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민 사목의 대부’ 정일우 신부(1935~2014). 아일랜드계 미국인인 그는 1960년 예수회 신학생 신분으로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서강대에서 신학교리를 가르치다 그만두고 청계천, 양평동, 성남의 판자촌의 빈민들 속에 파묻혔다. 이때 만난 빈민운동가 제정구(1944~1999)와 경기 시흥에 복음자리 마을을 만들었다. 그는 앞에 나서거나 주장하는 대신 함께 일하고 먹고 마시며 시간을 보내고 삶을 나눴다. 그를 만난 이들은 고통을 덜었고, 삶이 달라졌다. ‘상선약수(上善若水)’의 삶이다.
미국인 말리 홀트 홀트아동복지회 이사장(1935~2019)은 1956년 한국에 들어와 부모 해리 홀트와 버사 홀트가 세운 홀트아동복지회에 합류한 이래 60여년간 장애인과 고아, 미혼 부모들을 돌봤다. 팔순 고령에도 고양시 홀트일산복지타운에서 300여명의 중증 장애인들과 함께 활동했다. 만년까지 자기 방도 없이 장애인 4명과 함께 기거해온 그를 장애인들은 ‘말리 언니’라고 불렀다.
이들은 한국이 최악의 빈곤상태이던 무렵부터 반백년을 ‘낮은 곳’에서 머물렀다. 낯선 땅에 임한 푸른 눈의 성자(聖者)들 덕에 사람들은 울음을 그쳤고, 주름을 펴고 웃었다. 그랬던 성자들이 한 명씩 하늘로 돌아가고 있다. 말리 홀트가 지난 17일 별세했다. 그들이 품었던 공간을 이제는 우리가 스스로 품어야 한다. 별이 된 그들이 매일밤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다.
서의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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