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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영세업자 시름 최저임금에 반영"…인상률 속도조절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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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 도소매업 등 4개 업종 고용실태 등 조사

토론회서 결과 공개 후 최저임금委에 자료 제출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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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1) 한종수 기자 =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영세 자영업자들의 시름이 깊어졌다는 지적이 나오자 정부가 이들을 상대로 조사한 고용실태 등을 최저임금 심의 과정에 반영하기로 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1월부터 최저임금에 민감한 일부 업종에 대해 집단심층면접(FGI) 방식으로 최저임금 영향조사를 했고, 조사 결과를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 심의 참고자료로 제출한다고 14일 밝혔다.

조사 대상은 도소매업, 음식숙박업, 공단 내 중소 제조업, 자동차부품 제조업종 등 최저임금 영향을 많이 받는 4개 업종이며, 각 20여개 사업체를 추려 사업자·근로자 심층면접을 하되 주로 사업자를 대상으로 했다.

현재 심층면접이 진행 중인 자동차부품 제조업종을 제외하고는 모두 조사를 완료했으며, 노동부는 공개토론회에서 1차적으로 결과를 공개한 후 최저임금위 사무국에 최저임금 심의 자료로 제출할 예정이다.

최근 여야 정치권을 비롯해 경영계·학계에서 제기하는 최저임금 인상 속도조절 필요성에 정부가 이를 명분으로 가속 페달에서 발을 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특히 이 조사 결과가 최근 경기 하강국면에서 이뤄진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이 이들 취약업종의 고용·매출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와 최저임금 인상률 완화 기조를 반영할 명분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2년간(2018~2019년) 최저임금 인상률(누적)이 29.1%로 가파르게 오르면서 자영업자의 폐업률이 급상승했고, 고용률도 최악으로 치달았다는 판단에 정부가 속도조절 카드를 빼든 것이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최저임금을 2020년까지 1만원으로 올리겠다는 대선 공약 철회의 뜻을 내비친 바 있다. 문 대통령 언급 이후 여당 내에서도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의 목소리가 커졌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경제가 성장할 때 최저임금을 올려야지 하강국면에서 올리면 중소기업인 자영업자들에게 근로자를 해고시키라고 강요하는 꼴"이라며 "임기 내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지킬 수 없는 현실에 대한 솔직한 고백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하반기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와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 간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불협화음 이후 국책연구기관, 정부부처 내에서도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자꾸 나오자 정부도 이젠 속도조절의 불가피성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이재갑 노동부 장관은 13일 열린 정책간담회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저임금노동자의 비중 감소와 임금격차 해소에 기여했으나,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분들께는 당장의 어려움으로 다가왔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이 장관이 기자들을 만나 "최저임금 인상으로 임금지불능력이 안 되는 사업장에선 고용 감소가 나타나는데 그런 부분을 최저임금 심의과정에서 고려해야한다"는 발언과 연결하면 속도조절 기조는 더욱 명확해진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9일 KBS 인터뷰에서 "무조건 (최저임금이) 그 속도대로 인상도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인상' 공약을 철회하겠다는 뜻을 재차 밝혔다.

올해 초 정부가 최저임금 결정체계를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하는 식으로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내놓은 것도 속도조절 기조와 맞닿아 있는 것이었는데 결과적으로 이 개정안 국회 통과가 지연되면서 기존 결정체계대로 심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다만 정부가 이러한 국회 계류 상황을 염두에 두고 소상공인 대상 고용 영향 실태조사 등을 진행했고, 이를 최저임금 심의에 반영하는 것만으로도 속도조절 명분이 선다고 봤을 개연성이 크다. 사실상 이 영향조사 결과가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 '가이드라인'이 되는 셈이다.

심층면접조사 형태로 벌인 조사 결과가 어떤 식으로 최저임금 심의 과정에서 반영될지는 아직 확정된 바는 없지만 최저임금 심의를 본격화하는 6월 초 전원회의 때 제출되면 노·사·공익위원 간 논의를 거쳐 안건으로 상정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더해 최저임금위에 참여하는 공익위원(정부측 위원)들의 집단 사퇴로 정부가 새롭게 위촉 절차를 진행 중인데, 이 과정에서 친노동계 인사를 줄이고 친기업 성향의 인사를 보강할 가능성이 커 새로 꾸려지는 공익위원 구성도 인상률을 가를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조절하려는 정부의 속내를 노동계 쪽이 모르는 바도 아니고, 이런 정부의 기조 변화에 대해 노동계의 반발이 예고되는 만큼 이들을 설득하는 것이 큰 숙제로 떠오르고 있다.

민주노총은 지난 13일 성명을 통해 "집단 심층면접 방식(FGI) 자체는 양적 분석이 아닌 일부에 집중한 사례분석 방식이라 그 결과를 결코 일반화하면 안 됨에도 노동부는 조사 결과를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악용했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그러면서 "(이재갑 노동부)장관 태도가 이래서야 최저임금 심의 과정에서도 재벌 눈치를 보며 이를 일반화해 최저임금 인상 억제 근거로 인용, 왜곡 발표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뉴스1

지난달 1일 국회 정론관에서 최저임금법 개정 논의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연 민주노총 관계자들. 2019.4.1/뉴스1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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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po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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