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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장애인이 '어떤 옷'을 입는지는 중요하지 않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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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박진영 기자] [장애인의 날]장애인 전문의류 제조업체 '베터베이직' 박주현 대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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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현 베터베이직 대표 /사진제공=이베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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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은 아무 옷이나 입어도 된다고요?"

첫 딸을 낳고 10여년이 지나 둘째가 생겼다. 큰 나이 터울에 당혹스럽기도 했지만 "더 정성껏 잘 키워보자"고 생각해 일도 그만두고, 누가 봐도 공들인 태교에 돌입했다. 하지만 출산시 의료사고로 건강히 태어나야 했던 둘째는 태어나자마자 '뇌병변 장애인'이 됐다. 질식으로 인한 뇌손상이 심각했다.

"장애인이 사는 세상을 전혀 알지 못했다"는 장애인 전문 의류업체 박주현 베터베이직 대표(47)의 이야기다. 이렇게 태어난 딸은 13살이 됐다. 처음부터 음식을 먹어보지도, 스스로 마음껏 움직이지도 못하고 엄마에게 웃어주지도 못하는 딸의 장애를 받아들이기까지 오랜시간이 걸렸다. 5년 간의 의료소송도 했다. 딸이 유치원에 들어가고 나서야 태교로 시작했던 '퀼트'를 다시 시작하게 됐고, 이것이 딸과 같은 장애인들의 의류를 만드는 사업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게 됐다.

"아이가 뇌손상이 심하다보니 몸이 굳는 '강직'이 굉장히 심해요. 팔이 구부러지지 않아서 옷을 입히고 벗기기가 매일 '전쟁'입니다. 이런 경우 대부분의 가정에서 장애인 가족에게 엄청나게 큰 옷을 사서 입히는데, 너무나 볼품없을 뿐더러 불편해서 아이들(장애인 아동들)을 더욱 초라해 보이게 합니다."

박 대표는 "장애인에게 '예쁜 옷'을 입히는 것이 중요하냐?"는 질문에 대해 "아이가 '폼도 안나게' 옷을 입는게 너무나 싫다"고 말한다. '아이들'(장애아동)에 대한 편견이 여전히 존재하는데, 아무 옷이나 입혀도 되는 존재, 옷에 신경써주지 않아도 되는 후줄근한 존재가 되는 것이 싫다는 것. 또 무엇보다도 본인들에게 '딱 편한' 옷을 입을 필요가 있다. 박 대표는 그런 욕구와 권리가 장애인들에게 있고, 예쁘게 입어야, 사람들도 더 소중하게 대한다고 믿는다.

박 대표는 이에 '예쁜 옷'을 구해서 딸 아이에 맞는 '맞춤옷'을 제작해 입히기 시작했다. 강직된 팔에 잘 입힐 수 있고 밥을 먹을 수 없어 장에 뚫은 '위루관'이 통과할 수 있는 옷 등 필요에 맞게 리폼해 입히기 시작했다. 의류관련 전문 지식이 없었지만 3년여간 꾸준히 의류제작 관련 강의를 듣고, 장애인 의류에 있어 앞서있는 해외 서적 및 사례들도 참고했다. 이 같은 시도가 이어져 '베터베이직'을 직접 론칭하게 됐고, 최근에는 이베이가 운영하는 전자상거래몰 옥션의 장애인 용품 전용관 '케어플러스'에도 입점해 판매를 시작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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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터베이직' 이지 점프수트 /사진제공=베터베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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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제품으로는 '브라패드 바디수트'가 있다. 여자 장애 청소년들이 2차 성징에 따라 가슴이 커지게 되면 스포츠브라를 착용하더라도 금방 위로 올라가 보호자가 잠시 한눈을 팔면 민망한 상황이 펼쳐지기 일쑤다. 겉옷의 경우도 헐렁한 옷을 구해도, 입히기가 쉽지 않고 말려 금방 말려올라간다. 이에 위아래가 붙어있는 일체형 수트형으로 의류를 만들고, 따로 속옷을 입지 않아도 되게끔 패드를 부착했다. '옆구리 트임' '어깨 트임' '뒤 트임' 'G-튜브 트임' 등 개개인의 신체 특성에 맞는 다양한 옵션도 반영해 제작한다.

또 장애인의 몸도 일반인의 제각각 다른 신체와 같이 '하나의 특성'으로 받아들이도록 '유니버설'(장애인-비장애인 공용) 디자인 제품들도 지속적으로 개발해 나갈 예정이다.

박 대표는 "브랜드 론칭 후 장애인 가정으로부터도 반응이 딱 두가지로 나뉜다"고 말한다. 여전히 먹고 사는 것이, 뒤치다꺼리를 하기만도 벅찬 삶인데 '옷'이 문제냐고. 또 하나는 "정말 옷 한번 입히기도 매일 너무 지치는데, 꼭 필요한 제품들이라 정말 감사하다"고. 박 대표는 모두 '너무나 이해가 가는 반응들'이라고 말한다.

"항상 더 위급하고, 중요한 일이 많으니까 '무슨 옷 타령' 하게 되는 거죠. 옷이 얼마나 불편했는지 문제점조차 인식 못하고 사는거죠. 하지만 막상 입혀보면 입히는 사람도, 입는 장애인도 이렇게 더 나은 생활을 할 수 있구나 알게 됩니다. 또 옷을 통해 장애인에 대한 인식도 많이 변화되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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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두번째부터)뇌병변장애인 딸, 박주현 베터베이직 대표가 함께 베터베이직 의류를 입고 찍은 가족사진 /사진제공=베터베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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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jy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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