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국회 입법조사처가 내놓은 '예비타당성 조사 제도 개편 방안의 주요 내용과 보완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가 1999년 예타 도입 이후 2017년 12월까지 수행한 예타는 총 767건으로, 약 141조원에 달하는 국가 예산을 절감했다. 예타는 대규모 공공사업에 대한 재정 투자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사업타당성을 사전에 검토하는 제도다.
그러나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과 달리 한국 정부는 중앙예산기관(기획재정부)이 각 부처의 사업 추진 여부와 예산 규모 적정성, 단가·수량 등 모든 세부사업을 검토하고 직접 예타를 수행한다. 기재부가 각 부처의 모든 계획을 사실상 원점에서 재검토하기 때문에 업무 부담은 물론 예타 기능이 취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은 1980년 후반부터 관리예산처(OMB)가 예산 관리 체계 효율성 제고를 위해 공공 투자사업에 대한 시행 절차 등을 계획한다. OMB는 지침을 따르도록 지도하는 역할만 하고, 사업타당성 평가와 예산 반영 등은 각 부처가 직접 수행한다.
반면 한국 정부는 지난 4월 예타 개편 방안을 발표하면서 수도권은 정책적 타당성 평가 비중을 높이고, 비수도권은 지역 균형 발전 비중을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평가 기준 변경은 예타 통과율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통과율이 왜곡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통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제시한 방안은 '톱다운' 방식의 예산 편성 강화다. 톱다운 방식은 기재부가 지출 총액과 분야·부처별 지출 한도를 설정하면 각 부처가 사업별로 재원을 분배하는 것이다. 각 부처는 한도 내에서 사업의 우선순위를 정해 예산을 편성하기 때문에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는 평가다. 정도영 국회 입법조사처 조사관은 "부처의 예산 요구 내용이 기재부와 달라도 한도 범위에서 재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예산 삭감 등 부작용 없이 자율적인 예산 편성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고재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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