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철 감독.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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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감독의 OK저축은행 부임설이 김 감독의 대표팀 잔류로 마무리되는 듯 했지만, 김 감독이 먼저 OK저축은행에 감독을 하고 싶다는 뜻을 표명한 것이 밝혀지면서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대한배구협회 최천식 경기력향상위원장은 17일 "어제 OK저축은행과 김호철 감독과 모두 이야기를 했다. 김 감독이 OK저축은행 감독을 맡고 싶다고 먼저 제안했다는 걸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 대표팀을 앞으로 잘 이끌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 감독은 현재 전화 연락이 닿지 않는 상태다. 협회에는 심경이 복잡해 오늘 열리는 경기력향상위원회에는 참석하지 못하겠다는 뜻을 알렸다.
OK저축은행을 이끌던 김세진 감독은 지난달 3시즌 연속 성적 부진을 책임지기 위해 사의 의사를 밝혔고, 구단도 받아들였다. 이후 석진욱 수석코치의 승진이 예상됐다. 하지만 석 코치의 감독 부임은 차일피일 미뤄졌다.
그러면서 김호철 감독의 OK저축은행 감독설이 점점 흘러나왔다. 급기야는 김 감독이 OK저축은행으로 간다는 보도가 나왔다. 대표팀 감독을 맡고 있는 김 감독을 데려가려고 하는 OK저축은행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그러자 김 감독은 OK저축은행 감독설에 선을 그었고, 지난 15일 김 감독이 오한남 협회장을 면담한 후 대표팀에 전념하기로 했다.
그렇게 일단락되는 것처럼 보였지만, 구단의 이익을 위해 대표팀 감독까지 데려오려 했던 OK저축은행이 비판을 받자 억울함을 표시했다. 그리고는 "김호철 감독이 먼저 감독을 맡고 싶다"고 밝히면서 진흙탕 진실공방 싸움을 시작했다.
지난해 OK저축은행 배구단 모습. [사진 한국배구연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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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협회 확인 결과 김호철 감독은 스스로 OK저축은행에 먼저 감독직을 제안했다는 것을 인정했다. 이에 따라 배구협회는 스포츠공정위원회(옛 상벌위원회) 회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김 감독의 징계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최천식 위원장은 "먼저 (감독직을) 제안한 김호철 감독과 그 제안을 받아 협의를 하고 감독직을 맡기려고 한 OK저축은행이 모두 잘못한 상황이다. 그러나 OK저축은행은 배구연맹 소속이기 때문에 협회에서 따로 징계할 수는 없다"고 했다. 한국배구연맹 관계자는 "실제로 김호철 감독이 OK저축은행을 갔다면, 징계가 예상됐지만 결과적으로 이뤄지지 않아서 OK저축은행에 징계를 내리기는 쉽지 않다"고 전했다.
이런 논란으로 인해 대표팀 감독에 대한 품격이 떨어졌다. 협회는 지난해 2월 국가대표팀 전임감독제를 도입했다. 김호철 감독은 초대 사령탑에 올랐다. 김 감독의 전임 감독 계약 기간은 2018년 3월부터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까지이며, 2020년 도쿄올림픽 이후 중간평가를 통해 재신임 여부를 묻는다.
김 감독은 대표팀 감독을 맡으면서 프로팀으로 옮기지 않는다고 약속했다. 또 지난 1월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국제대회에서 부진한 남자배구 대표팀을 부활시키겠다는 각오를 보였다. 특히 내년에 열리는 도쿄올림픽에 2000년 시드니 대회 이후 20년 만에 반드시 올라가겠다고 다짐했다.
올림픽 본선행 티켓을 딸 수 있는 기회는 오는 8월에 열리는 대륙간 예선과 11월 또는 내년 1월 열리는 지역 예선이다. 이런 중요한 대회를 준비해야 하는 시기에 김 감독은 대표팀을 떠날 생각을 한 것이다. 그 제안에 맞장구를 친 OK저축은행은 한국 배구의 미래를 생각하지 않았다.
대표팀 선수들을 지도하는 수장이 먼저 대표팀을 떠나려고 했다는 게 알려지면서 권위에 금이 간 상황이다. 전임 감독제도를 계속 이끌 동력도 떨어졌다. 5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하고 아쉽게 시즌을 마무리한 OK저축은행도 어수선한 분위기를 이어가게 됐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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