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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진성오의 심리카페] 20분의 심리 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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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죽음을 생각하는 그 순간까지 근심과 걱정을 한다. 본능적으로 우리는 살기 위해 구조화되어 있다. 우리의 자아나 의식은 삶이 고통스럽고 싫던 좋던 생존하도록 세팅되어 있다. 임상 장면에서는 특히 이러한 생존 욕구가 너무 강한 분들이 오히려 자신이 원하지도 않는데 삶에 대해 과도하게 걱정과 근심 때문에 찾아온다. 살고 싶은 본능이 너무 강해서 오히려 살기 힘들게 되는 것이다.

최근 뇌 과학에서 이런 모순된 인간의 불안과 공포에 대한 이유를 찾아냈다. 우리의 불안과 공포를 야기하는 편도체라는 뇌 기관이 있다. 이 기관은 희로애락 등의 감정을 다루는 변연계라는 집단적인 뇌 영역의 한 해부학적 구성요소다.

편도체의 역할 중에는 주변에서 벌어지는 사건이 예상한 것과 같은지 다른지 계속 확인하는 기능이 있다고 한다. 만일 예측과 다른 일이 벌어지게 되면 이 편도체는 바로 위로 판단기능을 하는 뇌기관인 전두엽에게 정보를 보내 지금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확인하게 하고 아래로는 교감신경을 흥분시켜 도망가거나 싸우던가 하는 신체적 준비를 시키는 알람을 울린다고 한다. 전두엽에서 상황 판단을 하고 아무 일이 아니라는 억제 정보가 오면 이 알람은 종료가 된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타고 나기를 이러한 알람이 너무 쉽게 켜지고 또 너무 오래 유지되는 경향이 있기도 하며 또 안타깝게 예측이 빗나가 나쁜 경험을 한 사람의 편도체는 더 쉽게 흥분하고 계속 긴장 상태를 유지하여 비슷한 사건에서도 바로 반응을 보이고, 도망가던 싸우던 신체적 전쟁 준비 상태를 지속적으로 만들게 한다. 이러한 상태가 우리에게는 불안, 공포, 스트레스 상황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러한 상태를 평온하고 안정된 상태로 만들 수 있을까?

그 답은 등잔 밑에 있다. 편도체가 나쁜 기억, 스트레스 혹은 외상이라고 불리는 경험이 끝났음에도 왜 계속 긴장하고 예민해지는지에 대한 원인이 사실 실마리이다. 독자들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할 테니 따라 보기 바란다. 눈을 감고 한번 '레몬'을 떠올려 보라. 대부분의 독자들은 바로 입에서 침이 고이는 경험을 할 것이다. 물론 평생 레몬을 구경도 못해본 분들에게는 나타날 수 없는 반응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 번은 레몬 맛을 봤을 것이다.

침이 고인 독자들은 어떤가? 편도체가 왜 사건이 끝난 후에도 계속 긴장하는 알람을 끄지 않는지 알겠는가? 그렇다. 바로 내적인 이미지가 지속되는 한 계속적으로 우리 신체는 불안감과 연관된 상태에 빠져있게 되고, 현재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 대해 반응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정확하게 공포증, 사회불안, 예민감을 유지하는 사람들은 일어났던 나쁜 기억 혹은 일어나지 않은 나쁜 상상을 의식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되풀이해서 마음속에 그림을 그리고 그렇게 그려진 이미지들은 바로 신체의 감각을 활성화 시켜 일종의 최면 상태에 빠지게 하는 것이다.

자, 혹시 불안함, 걱정을 가지고 있는 독자들은 딱 20분만 필자가 말하는 것을 해보라. 눈을 감고 8번 심호흡을 한다. 그리고 마음속에 걱정되는 장면을 하나 떠올린다. 그 장면을 아주 생생하게 경험하는 것이다. 직접 몸으로 경험하는 듯이 경험한다. 아마 벌써 몸은 긴장되고 기분은 불안해지고 불쾌해 질 것이다. 그럼 더 좋다. 그렇게 떠올린 다면 마음속으로 하나, 둘, 셋을 외치면서 박수를 치고 그 장면을 마치 유체이탈 한 상태에서 바라보듯이 머리 위에서 바라보라. 자신의 모습이 보이는가? 그 모습을 바라보라. 마치 남의 일인 듯 할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머리를 바라보면서 위로 올라가보라. 밑을 보면 자신의 머리와 장면이 조감도처럼 보일 것이고 건물을 뚫고 나와 비행기 높이에서 밑을 바라보라 더, 더 위로 올라가는 상상을 해보라 그리고 달 정도 거리에서 한반도를 바라보라. 저 밑에 본인이 있을 것이다.

다시 한 번 깊이 심호흡을 하고 천천히 눈을 떠보라. 어떤가? 뭔가 편안해지는 느낌이 들지 않는가? 한 번에 되지 않는다면 20분이라도 반복해서 해보기를 권한다. 우리의 뇌는 없는 일을 상상해 고통 받는 것처럼 없던 좋은 일로도 행복해 질 수 있다.

윤휘종 기자 yhj@metr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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