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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IF] 지구로 오는 소행성, 우주선과 충돌시켜 궤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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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세상을 떠난 세계적 천체물리학자 고(故) 스티븐 호킹 박사는 말년에 강연을 통해 소행성 충돌 위험을 경고했다. 수백 미터 규모의 소행성이 지구로 떨어지면 대도시가 단숨에 사라지고, 인류 멸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구 근처를 지나는 소행성이 많아 충돌 위험은 더이상 소설 속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호킹 박사의 경고가 통한 것일까. 최근 소행성의 위협을 과학기술로 막아내는 '지구 방어 프로젝트'가 조금씩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지난 12일(현지 시각) "오는 2021년 소행성에 우주선을 충돌시키는 6900만달러(약 785억원) 규모 사업을 민간 우주개발 업체 '스페이스X'에 맡겼다"고 밝혔다. NASA는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에 실은 우주선으로, 지구를 향해 오는 소행성 디디모스에 물리적 충격을 가해 궤도를 바꿀 계획이다. 성공할 경우 미국 텍사스주(州) 크기의 소행성을 부순 할리우드 영화 '아마겟돈'(1998년 개봉)의 현실판이 되는 셈이다.

우주선으로 소행성 궤도 수정

소행성 디디모스는 지름 780m인 디디모스A와 지름 163m인 디디모스B로 이뤄져 있다. 작은 소행성인 디디모스B가 달처럼 디디모스 A 주변을 돌고 있다. NASA는 두 행성의 속도와 궤도를 바꾼다는 뜻에서 프로젝트 이름을 '쌍(雙)소행성 궤도 수정 시험(Double Asteroid Redirection Test·DART)'이라고 명명했다.

조선비즈

그래픽=김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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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RT 사업은 우주선을 소행성에 충돌시켜 궤도를 바꾼다는 점에서 핵폭탄으로 소행성을 산산조각 내버린 영화 '아마겟돈' 속 설정과는 다르다. DART 우주선은 2021년 6월 미 캘리포니아주 반데베르크 공군기지에서 발사될 예정이다. 이 우주선은 태양광 발전으로 동력을 얻어 비행해 2022년 10월쯤 지구로부터 1100만㎞ 떨어진 지점에서 소행성 디디모스B와 충돌할 계획이다. 초속 6㎞의 빠른 속도로 충돌시켜 처음으로 소행성의 속도와 궤도를 인위적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NASA는 이 충돌로 소행성 속도가 줄어드는 정도가 1%에 불과하지만, 충돌 지점이 워낙 멀어 소행성이 지구로 떨어질 가능성은 크게 낮아질 수 있다고 본다. 궤도가 틀어지는 정도가 작더라도 먼 거리를 날아가다 보면 지구에서 멀어지는 거리도 점점 커지기 때문이다.

NASA는 디디모스처럼 크기가 크고 지구 근처로 날아오는 소행성을 '잠재적 위험 소행성'으로 분류하고 있다. 지름이 140m가 넘고 지구에서 750만㎞ 이내로 지나갈 경우 충돌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NASA는 이런 소행성만 태양계에 1만5000개가 있다고 파악하고 있다. 최기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박사는 "소행성 위협에서 벗어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핵폭탄으로 파괴하는 것인데 영화와 달리 변수가 많은 우주 공간에서 사용하기에는 아직 위험성이 크다"며 "이 때문에 NASA도 우주선 충돌로 궤도를 바꾸는 시도를 먼저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전은 2135년 소행성 '베누'

NASA는 DART 프로젝트의 경험을 향후 실제로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큰 소행성을 물리치는 사업에 적용할 예정이다. NASA가 현재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보는 소행성은 1999년 발견된 소행성 '베누'이다. NASA는 이 소행성이 오는 2135년 2700분의 1의 확률로 지구로 떨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크기는 500m로 크지는 않지만 무게가 1억4000만톤이 넘어 그대로 충돌할 경우 피해가 상당할 전망이다.

NASA는 소행성 베누의 충돌에 대비해 길이 9m·무게 8.8톤 규모의 우주선 '해머'(HAMMER)를 개발하고 있다. 이 우주선은 '망치'를 뜻하는 이름처럼 여러 차례 소행성과 부딪혀 소행성을 지구 궤도 밖으로 밀어낸다는 계획이다. 과학자들은 베누를 사정권에서 밀어내려면 최소 10년간 50차례 충돌시켜야 한다고 보고 있다. NASA는 소행성을 자동으로 추적할 수 있도록 우주선 해머에 자율주행 기능을 탑재하는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최인준 기자(pe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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