종감독자 면허 소지자가 지시·감독하는 경우 면허를 소지하지 않은 사람도 원자로를 운전할 수 있다”고 했다. 사고를 내고도 ‘무면허 운전’을 감싸려는 태도가 당혹스럽다. 대형사고는 예외없이 인재(人災)였다.
서의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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