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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밀착카메라] 30m 나무, 인도로 '쿵'…무차별 벌목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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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개발을 한다거나 환경 정비를 하겠다면서 수십년 된 나무를, 무턱대고 베어버리는 일이 여기저기서 벌어집니다. 주민들에게 동의를 구하지도 않습니다. 이런 무분별한 벌목으로 인한 아찔한 상황도 있습니다.

밀착카메라, 정원석 기자입니다.

[기자]

대전 유성구 테크노밸리 인근의 생태하천입니다.

원래 물이 흐르지 않던 곳에 물길을 만든 곳인데요.

얼마 전 나무를 모두 잘라내 버리는 바람에 이렇게 밑동만 남아 있는 상태입니다.

물 주변에 많던 나무는 한 그루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김용섭/주민 : 큰 나무, 작은 나무 많았어요. 갑자기 잘려서 좀 이상하더라고…]

지난해 폭우로 물이 불어날 당시 나무들이 물 흐름에 방해가 됐다고 해 구청 측이 모두 베어낸 것입니다.

일부 주민들은 벌목과 관련된 의견을 묻거나 이유를 밝히는 절차가 부족했다고 주장합니다.

[주민 : 이유 설명도 없이 하루아침에 그냥 다 잘라버리니까 우리도 너무 황당하더라고요. 나무를 못 심을망정 잘린 거 보니까 너무 아깝고…]

충북 보은의 삼년산성으로 가는 길목입니다.

양쪽으로 줄줄이 늘어선 느티나무가 눈에 띕니다.

여름이면 가지들이 울창한 숲터널을 이뤄 사진 촬영 명소로 손꼽힙니다.

좀 더 안쪽으로 들어와 보면 이렇게 한쪽 면의 느티나무가 전부 제거된 상태입니다.

현재 이렇게 뿌리째 뽑는 작업이 진행 중인데요.

남은 한쪽에 있는 느티나무들과 건너편에 있는 느티나무 100여 그루 모두 조만간 뽑을 예정입니다.

나무가 자라면서 주변 과수원에 피해를 주고, 보행에도 피해를 준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김재철/주민 : 20년 동안 키웠잖아, 나무를…한여름에 와서 쉬는 사람도 많았어요. 밭 농작물 피해 때문에 그래요. 농민들이 진정을 내서…]

하지만 반대 여론이 커지자 민간업체를 통해 남은 나무들은 옮겨심기로 했습니다.

도심 일부에서는 개발이라는 이유로 무분별한 벌목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

초·중·고 4개 학교가 몰려 있는 서울 강남의 한 재건축 공사 현장입니다.

지난 16일 등교 시간에 찍힌 영상입니다.

인도 옆으로 커다란 나무가 갑자기 버스정류장 쪽으로 쓰러집니다.

당시 정류장에는 사람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그 전날에도 잘린 나무가 인도로 넘어졌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초등학생 : 버스를 타려고 앉아 있었어요. 우당탕탕 소리가 나는 거예요. 그래서 아주머니가 뒤를 보시고 '아이야 위험해!' 말해주셔서 딱 뒤를 봤는데 나무가 쓰러지고 있어서 엄청 정신없이 뛰어서 (겨우 피했어요.)]

부모도 가슴을 쓸어내립니다.

[아이 부모 : 도심 한복판에서 쓰러진 나무에 깔려서 죽을 뻔한 그런 일이 있으면 안 되겠죠.]

인명 사고로 이어질 뻔했던 재건축 공사 현장입니다.

벌목으로 쓰러진 나무가 건물 6층 건물보다도 훨씬 높아서 최소 20m는 넘을 것 같은데요.

주변에는 펜스 등 안전장치가 전혀 없는 상황입니다.

구청 측은 뒤늦게 공사 현장 안쪽으로 나무를 당기는 기계를 사용하고, 현장에 안전지도원을 배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면밀한 계획 없이 가로수를 심었다가 예산만 낭비한 경우도 있습니다.

충북 보은군 25번 국도 변 대추나뭇길입니다.

10여 년 전 보은군이 대추축제를 열겠다며 인근에 심은 대추나무는 1900여 그루.

하지만 지금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정작 축제 장소를 바꾸면서 보은군은 운전자 시야를 방해한다는 이유로 모두 없앤 것입니다.

풍요의 상징으로 불리는 대추나무가 지금은 이렇게 밑동만 남았습니다.

철저한 계획 없이 나무를 심고, 다시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나무들을 자르는 행태, 더이상 반복돼서는 안 될 것입니다.

정원석, 정상원, 김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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