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공 후 2년 정도 지나서야 분양
타이밍 놓쳐 정책효과 반감 우려
노무현 정부도 후분양 확대 추진
공급차질 빚자 연기 … 결국 포기
감정가격 기준으로 택지 공급
땅값 올라 조성원가 2배 넘기도
분양 늦어질수록 건축비 상승
후분양이 가격 상승 거들어
강남권 수요를 흡수하기 위해 개발한 2기 신도시 위례. 2006년 지구 지정에서 2011년 첫 분양까지 5년 넘게 걸렸다. [사진 한국토지주택공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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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중반 급등하던 집값 안정 대책으로 노무현 정부가 2006년 11월 대대적인 주택공급 확대를 발표할 때 내건 슬로건이다.
당시 정부는 “시장 수급 균형을 통해 근본적인 집값 안정 기조를 확보하기 위해 양질의 주택을 ‘저렴한 가격으로, 많이, 빨리’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저렴하게, 많이, 빨리’는 이후 2008년 9월 이명박 정부의 ‘보금자리주택 건설 방안’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이 세 마디는 공급 대책의 기조로 자리 잡은 셈이다. 2007년 이후 서울 강남권(강남·서초·송파구)부터 집값 상승세가 꺾였고 이명박 정부 때 수도권 집값 장기 약세의 주요 원인이 보금자리주택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세 번째 대규모 주택 공급 대책인 현 정부의 ‘수도권 30만 가구 주택공급 방안’에서는 이 슬로건이 보이지 않는다. 공급 대책이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정부는 지난 7일 고양 창릉과 부천 대장 선정으로 3기 신도시 추진 계획을 마무리 지으며 공급 로드맵을 발표했다. 중소 규모 택지는 내년부터, 사업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신도시는 2021년부터 순차적으로 입주자 모집(분양)을 하겠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발표한 인천 계양,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은 2021년부터, 이번에 추가한 고양 창릉과 부천 대장은 2022년부터다. 그런데 신도시 발표에서 분양까지 2~3년은 빠듯하다. 6~7개의 주요 사업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개발계획을 세우기 전인 주민 의견 청취 과정부터 진통을 겪고 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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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금자리지구는 중소 규모 공공택지로 이보다 훨씬 큰 신도시는 시간이 훨씬 더 많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위례 등 2기 신도시가 지구 지정에서 분양까지 빨라야 4~5년이었다. 2007년 지정된 인천 검단신도시는 10년이 지난 지난해부터 분양을 시작했다. 이명박 정부는 공급 효과를 높이기 위해 착공 전에 미리 분양한 사전예약제도도 운용했다.
여기다 현 정부의 후분양제가 이번 대책의 공급 효과를 반감시킨다. 정부는 올해 주거종합계획에서 공공부문 후분양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올해부터 시범 운영에 들어가 2022년까지 입주자 모집 물량의 70%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후분양은 착공 후 2년 정도 지나 분양하는 것으로 그만큼 공급이 늦춰진다. 후분양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 등 공공부문 분양물량은 정부 계획보다 30% 줄게 된다.
노무현 정부 때도 후분양 단계적 확대를 추진했다. 그러다 2006년 주택공급 확대 대책 후 당초 2007년부터 실시하려던 후분양을 1년 연기한 뒤 포기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대책 발표에서 실제 입주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주택 건설 특성상 어쩔 수 없는 시차를 줄이는 데 공급 대책의 성패가 달렸다”고 말했다.
3기 신도시 분양가 3.3㎡당 최고 3000만원 넘을 수도
부천시 대장동 신도시 대상 부지.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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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 분양 후 땅값을 싸게 하기 위해 분양업체에 제공하는 공동주택 용지 가격 기준을 조정했다. 전용 60~85㎡ 용지에 대해 감정가격에서 조성원가의 110%로 바꿨다. 감정가격은 시세와 비슷한 가격이다. 택지 조성에 들어가는 토지 보상비·공사비 등인 조성원가는 이보다 낮다. 정부는 분양가가 10%가량 내려갈 것으로 예상했다.
이명박 정부는 보금자리주택 분양가 인하를 위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대거 해제해 택지로 조성했다. 개발제한구역 땅값이 저렴해 보상비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조성원가가 낮아진다. 이런 이유로 2010~11년 강남 보금자리주택 분양가가 3.3㎡당 1150만원 정도로 4~5년 전인 2006년 판교(1120만원)와 4년간의 시차에도 비슷했다.
판교, 강남 보금자리지구, 위례 등의 분양 성공에는 강남과 가까운 입지여건 외에 주변 시세의 절반 정도여서 ‘반값’으로 불린 저렴한 분양가가 큰 몫을 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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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분양한 남양주시 다산 진건지구 아파트 용지 가격이 3.3㎡당 1091만원으로 조성원가(574만원)의 1.9배다. 이달 말 첫 분양을 앞둔 과천지식정보타운 공동주택 용지 가격은 조성원가(3.3㎡당 885만원)의 3배에 가까운 2300만~2500만원으로 예상된다.
후분양제도 분양가 상승에 일조한다. 분양 시점이 늦어지는 만큼 땅값과 건축비가 오르기 때문이다. 하남 감일지구에서 2016년 10월 3.3㎡당 1350만원이던 전용 84㎡ 분양가가 2년여 뒤인 2018년 12월엔 1600만원으로 상승했다. 건축비도 다소 올랐지만 대부분 택지 감정평가금액 상승분이다.
3기 신도시 대책에 포함된 과천 과천지구는 서울 서초구에 붙어있어 과천지식정보타운보다 택지 감정가격이 더 높게 나올 게 분명하다. 업계는 과천지식정보타운 분양가가 3.3㎡당 2400만~2500만원에 나오면 과천지구는 3000만원을 넘길 것으로 본다. 공공택지 국민주택 규모 분양가가 10억원 정도인 셈이다. 고양 창릉과 하남 교산은 3.3㎡당 2000만원을 돌파할 수 있다.
고분양가 신도시 주택은 무주택 서민보다 ‘돈 있는’ 무주택자나 유주택자의 주택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주변 시세와 분양가 차이가 크지 않으면 기존 주택 수요를 분산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3기 신도시가 공급 속도와 고분양가에 발목 잡힐 수 있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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