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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최만진의 도시탐구] 자동차를 내버린 3기 신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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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최만진 경상대 건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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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의 3기 신도시 발표는 기존 신도시 주민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혔다. 1기와 2기인 일산과 운정 신도시가 이로 인해 고사 내지는 쇠락의 위기에 몰렸다는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이미 들어선 신도시들이 아직도 자족 기능과 대중교통망 등을 완전히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당초에는 서울의 주택난 해소와 인구 분산 차원에서 독립된 도시로 조성하기로 했었다. 하지만 기대했던 것과 달리 실질적으로는 잠만 자는 기능을 가진 소위 ‘베드타운’의 성격을 가지게 됐다. 이처럼 예측이 빗나가 서울로 출퇴근하는 교통 수요가 훨씬 더 많아져 교통지옥으로 변했다.

이러한 교통 문제를 더 심화시키고 있는 것은 자동차 수요의 증가이다. 교통 체증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도로를 더 건설해야 하는데, 문제는 승용차 통행량이 매년 2배 이상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도로 개통을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돈과 시간이 드는데 이처럼 별 효과가 없으니 시쳇말로 우습고도 슬프기까지 한 현실이다. 그렇다고 인류가 발명한 최고의 이기 중 하나인 자동차를 타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더 심각한 것은 이것이 단순 교통 체증에만 그치지 않고 차량 연료 소모와 운행시간의 증가, 배기가스로 인한 환경오염, 소음, 스트레스 등으로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를 ‘교통혼잡비용’이라 부르는데,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한 해에 수십조원에 달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돈이 소모되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도로 건설이 이러한 문제의 해결 방법으로서는 이미 한계에 달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그래서 생겨난 것이 대중교통중심 정책인데 대표적 사례 중 하나는 미국 포틀랜드이다. 이 도시는 인구 250만명에 총 25개의 광역권으로 이뤄져 있다. 당초에는 교외로 확산된 주거지를 연결하는 간선도로의 만성교통체증을 해소하기 위해 8차선의 도시고속도로 건설을 계획했다. 하지만 이는 점차 늘어나는 승용차에 대한 근본 해결책이 아니며 무분별한 도시 확산과 도심공동화를 부채질하는 것임을 알게 됐다.

이에 고속도로 건설 대신 대중교통인 경전철을 구축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우선 광역노선을 개통해 대도시권을 하나로 묶었다. 그리고 철도를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도보 접근거리에 많은 주택을 건설했다. 시내교통을 위해서는 어디든지 편하게 갈 수 있도록 마을 경전철을 거미줄처럼 엮었다. 이를 통해 주민 통행거리가 20% 감소되는 등의 효과로 연간 약 3조원 정도의 교통혼잡비용을 덜게 됐다.

서울의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해 3기 신도시를 조성하고자 하는 정부의 의도와 고민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하지만 서울의 도시과밀화 문제가 신도시의 교통 초과밀화로 되살아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이는 혹 떼려다 도리어 혹 하나를 더 붙이는 나쁜 결과를 가져올 수가 있기 때문이다. 차라리 이참에 광역수도권 전체를 승용차가 아닌 대중교통 중심의 시스템으로 완전히 바꾸어 보는 것을 심각하게 고민해 보는 것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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