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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재즈와 바흐 넘나드는 '우주의 악기'를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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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생황 최고 연주자 우웨이, 18일 서울시향과 '현상' 협연

"고악기를 현대음악 구성원으로 발전시켰다"는 평가받아

조선일보

이글이글 타오르는 불꽃처럼 하늘로 치솟는 37관 생황을 손에 든 우웨이. “이 악기 하나로 30년 넘게 연주해 이젠 내 몸의 일부 같아요.” /고운호 기자


신라 성덕왕 때(725년) 만든 상원사 동종에는 구름 위에서 하늘을 나는 여인이 새겨져 있다. 그가 두 손을 감싼 채 불고 있는 악기는 생황(笙簧). 박으로 만든 바가지에 길이가 다른 대나무 관 여러 개를 꽂아 끈으로 묶은 생황은 봉황이 날갯짓하는 모습을 형상화한 전통 악기다. 조선 후기 그림에도 생황이 나온다. 김홍도의 '생황 부는 소년'에서 맨발의 소년이 소나무 아래에 앉아 부는 악기. 신윤복 그림 '연못가의 여인'에서 아리따운 기생은 한 손에 생황을 든 채 별당 툇마루에 앉아 누군가를 기다린다.

외관만큼이나 신비로운 소리를 내는 '마우스(mouth) 오르간' 생황이 이번 주말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서울시향(지휘 발두어 브뢰니만)과 어우러진다. 중국 생황 연주자 우웨이(49)가 생황과 관현악을 위한 음악 '현상'을 들려준다. 오스트리아 작곡가 베른트 리하르트 도이치(42)가 지난해 완성한 협주곡. 16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우웨이는 "생황이 가진 에너지가 오케스트라 사이를 파고들어 다층적 색감을 빚는데, 연주를 하다 보면 신들린 무당처럼 열기가 나를 감싸 순간의 떨림을 멈출 수 없다. 관객들은 지저귀는 새들을 따라 허공으로 함께 날아가는 듯한 환상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우웨이는 생황이라는 낯설고도 오래된 악기를 현대음악의 참신한 구성원으로 발전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본래 생황은 17관이지만 스승 쉬차오밍에게 37관 생황을 배워 반음계 연주까지 가능하다.

다섯 살 때 배운 첫 악기는 두 개의 현을 활로 켜서 연주하는 중국 전통 악기 '얼후'였다. 10년 뒤 생황 소리를 듣고 "와우,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고 했다. "현악기는 사람의 목소리 같은데 생황은 우주의 소리 그 자체였어요. 내가 손댈 수 없는 하늘이지만 나 혼자만 느끼는 행복과 슬픔이 아니라 너와 내가 하나로 어우러지는 듯한 조화의 결정체랄까. 아주 오래전엔 '허(和)'라고 불렸던 생황의 철학이 바로 조화거든요.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 인간과 우주의 어울림을 꿈꾸기 때문에 생황으로 재즈와 일렉트로닉 음악은 물론 바흐도 연주할 수 있어요."

상하이 음악원과 베를린 한스 아이슬러 음악원에서 수학했다. 베를린 필·LA 필·BBC 심포니 등 정상급 악단들과 협연하고 존 케이지·유카 티엔수·호소카와 도시오 등 저명한 작곡가들이 쓴 생황 작품 400여 곡을 선보였다. 작곡가 진은숙의 협주곡이 포함된 음반(도이체 그라모폰)으로 2015년 국제 클래식 음악상과 BBC 뮤직 매거진상을 받았다. 음악계에서 첫손에 꼽히는 생황 연주자인 그는 "중국에서 온 나, 오스트리아 사람인 도이치, 그리고 서울시향이 서로 모여 새로운 음악 언어를 만들어낼 시간이 눈앞에 다가왔다"며 "한데 묶으면 오묘한 음색을 내뿜는 생황처럼 음악 앞에서 갈등과 반목은 빛을 잃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웨이의 생황 협주곡=18일 오후 5시 롯데콘서트홀, 1588-1210








[김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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