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인사이드 스토리]'신혼부부 내집마련' 정책효과 미스터리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신혼부부 자가 점유율‧보유율 50%…큰 폭 증가 '특별공급‧희망타운' 정책효과 자평…실제 통계 미포함 '아전인수'식 해석…자칫 또다른 왜곡 낳을 우려도 [비즈니스워치] 노명현 기자 kidman04@bizwatch.co.kr

얼마 전 신혼부부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통계가 나왔습니다. 바로 '2018년도 주거실태조사(전국 6만가구 대상 표본조사)' 결과인데요. 여기에는 신혼부부의 자가 보유율이 50%를 넘어섰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신혼부부 두 쌍 중 한 쌍은 내 집이 있는 셈이죠.

이명섭 국토교통부 주택정책과장은 "작년부터 신혼부부 내 집 마련을 돕는 여러 정책이 시행되면서 그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자평했는데요. 국토부는 주거실태조사를 '매년 받는 성적표'라고도 말하더군요. 성적표가 잘 나왔고 추진정책에 대해 나름 성과가 있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비즈니스워치

문재인 정부는 출범 후 주거복지로드맵과 신혼부부‧청년 주거지원방안 등을 통해 신혼부부의 내 집 마련 기회 확대를 부동산 정책 한 축으로 삼고 있습니다. 신혼부부의 내 집 마련이 중요한 의미를 갖기 때문인데요.

많은 신혼부부가 가족계획(출산 등) 시 중요하게 고려하는 사항으로 '주택마련 등 주거문제'(37%)를 1순위로 꼽고 있습니다. 내집마련 때문에 출산도 미루고 심지어 결혼도 미룬다는 건데요. 이 때문에 신혼부부의 내집마련 및 주거안정을 정책의 우선순위로 놓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정책이 신혼부부 특별공급 확대와 신혼희망타운 공급 등입니다.

신혼부부 특별공급 확대는 공공분양과 민영주택 분양물량 가운데 신혼부부 특별공급 대상을 확대하면서 진입장벽을 낮추는 내용입니다.

비즈니스워치

이에 따라 혼인기간은 기존 5년에서 7년으로 늘고, 무자녀 가구도 청약이 가능해졌습니다. 신혼부부 특별공급 물량도 공공분양은 15%에서 30%로, 민영주택은 10%에서 20%를 할당하도록 했습니다.

신혼희망타운도 있습니다. 정부는 오는 2022년까지 총 10만가구의 신혼희망타운을 공급한다는 계획입니다. 지난해 말 신혼희망타운 첫 분양 단지인 위례신도시 신혼희망타운은 청약 경쟁률이 평균 54대 1에 달하며 높은 인기를 실감했죠.

비즈니스워치

이런 정책들 덕분에 내 집을 마련한 신혼부부가 늘었나보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지난해 신혼부부 자가 점유율과 보유율은 48%와 50.9%(혼인기간 5년 이내 기준)를 기록했는데요. 모두 전년보다 3%포인트 이상 오른 것입니다.

특히 자가 보유율은 50.9%로 집 있는 신혼부부가 집 없는 신혼부부보다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의문이 생기는데요. 주거실태조사에서 삼는 자가 기준은 분양이 아니라 실입주 혹은 잔금을 치르고 완전히 내 집이 됐을 때를 자가로 보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정책효과의 근거로 삼고 홍보한 신혼부부 특별공급과 신혼희망타운은 지난해부터 본격화 됐습니다. 특별공급 확대로 분양받은 신혼부부가 늘어날 수는 있지만 이들은 아직 '입주 전'이라 자가로 분류되지 않는 것이죠.

마찬가지로 신혼희망타운 분양에 당첨된 신혼부부들 역시 주거실태조사 통계 기준으로는 자가를 보유한 상태는 아닙니다. 실입주를 위한 준공까지는 아직 한참 남았으니까요.

비즈니스워치

결국 이런 정책에 따라 내집마련을 한 신혼부부들의 통계는 이번에 잡히지 않았다는 얘깁니다. 신혼부부 자가 보유율이 늘어난 것을 신혼부부 특별공급과 신혼희망타운 등 관련 정책 효과로 직접적으로 연결하기도 어려워 보입니다.

국토부 관계자는 "금융지원에 따른 정책 효과도 일부 있다"며 "신혼부부 주거지원 정책 효과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정부 말마따나 금융지원에 따른 효과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결혼 연령이 늦어지면서 이전보다 자금력을 확보한 신혼부부가 많아졌을 수 있고,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자녀로의 주택 증여가 늘어난 영향도 배제할 수는 없을 것 같은데요.

지난해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신혼부부들 역시 서둘러 내 집 마련에 나선 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그 만큼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공산이 크다는 의미죠.

오히려 증여를 통한 보유라거나 혹은 집값 상승에 따라 다급한 마음에 서둘러 주택을 구입한 경우라면 정책 당국에선 한번 되짚어 봐야 할 사안이기도 합니다.

요새 정부 부처들이 정책성과를 내지 못하는 점 때문에 곤혹스러운 처지라는 점 등이 자주 거론되고는 하는데요. 그렇다고 '아전인수'격으로 정책 효과를 해석하거나 부풀리는 것은 또 다른 왜곡과 잘못된 정책을 낳을 수 있습니다.

여전히 내집 마련이 부담스럽고 정책 혜택에서 소외된 신혼부부가 많습니다. 결과에 대해 성급하게 축포를 터트리기 이전에 그 원인과 배경을 면밀히 살펴보고 더 나은 대안을 고민하지 못하는 정책 당국에 대한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교차합니다.

ⓒ비즈니스워치(www.bizwatch.co.kr)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