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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제왕절개 하자마자 감자퓨레 먹기… 브라질은 좀 달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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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황혜리] 브라질에서 아이를 낳을 때 나는 자연분만하고 싶었다. 자연분만하면 아이와 산모 모두에게 좋은 점이 많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출산 당일, 아무리 진통을 해도 자궁 구가 3cm 이상 열리지 않았고 설상가상으로 태아의 머리가 살짝 들려 있어 아이가 나올 때 위험하다고 했다. 그래서 제왕절개로 아이를 낳았다.

그렇지만 제왕절개는 정말 하고 싶지 않았다. 산모 회복도 느리고, 출산 후 고통도 심하고, 밥과 물도 바로 먹을 수 없다는 한국의 수많은 제왕절개 후기를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브라질에서 제왕절개로 아이를 낳은 뒤 한국의 제왕절개와 브라질 제왕절개가 조금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다. 오늘은 한국과 브라질의 제왕절개를 비교해보고자 한다.

우선 나는 저녁 6시 30분에 아이를 낳고 바로 그날 저녁 10시쯤 일반 산모식을 먹었다. 당연히 가스는 나오지도 않은 상태였다. 한국은 가스를 배출한 후 음식을 먹거나, 수술 후 24시간이 지나야 물을 마실 수 있고 그다음 끼니엔 미음을 먹게 한다는데 여기는 수술 후 바로 그날 물과 음식을 먹을 수 있던 것이다.

첫 음식은 심지어 미음도 아니었다. 브라질식 감자 퓨레와 샐러드, 과일, 요거트, 토마토소스를 올린 고기였다. 다음날 조식은 더 재미있었다. 빵, 치즈, 초코우유, 차, 요거트, 크래커, 과일이었다. 한국이라면 상상도 못 할 산모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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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제왕절개 산모식 중 조식. ⓒ황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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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 '후고통'은 정말 많이 걱정했었는데 사실 그렇게 심하지 않았다. 물론 똑바로 서거나 할 때 힘든 감은 있지만 걱정했던 만큼은 아프지 않았다. 그 이유는 일정 시간마다 간호사들이 약을 갖다주었기 때문이다. 아마 진통제의 일종인 듯한데 새벽에도 깨워서 먹게 했다. 한국은 환자 본인이 아플 것 같거나 통증이 오면 무통주사 버튼이란 걸 누른다던데 여기서는 내가 뭘 누를 필요는 없었다.

세 번째로 보통 한국에서는 제왕절개 후 산모가 통증이 심해 바로 모유수유 하기가 힘들다던데 앞서 말했듯이 난 그렇게 통증을 많이 느끼지는 못했다. 그래서인지 모유수유도 출산 당일부터 바로 했다.

입원 기간은 더 흥미롭다. 브라질에서는 자연분만이나 제왕절개나 입원 기간이 똑같이 2박 3일이다. 나는 저녁에 애를 낳아서였는지 3박 4일간 입원했지만, 그래도 한국에선 제왕절개하면 입원을 5박 6일 한다던데, 브라질의 입원 기간은 조금 충격이었다. 게다가 브라질은 산후조리원이 없는 나라다. 때문에 나와 남편은 병원 측에 돈을 더 낼 테니 조금 더 머무르면 안 되냐 물었지만 소용없었다.

심지어 샤워는 출산 후 바로 다음 날에 했다. 아침 6시쯤 간호사 두 명이 들어왔다. 그러고는 날 일으켜 세워 욕실로 데려갔다. 나는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가 하고 그냥 따라갔는데 내 수술 부위에 방수밴드를 붙이고 샤워를 시켰다. 굉장한 충격이었다. 한국은 실밥을 뽑은 후부터 가능하다던데 여기는 방수밴드까지 붙여서 샤워를 시켰다. 나중에 산후풍이 올까봐 살짝 두려웠지만 덕분에 입원 내내 찝찝하지는 않았다.

브라질 한인교포 지인이 내게 "자연분만을 할 거면 한국 가서 하시고, 제왕절개를 할거면 브라질에서 하세요"라고 했다. 처음엔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이해가 안 갔지만 브라질에서 제왕절개한 후 이해할 수 있었다.

입원 기간을 제외하고는 한국에서 제왕절개 한 것 보다 편한 점이 많아서 그런 말씀을 하신 것 같다. 물론 한국의 방식이 한국인의 몸에 맞는 방식일 수 있다. 하지만 일단 나는 브라질의 제왕절개에 큰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만족한다는 말이다.

*칼럼니스트 황혜리는 한국외대 포르투갈(브라질)어과를 졸업하고 현재 브라질에서 1년 4개월 된 아들을 기르고 있는 엄마입니다. 브라질에서 임신, 출산, 육아를 경험하며 이 문화들을 한국과 비교하고 소개하고자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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