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스틀룩 우친!" 문재인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아시가바트 대통령궁 연회장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서 구르반굴리 베르디무하메도프 대통령과 건배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우정을 위하여'라는 의미의 현지어인 "도스틀룩 우친!"이라고 말하며 건배를 제의했다. /청와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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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정상 외교' 때 간단한 현지어 사용…말레이 방문 때 외교 결례 논란도
[더팩트ㅣ청와대=신진환 기자] 외국인이 한국어로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면 기분이 어떨까요. 낯선 이방인이 우리나라 말로 인사하니 신기하면서도 무척 더 반갑게 느껴질 것입니다. 평범한 일반 외국인도 이럴진대 한 나라의 정상이 방문한 나라의 모국어로 인사한다면, 그 나라 사람들은 더 친숙하게 받아들이고 한국에 대한 우호적인 감정이 들지 않을까요?
그래서인지 문재인 대통령은 정상 외교에서 자주 그 나라 언어로 인사하거나 건배사를 제의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해당 나라 모국인들과 유대감을 더 강화하려는 일종의 '전략'으로 보입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6일부터 7박 8일 일정으로 취임한 뒤 처음 중앙아시아 3개국(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순방길에 올랐습니다. 모두 국빈 자격인데요, 문 대통령은 이번에도 비슷한 장면을 연출했습니다.
19일(이하 현지시간) 중앙아 순방 두 번째 방문국인 우즈베키스탄(우즈벡) 의회에서 연설했습니다. 한국 대통령으로는 사상 처음입니다. 문 대통령은 우즈벡 국민과 나그마틸라율다셰프 상원의장 등 주요 인사들을 언급한 뒤 "앗쌀롬 알레이쿰!"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안녕하세요'라는 현지 인사말입니다. 끝인사도 현지어로 했는데요, 문 대통령은 '감사합니다'는 뜻인 "라흐맛!"이라고 외치며 9분여의 연설을 마쳤습니다.
문 대통령은 같은 날 마르지요예프 대통령과 공동 언론발표할 때도 "앗쌀롬 알레이쿰"이라며 말문을 열었는데요. 그 뒤 우리 국어로 말을 이어가면서 양 정상은 양 국민의 우호 증진을 위해 노력 구체적·실질적 협력 사업 추진 한반도와 중앙아시아 및 유라시아의 평화·번영을 위해 긴밀히 협력한다 등의 내용을 발표했습니다. 연설 말미에 우즈벡의 환대에 사의를 표하면서 끝으로 "라흐맛!"을 외치며 양국 공동 언론발표를 마쳤습니다.
○…첫 방문국인 투르크메니스탄(투르크멘)에서도 '깨알' 현지어를 구사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17일 트루크멘 수도 아시가바트에 위치한 대통령궁에서 구르반굴리 베르디무하메도프 대통령이 주최한 국빈 만찬에 참석했습니다. 양국의 정부 대표단 등 약 100여 명이 함께 자리했는데요.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우정을 위하여'라는 의미의 현지어인 "도스틀룩 우친!"이라고 말하며 건배를 제의했습니다. 분위기가 화기애애했겠죠?
문 대통령은 오는 21일부터 23일까지 마지막 순방국인 카자흐스탄을 방문합니다. 먼저 알마티에서 동포간담회 일정을 가진 뒤 수도인 누르술탄으로 이동해 토카예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과 국빈오찬을 갖습니다. 또 나자르바예프 초대 대통령 면담 및 친교만찬 등의 일정을 가질 예정인데요. 카자흐스탄에서도 현지어를 쓸지 관심이 쏠립니다.
"필렌 당크(Vielen Dank)!"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7월 5일 오후(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연방총리실 청사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함께 언론발표를 하는 모습. 당시 문 대통령은 독일어로 인사말과 감사의 뜻을 밝혔다. /청와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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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이 외국에서 최초로 사용한 현지어는 독일어입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7월 당시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의 정상회담 뒤 공동 언론발표에서 독일식 저녁 인사인 "구텐 아벤트(Guten Abend)!"라고 인사했습니다. 또, 발언을 마무리하면서 '매우 감사하다'는 뜻인 "필렌 당크(Vielen Dank)!"라고 말하며 웃음을 보였습니다.
이에 메르켈 총리는 "당케 쇤(Danke sch¨on)이라고 화답하면서 미소를 띠었는데요. 문 대통령이 다소 투박하고 서툴게 독일어를 썼음에도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호감을 표시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당시 문 대통령의 독일 방문은 취임 이후 미국에 이은 두 번째 해외 방문이었는데, 첫 방미 당시에는 공식 석상에서 영어를 쓰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문 대통령이 독일에 더 의미를 담아 호감을 보였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었습니다.
○...친숙함을 표현하려다 현지어를 잘못 사용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3일 말레이시아를 국빈 방문했을 때 마하티르 모하맛 말레이시아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기자회견을 가졌습니다. 이때 문 대통령은 회견 시각에 맞춰 오후 인사인 '슬라맛 소르(Selamat sore'’라는 현지어로 인사했는데요.
이후 일부 어학 전문가들이 이 말은 말레이시아가 아닌 인도네시아의 오후 인사라고 지적했습니다. 말레이어의 오후 인사말은 '슬라맛 쁘땅(Selamat petang)'이라며 말이죠. 특히 문 대통령이 쓴 '슬라맛 소르'라는 표현은 '슬라맛 소레'라는 인도네시아어 발음을 영어식으로 한 발음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우리 정부가 외교적 결례를 범했다는 논란이 일었습니다.
논란이 거세지자 청와대는 지난달 20일 "방문국 국민들에게 친숙함을 표현하고자 현지어 인사말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혼선이 발생했다"며 잘못된 인사말 표현을 사용한 점을 인정했습니다. 이 때문에 이번 중앙아시아 순방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가 문 대통령이 현지어를 쓸지 여부였습니다. 그런데 문 대통령이 트루크멘에 이어 우즈벡에서도 현지어를 쓰면서 문 대통령의 '외국어 외교'는 현재진행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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