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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fn논단] 경제의 기초체력은 노동생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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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한국도 경기악화를 계기로 생산성 향상 과제가 부각됐다. 2년 전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인구 감소에 대비하고, 잠재성장률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노동생산성 향상을 통화완화 못지않은 정책과제로 내걸었다.

이냐치오 비스코 이탈리아중앙은행 총재도 이탈리아 경제를 20년 이상 짓누르는 것은 열악한 생산성이라고 했다. 스탠리 피셔 전 연준 부의장은 노동생산성이 연평균 2%씩 증가하면 손자세대의 평균 삶의 수준은 지금보다 2배 증가한다고 봤다. 만약 연평균 1%씩 증가해 삶의 수준을 두 배로 높이려면 두 세대가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 경기에 거시정책으로 집중 대응했지만 뚜렷한 성과는 없다. 정부지출을 담을 승수효과 높은 그릇도 많지 않고, 낮은 금리를 활용할 국내 투자도 활발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재정지출이 집중된 분기 외에는 1%대 성장실적을 찾기 어렵다. 오히려 최저임금 등 정부의 잦은 시장개입은 고용사정을 불안케 하고 민간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린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이 튼튼함에 거는 기대가 있다. 기초체력의 개념은 모호하다. 외환위기 경험 때문에 외환보유액 등 대외지불능력, 건전한 재정이나 경상수지 흑자 등 정책여력을 지칭하거나 또는 경제의 잠재력을 나타내는 잠재성장률을 뜻한다. 하지만 대외지불능력을 제외하고는 모두 약화됐다.

기초체력은 미시지표에 근거해야 한다. 20년 전 외환위기 이전에 거시지표의 양호함에 도취돼 미시지표 쇠락을 방치해 위기를 겪었다. 기초체력 강화를 위해 풀어야 할 근본 과제는 총요소생산성 개선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은 그의 저서 '기대 감소의 시대(1994)'에서 생산성이 전부는 아니지만 장기적으론 모든 것이며, 한 나라 삶의 수준을 높이는 것은 거의 전적으로 근로자당 산출물 향상역량에 달렸다고 했다. 즉 노동생산성은 경제성장이나 삶의 수준 향상 속도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인 것이다.

우리나라 노동생산성은 하락세다. 전산업 노동생산성(실질총부가가치/근로시간) 증가율은 2001~2007년에는 연평균 4.2%였는데 2011~2015년에는 2.1%로 크게 둔화됐다고 한국은행은 분석했다. 노동생산성은 OECD 평균보다 낮아 하위그룹에 위치한다. 여기에 다양한 요인이 엮여있다. 기업 전반적으로 생산 과정에서 혁신이 저하됐고, 구조조정 지체로 한계기업 퇴출도 원활치 못해 자원배분의 효율성이 약화되고 활용도도 낮아진 탓이다. 각종 규제로 생산성 높은 혁신기업 출현이 지체된 것도 영향을 끼쳤다.

노동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노동생산성 개선을 위해서는 직업교육을 강화하며 규제를 완화하고 구조조정을 촉진해야 한다. 투자 촉진을 위한 정책환경의 불확실성도 걷어내야 한다. 민간이 성장친화적 혁신역량 향상에 집중하게 해야 한다.

투자도 물적 자본에 치우쳐서는 안 된다.

특히 인간자본투자는 근로의 질을 결정하고, 지식자본투자는 생산기술 발전과 생산과정 혁신을 위해 필요하다. 투자환경 조성이 노동생산성 향상과 직결된다.

정순원 前 금융통화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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