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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또 조현병…이번엔 10대 “위층 할머니가 자꾸 머릿속에 들어와” 흉기 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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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행 현장 본 아버지가 신고

보건소 ‘정신질환’ 등록 안돼



경향신문

24일 조현병을 앓던 10대가 할머니를 흉기로 숨지게 한 현장을 취재진이 살펴보고 있다. 창원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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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형 정신분열증(조현병)을 앓던 10대 남성이 위층에 사는 할머니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경남 마산중부경찰서는 살인 혐의로 ㄱ군(18)을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고 24일 밝혔다.

ㄱ군은 이날 오전 9시5분쯤 창원시 마산합포구 한 아파트 6층에서 본인의 집 위층에 사는 ㄴ씨(74)를 수차례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ㄴ씨는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다.

경찰 조사 결과 ㄱ군은 이날 오전 8시쯤 흉기를 들고 위층 집 문을 두드렸다. ㄴ씨와 잠시 대화를 나눈 ㄱ군은 ㄴ씨가 집에 들어간 후 자기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1시간여를 승강기 옆에서 기다렸다가 ㄴ씨가 나타나자 흉기를 휘둘렀다. ㄱ군은 범행 후 인근 미술관에서 손을 씻고 집으로 귀가했다. 범행이 일어난 이후 현장을 본 ㄱ군 아버지 등의 신고로 ㄱ군은 자신의 방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ㄱ군 아버지는 범행 당시 집에 있었지만 ㄱ군의 행동을 알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ㄱ군 아버지는 아들이 1년 전부터 피해 할머니와 층간 소음으로 몇 차례 다툼이 있었고 이날도 피해 할머니와 다툰 것으로 보인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ㄱ군은 조용한 성격에 학생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이상한 행동을 보여 부모 동의하에 2017년 고등학교 1학년 2학기 때 학교를 자퇴했다. 자퇴 이후 같은 해 12월31일 자신이 다니던 학교의 담을 넘어 들어가는 과정에서 경비원을 폭행(전치 4주)해 기소유예 처분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 8월17일에는 학교를 배회하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귀가 조치됐다.

ㄱ군은 자퇴 이후 여러 병원에서 정신질환 상담을 받았고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2월까지 창원의 한 병원에서 조현병 진단 기록으로 치료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의사와 ㄱ군 아버지는 입원치료를 권유했지만 본인의 완강한 거부로 무산됐다.

ㄱ군은 보건소(정신건강복지센터)에 정신질환자로 등록돼 있지도 않았다. 경찰은 ㄱ군의 정확한 정신과 치료와 처방 기록 등을 확인하고 있다. ㄱ군은 평소 애니메이션을 보거나 게임을 하거나 운동 등을 하며 대부분 혼자 지낸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ㄱ군은 경찰에 “중학교 때부터 애니메이션을 보고 좋아한다. 할머니가 내 머릿속에 들어와 몸이 움직일 때마다 내 뼈가 부서지는 것 같았다. 할머니가 죽어야 내가 살 것 같아 처음에는 스스로 죽기를 바랐다”며 “그러나 그때까지 기다리면 내가 죽을 수 있다는 생각에 전날 밤 할머니를 죽이겠다고 마음먹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남경찰청 프로파일러는 “ㄱ군은 망상과 이상한 소리로 행동하고 감각이 움직이는 전형적인 편집형 조현병이라고 판단된다”며 “관리가 되지 않은 정신질환자는 환절기에 감정변화가 크다”고 밝혔다. 경찰은 “ㄱ군이 자신의 잘못을 잘 알고 있는 수준”이라며 정확한 범행 동기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김정훈 기자 j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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