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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난민과 국제사회

난민 갈등 한풀 꺾인 호주 총선, 보수 집권연합 ‘기적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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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단 재임' 벗어난 모리슨 총리 "묵묵한 호주인 덕분"

'기후변화' 이슈 노린 노동당 쇼튼 "패배 인정…사임"

18일 치러진 호주 연방 총선에서 사전 여론조사와 출구조사 결과를 뒤엎고 스콧 모리슨 총리가 이끄는 집권 자유국민연합이 승리했다. 기후 변화(climate change)를 쟁점으로 내세우며 정권 교체를 노렸던 노동당 빌 쇼튼 대표는 패배를 인정하고 사임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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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치러진 연방의회 총선에서 집권 자유국민연합의 승리가 확정된 직후 스콧 모리슨 총리가 가족과 함께 단상에 서서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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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선거관리위원회(AEC)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날 밤 12시(현지시간)까지 약 95% 개표가 진행된 결과 중도우파인 자유당과 국민당의 여당연합이 하원 총 151석(임기 3년) 가운데 최소 73석을 얻어 67석을 얻는 데 그친 노동당을 따돌렸다.

밤 11시쯤 여당 연합의 예상 밖 승리가 확정되자 모리슨 총리는 밝은 얼굴로 등장해서 “나는 언제나 기적을 믿었다. 오늘밤 우리는 또 한번 이뤄냈다”라고 말했다. 호주 근대 정치사상 최단 재임(2018년 8월~)이 우려됐다가 기사회생한 그는 이번 승리가 여당에게 표를 던진 “묵묵한 호주인들 덕분”이라며 “매일 열심히 일하고 꿈꾸고 사업하는 등 묵묵하게 자기 할 일하는 호주인들이 오늘밤 승리했다”고 자축했다.

이에 앞서 쇼튼 노동당 대표는 ABC 등 현지 매체가 생중계한 당사 회견을 통해 결과에 승복하고 당 대표에서 사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노동당이 새로운 정부를 구성할 수 없는 것이 명백해졌다"면서 “젊은 유권자들에게 희망을 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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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치러진 호주 총선에서 노동당의 패배가 확정된 직후 TV로 중계된 회견에서 빌 쇼튼 노동당 대표가 사임 의사를 밝히고 있다. 멜버른(호주)=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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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여론조사기관 '갤럭시'의 출구조사에서는 노동당이 하원 의석 가운데 절반이 넘는 82석을 차지해 6년 만에 정권을 탈환할 것으로 예상됐다. 현지 선거전문가들은 “도저히 질 수 없는 선거에서 노동당이 졌다”면서 이번 결과를 ‘이변’으로 해석하고 있다.

투표일 직전까지 박빙의 대결로 진행된 이번 선거는 최근 들어 가장 이슈가 모호했던 총선으로 꼽혔다. 현지 방송인 ABC의 시드니 본사에서 만난 게빈 팽 보도총괄담당은 이번 선거와 관련해 “기후변화 대처가 그 중 첨예한 이슈”라면서 “이민 정책에 대해서도 양당 간에 큰 차이가 없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쇼튼 대표는 투표 직전까지 "호주 국민들이 혼란을 막는, 기후변화를 위한 행동에 투표한다면 우리는 내일부터 성공적으로 일을 시작할 것"이라면서 기후변화를 주요 이슈로 밀어붙였다. 최근 호주를 덮친 기록적인 홍수와 산불, 가뭄 등의 자연재해가 이를 뒷받침하는 듯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1600여만명의 유권자들이 경제·교육 등 전통적 이슈에서 보수 자유연합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자신의 이름을 앨리슨이라고 밝힌 멜버른의 한 여성유권자는 "기후변화가 걱정되긴 해도 당장의 주택 부족과 일자리 문제만큼 절실하게 다가오진 않는다"고 투표소 앞에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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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호주 제2도시 멜버른의 칼튼 가든스 초등학교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멜버른(호주)=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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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총선 결과는 호주 민심이 이민 정책에 있어서 기존의 '강력한 통제' 기조를 유지하길 바란다고 확인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대표적인 다문화국가인 호주는 최근 수년새 선박을 이용해 접근한 난민 수천명을 자국 영내에 받아들이길 거부하고 이웃 국가인 나우루와 파푸아뉴기니의 마누스섬 등에 격리 수용해 인권 침해 논란에 시달렸다.

현지에서 만난 호주난민협의회(RCA)의 폴 파워 대표는 “호주는 연 1만7000명의 난민을 인도적으로 수용하고 있고 이 같은 '통제 기반' 난민 정책은 초당적 지지를 받는 편”이라고 말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웃 섬에 격리 수용됐던 난민 중 미성년자와 질환자 등 수백명이 호주 본토로 옮겨가면서 역외 난민 규모가 현저히 줄었으며 이로 인한 논란 역시 수그러드는 추세다.

시드니·멜버른(호주)=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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