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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류현진과 다저스 결과적으로 ‘윈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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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하건대 당시 기자의 판단은 잘못됐다. 지난 해 11월 1일자로 다저스 구단이 류현진(당시 31살)에게 퀄리파잉 오퍼를 해 오면 거절해야 한다고 썼다. 실제 이틀 후 다저스는 퀄리파잉 오퍼를 했고, 열흘 후 류현진이 이를 수용했다.

당시 기자는 “31살 류현진에게 1년은 크다. 32세에 FA 시장에 나오면 그만큼 가치가 떨어진다. 역대 퀄리파잉 오퍼를 받아들인 5명의 선수는 대부분 이듬 해 좋은 계약을 맺지 못했다”며 거절 이유를 밝혔다.

같은 시기 구단(휴스턴 아스트로스)의 퀄리파잉 오퍼를 거부했던 한 투수가 있었다. 류현진과 같은 좌완이고, 나이도 비슷하다(그가 한 살 적다). 류현진과는 같은 소속사다. 둘 다 스캇 보라스 사단의 일원이다. 메이저리그 최고의 협상 능력자가 그들의 뒤를 봐주고 있다.

그의 이름은 댈러스 카이클. 기록만 놓고 보면 그가 더 뛰어나다. 2015년 사이 영상을 수상했고, 통산 승수(76-40· 2018 연말 현재)에서 그가 앞선다. 2018년 성적(12승-7승)도 카이클의 우세. 통산 평균자책점(3.66-3.20)에선 류현진이 낫다.

카이클은 현재 무직이다. 그는 자신의 처지를 납득하지 못한다. 카이클은 “과거의 어느 시점으로 돌아간다 해도 내 대답은 마찬가지다. 퀄리파잉 오퍼를 거절할 것이다. 나는 보라스로부터 여러 구단의 오퍼 내용을 전해 들었다. 그럴 때마다 노라고 말했다. 나에 대한 합당한 가격이 아니라고 판단해서다”고 밝혔다.

메이저리그 모든 구단들은 좋은 선발 투수를 탐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이클에게 달려들지 않는 이유는 퀄리파잉 오퍼를 거절한 선수를 받아들이면 상위의 신인 드래프트 권리를 포기해야하기 때문이다. 당장 써 먹기 바쁜 선수를 위해 미래의 팀 기둥을 포기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류현진은 퀄리파잉 오퍼를 수용해 FA를 일 년 유예했다. 13일(이하 한국시간) 현재 성적(5승 1패, 평균자책점 1.72)으로 미루어 올 겨울 대박 상품으로 거듭날 가능성이 크다. 옳은 판단이었다. 그에게 7년간 7963만 달러(약 930억 원)를 투자한 다저스도 톡톡히 재미를 보았다.

다저스 소식을 전문으로 전하는 다저 블루는 “7년 전 다저스는 그를 불펜 요원으로 생각했다. 그런 투수에게 6173만 달러를 투자한 이유를 당시엔 잘 이해하지 못했다. 지난겨울도 비슷했다. 다저스는 5선발 체제를 이미 완성했다. 그런데도 퀄리파잉 오퍼를 던졌다. 결과적으로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평가했다.

류현진은 13일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홈경기서 8이닝을 던져 1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다. 볼넷 한 개와 탈삼진 9개를 맞바꾸었다. 8회 초 노히트노런을 놓쳤으나 두 경기 연속 완봉승은 여전히 가능했던 상황. 하지만 116개에 이르는 투구 수로 인해 9회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어느새 다승 공동 1위, 평균자책점 2위다.

류현진에게 퀄리파잉 오퍼를 던진 다저스의 선택은 현명했다. FA 시장의 냉각기를 감지하고 오퍼를 받아들인 류현진의 판단도 옳았다. 남은 것은 올 겨울 3라운드. 1,2라운드서 양측은 신중했고, ‘윈윈’의 결과를 낳았다.

다저스는 2년 전 37살의 리치 힐과 3년, 4800만 달러에 계약했다. 힐은 지난 2년간 23승을 올렸다. 다저스의 화살은 과녁을 적중했다. 32살의 류현진에겐 얼마를 제시할까?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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