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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노컷발리뷰]말 많고 탈 많은 V-리그 심판, 판을 키워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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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오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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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V-리그 출범 이후 질적 향상을 위해 심판의 수를 줄여왔던 한국배구연맹은 리그의 정상적인 운영을 위해 다시 양적 확대를 추진한다.(사진=한국배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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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발리뷰]는 배구(Volleyball)를 가까이서 지켜보는 CBS노컷뉴스의 시선(View)이라는 의미입니다. 동시에 발로 뛰었던 배구의 여러 현장을 다시 본다(Review)는 의미도 담았습니다. 코트 안팎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배구 이야기를 [노컷발리뷰]를 통해 전달하겠습니다.

V-리그 한 경기를 위해서는 다양한 구성원이 필요하다. 단순히 선수만 있어서는 경기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는다. 가장 주목을 받는 구성원은 선수지만 그들이 더욱 빛나게 하는 많은 이들이 있어 V-리그 경기가 큰 문제 없이 진행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보조 구성원이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은 심판이다. 주심과 부심 각 한 명, 그리고 네 명의 선심 여기에 대기심과 기록심까지 한 경기에 총 9명의 심판이 투입된다. 하루에 두 경기가 열리는 경우는 총 18명의 심판이 필요하다.

현재 한국배구연맹(KOVO)에서 활동하는 심판은 주·부심 10명, 기록심을 포함하는 선심 19명이다. 1급부터 3급까지 8명의 심판이 있고, 주·부심으로 육성하는 5, 6급 심판이 한 명씩 있다. 선심은 4급부터 7급까지 15명에 초빙 2명, 육성 2명이 포함됐다.

2018~2019시즌 V-리그 남녀부는 정규리그 기준으로 총 216경기를 치렀다. 모든 경기를 29명의 심판이 모두 소화해야 하는 열악한 실정이다.

KOVO 관계자는 “현재 국내 배구 심판 자격증을 가진 인원이 100명이 채 되지 않는다”면서 “이들 중 현재 활동하지 않는 인원을 제외할 경우 사실상 국내 배구 심판의 1/3이 V-리그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배정 내역을 살피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216경기 가운데 주·부심은 아직 경력이 상대적으로 적은 1명과 육성심판을 제외한 7경기 모두 소화했다.

가장 많은 경기의 주심으로 배정된 A심판의 경우 무려 50경기를 소화했다. 부심과 대기심까지 포함하면 V-리그 전체 경기의 1/3인 72경기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했다. A심판은 주심을 가장 많이 소화했지만 부심과 대기심까지 최다 경기를 소화한 심판은 79경기나 이름이 올랐다.

선심은 상황이 더 심하다. 19명 가운데 선심과 기록 담당이 나뉜다. 선심을 주관하는 이들은 11명, 기록 담당은 6명이었다. 두 역할을 모두 소화한 심판은 2명이었다.

이런 상황 탓에 선심만 주로 보는 이들 중 C심판은 가장 많은 89경기에 출장했다. 80경기 이상 소화한 심판만 5명이다. 70경기 이상 소화한 선심 3명을 추가하면 거의 대부분이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하는 셈이다. 기록심 역시 8명 가운데 거의 대부분이 60경기 이상을 출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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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배구연맹은 심판아카데미를 통해 자체적으로 심판을 수급했다. 하지만 올해는 대한민국배구협회와 심판 수 확대를 추진한다. 사진은 지난 2017년 한국배구연맹의 심판아카데미 모습.(사진=한국배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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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된 일정으로 V-리그 심판이 경기 도중 교체된 최초의 사례가 지난 2월13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GS칼텍스와 흥국생명의 여자부 5라운드 최종전에서 나오기도 했다. 경기 도중 어지럼증을 호소한 이 심판은 곧장 가까운 병원으로 후송돼 위기를 넘겼다. 하지만 절대적인 심판의 수가 적은 상황인 만큼 이 심판은 충분한 회복 없이 다시 코트로 돌아와야 했다.

적은 숫자의 심판으로 많은 경기를 소화하는 만큼 이들의 체력이 급격하게 소진되는 경우 판정 시비가 벌어지기도 했다. 심판 개인의 문제로 볼 수 있지만 최근 여러 문제로 인해 심판의 숫자가 줄어든 만큼 현실적인 어려움도 분명 이유라고 할 수 있다.

V-리그는 최소 심판 9명으로 구성된 4개 조가 운영되어야 휴식일을 보장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 심판에게는 충분한 휴식은 사치다. 사실상 거의 매일 코트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많은 배구팬은 V-리그 심판의 질적 향상을 원하고 있지만 그보다 우선시 되어야 하는 점은 양적 확대다. KOVO는 V-리그 심판진의 질적 향상을 위해 출범 이후 심판의 수를 줄였다.

하지만 더 이상 심판의 수가 줄어들 경우 원활한 리그 운영이 불가능해지는 수준에 이르렀다. 최근 V-리그에서 발생한 여러 문제로 인해 심판의 절대적인 수가 줄어들자 KOVO는 은퇴 선수 등 잠재적인 심판 후보를 찾았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다.

배구의 인기는 최근 무섭게 상승하고 있다. 2018~2019시즌의 경우 여자부 분리 운영의 성공 가능성을 TV 시청률과 관중수로 직접 확인했다. 이런 상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더욱 공정한 경기 운영이 필수다. 더 많은 심판이 필요한 또 하나의 이유다.

다행스러운 점은 KOVO는 과거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번 V-리그 심판수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는 것.

CBS노컷뉴스의 취재 결과 KOVO는 2019~2020시즌 V-리그에서 활동하는 주·부심과 선심·대기심의 수를 크게 늘려 활동 4개 조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늘어나는 심판의 숫자에 발맞춰 심판을 위한 예산도 추가 편성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대한민국배구협회와 자격증이 없는 일반인 또는 선수를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해 잠재적으로 V-리그에서 활동 가능한 심판의 수를 늘릴 예정이다. 늘어나는 심판의 수 만큼 치열한 내부 경쟁을 유도해 심판 판정의 질적 향상이 최종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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