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서 귀국뒤 돈관리 맡긴 할머니… “수천만원 빼갔다” 다시 돌아가
‘일본군 성노예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에 따르면 김 씨는 2003년 당시 중국에 살고 있던 하모, 백모 할머니를 국내로 데려왔다. 두 할머니 모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였다. 김 씨는 중국에 거주하는 위안부 할머니들을 1996년부터 국내로 데려오기 시작했다.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대표는 19일 “한국에 온 하 할머니가 ‘김 씨가 내 통장을 관리하면서 정부가 준 특별지원금 4300만 원 전부와 매달 지급되는 생활안정자금 일부를 빼갔다’고 나에게 얘기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말을 거의 하지 못했던 백 할머니 역시 하 할머니를 통해 “김 씨가 내 돈을 가져가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고 한다.
하 할머니는 김 씨가 통장에서 계속 돈을 빼가자 “내가 중국으로 돌아가야만 김 씨가 (돈 가져가는 것을) 멈출 것 같다”고 말한 뒤 2005년 말 백 할머니와 함께 중국으로 돌아갔다. 하 할머니는 2017년(당시 89세), 백 할머니는 2008년(당시 86세)에 별세했다.
김 씨가 이 할머니의 돈을 횡령한 혐의를 수사했던 서울 용산경찰서는 지난해 초 피해 할머니들이 더 있다는 제보를 받고 내사를 벌였지만 횡령 혐의 공소시효(7년)가 지나 수사에 착수하지는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여러 의혹을 조사했지만 공소시효가 남아 있는 사건은 이 할머니에 대한 지원금 횡령뿐이었다”고 말했다. 김 씨는 경찰 조사에서 ‘내가 사비를 들여서 할머니들의 귀국을 도왔는데, 정부에서 지원금이 나왔을 때 금전적 사례가 없어 아쉬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중국에서 데려온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거주지 주소를 자신의 집으로 해 놓고 여성가족부와 외교부, 시민단체가 할머니들에게 보낸 선물을 가로챈 의혹도 제기됐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돕는 한 단체 관계자는 “김 씨는 요양원에서 지내는 할머니의 주소를 서울 용산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해놓아 할머니에게 지급된 선물이 김 씨 집으로 갔다”고 말했다.
윤다빈 empty@donga.com·박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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