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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밀착카메라] 32년 만에 없어진 지리산 통행세…다른 사찰은 여전히 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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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리산 '천은사'가 30년 넘게 받아오던 '문화재 관람료'를 이틀 전에 폐지했습니다. 그동안 사찰 앞 도로만 지나가도 통행료를 받아 왔습니다. 국립공원 안에 있는 25개 사찰 가운데 '입장료'를 폐지한 곳은 '천은사'가 처음입니다.

국립공원 사찰들의 끊이지 않는 '통행세 논란'을 밀착카메라 정원석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리산 3대봉 중 하나인 노고단입니다.

차를 타고도 지리산의 아름다운 산세를 즐길 수 있어 사시사철 등산객들이 끊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전남 구례에서 노고단으로 861번 도로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1인당 1600원을 내야했습니다.

1987년부터 천은사가 사찰 앞 도로를 지나간다는 이유로 통행료를 받아왔던 것입니다.

명목은 '문화재 관람료'.

매표소는 사찰에서 1km 가량 떨어져 있었습니다.

천은사에 들르지 않아도 돈을 받다 보니 논란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홍용진/전남 순천시 : '산적 통행료'죠. 진작 없어졌어야 하는데…]

차가 지금은 그냥 통과하고 있지만 전에는 여기서부터 도로를 막고 돈을 받아왔습니다.

등산객들이 많이 찾는 지리산 노고단으로 올라가는 길목에서 돈을 받은 것입니다.

하지만 지난 4월 29일부터 관람료를 더이상 받지 않기로 하면서 지금은 매표소를 모두 철거한 상태입니다.

지자체와 문화재청 등은 천은사 매표소 주변 도로를 사들이고, 탐방로 등을 정비해 주기로 했습니다.

[천은사 관계자 : 맨날 욕먹고 돈 받는 게 편하진 않잖아요. 폐지하는 걸로 하자… 아무래도 통행료가 없으면 편안한 마음으로 오실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는 거죠.]

국립공원 내 사찰 중 입장료를 받는 곳은 24곳입니다.

일부 사찰은 '통행세' 논란이 여전한 상황.

천은사와 불과 차로 10분 거리에 떨어져 있는 화엄사 매표소입니다.

여기도 지리산으로 올라가는 길목에 자리를 잡고 있는데요.

여기서부터 화엄사까지는 무려 거리가 1.3km나 되는데 이곳에서부터 요금을 받고 있습니다.

화엄사를 방문하지 않아도 내야 합니다.

[문화재를 구경하시는 게 아니고 절에 가시는 게 아니라도 이쪽으로 들어가시니까. (통행료를 내라는 거잖아요.) 뭐 엄격히 얘기하면 통행료겠죠.]

걸어서 올라가는 등산객도 예외는 아닙니다.

화엄사 바로 옆에는 지리산 노고단으로 이어지는 등산로 입구가 있습니다.

이렇게 국립공원공단이 운영하는 무료 등산로를 이용하겠다고 할 때에도 관람료는 내고 오는 수밖에 없습니다.

[변진호/서울 송파구 : 저같이 화엄사는 방문 안 하고 통행만 하는 사람에게 징수하는 건 좀 불합리라고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3년 전 국립공원공단이 개통한 속리산 세조길입니다.

조선 7대왕 세조가 피부병을 치료하기 위해 찾았다는 길입니다.

개통 후 매년 60만-70만명씩 찾는 관광명소가 됐습니다.

무료로 개방하는 국립공원에 있지만, 세조길은 법주사에 돈을 내야 걸을 수 있습니다.

[등산객 : 여기 국립공원 관리비라고 생각하고 낸 거거든요. 이거 거의 모르는 사람이 많을 것 같은데요?]

세조길을 통해 천왕봉으로 향하는 등산로로 들어설 수도 있습니다.

등산만 하더라도 입구부터 돈을 받다보니까 성인 1명당 4000원 씩을 속리산 법주사에 내야만 하는데요.

신도가 아닐 경우에는 이곳에서 도보로 20여분 떨어진 곳에 주차비도 내야 합니다.

[방문객 : 사찰에 들어갈 사람은 (사찰) 입구에서 매표하면, 안 가고 등산만 가는 게 확연히 구별되잖아요.]

국립공원 내 사찰 중 카드 결제가 안되는 곳도 설악산 신흥사 등 8곳에 달합니다.

조계종이 입장료 징수가 당연하다며 배포하고 있는 안내서입니다.

내용을 보면요, '사찰 관리를 위해서는 입장료가 필요하다' 그리고 '외국에 비하면 입장료가 저렴하다'는 주장입니다.

그런데 정작 사찰이 아닌 산에 오르는 사람에게까지 비용을 받는 것이 정당한지는 빠져 있습니다.

정원석, 유규열, 김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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