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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사설]장자연 사건, 검경과 조선일보는 책임지는 자세 보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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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과거사위)가 ‘장자연 사건’ 재수사는 어렵다고 결론내렸다. 2009년 3월 유력 인사들에게 성접대를 강요당했다는 문건을 남기고 숨진 배우 장자연씨 사건이 과거사위 조사 대상으로 선정된 지 13개월 만이다. 과거사위는 20일 이 사건 조사·심의결과를 발표하고, 장씨가 친필로 피해 사례를 언급한 문건은 대체로 사실에 부합하지만 가해 남성 이름을 목록화했다는 별도 리스트 실체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죽음으로써 진실을 알리고자 했던 장씨의 외침은 10년 후에도 응답받지 못했다. 피해자는 목숨을 잃었는데 가해자는 심판대에도 세우지 못하는 현실이 개탄스러울 따름이다.

과거사위는 지난해 4월 장자연 사건을 조사 대상으로 선정한 후 관련자 80여명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술접대는 이뤄진 것으로 판단했으나 구체적 가해자와 범죄 일시·장소 등을 특정할 수 없어 성범죄 재수사 권고에 이르지 못했다. 강제수사 권한을 부여받지 못한 한계에다 공소시효의 장벽까지 겹친 탓이다. 과거사위의 실무기구인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은 강제수사권이 없다 보니 압수수색이나 참고인 강제소환 등이 불가능했다. 이 때문에 10년 전 사건의 공소시효를 연장할 만한 추가적 증거를 찾아내는 데 실패했다.

성과가 없었던 건 아니다. 조선일보 사주 일가에 대한 부실수사 의혹이 상당부분 규명됐다. 장씨가 남긴 문건에는 ‘조선일보 방 사장’ ‘조선일보 방 사장님 아들’ 등의 표현이 등장한다. 과거사위 조사결과를 보면, 검경은 ‘호텔 대표이사 방모씨가 장씨와 식사를 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도 추가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다고 한다. 검경은 또 ‘조선일보 대표이사 아들 방모씨’가 장씨와의 술자리에 동석한 사실도 파악했으나 더 이상 수사하지 않았다고 한다. 과거사위는 사건 당시 이모 조선일보 사회부장이 경찰청장과 경기경찰청장을 찾아가 외압을 행사한 정황도 확인했다. 이에 대해 조선일보 측은 “단정적으로 발표한 과거사위에 강력한 유감을 표명한다”며 “법적 대응을 포함한 모든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했다.

우리는 장자연·김학의·버닝썬 사건의 진상규명이 한국 사회의 윤리적 새 출발을 가늠할 시금석이 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버닝썬 수사가 성과 없이 끝난 데 이어 장자연 사건은 재수사마저 불발됐다. ‘지연된 정의’조차 실현되지 못하는 상황이 안타깝지만, 주저앉을 수는 없다. 장자연 사건이 재수사에는 이르지 못했다 해도, 부실수사와 관련된 검경 간부들에 대해선 징계 등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조선일보도 책임있는 언론사라면 자성해야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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