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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IF] SF 영화 속 첨단 로봇, 진짜 우주 누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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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지난 8일(현지 시각) "이달 말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우주 비행사의 업무를 보조하고 각종 우주 실험을 수행할 수 있는 소형 로봇 '애스트로비(Astrobee)' 3대를 투입한다"고 밝혔다. 한 변이 32㎝인 정육면체 형태의 이 로봇은 1977년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스타워즈-새로운 희망'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됐다고 한다. 영화에 주인공 루크 스카이워커가 구(球) 모양의 드로이드(로봇)를 이용해 광선검 훈련을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애스트로비가 형태·기능 면에서 그 로봇과 매우 흡사하다. 어린 시절 스타워즈를 보고 꿈을 키워온 NASA 연구원들이 수십 년이 지나 영화 속 로봇을 실제 우주 공간에 구현한 것이다.

SF(공상과학) 영화 속 첨단 로봇이 속속 현실 세계에 선을 보이고 있다. 이들의 주 무대는 우주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우주개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우주에서 사람과 같이 탐사 활동을 할 로봇도 주목을 받고 있다. 우주는 지상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고에너지 방사선이 많고, 수백 도의 고온에서부터 극저온까지 내려가는 위험한 환경이다. 이 때문에 로봇이 활동할 영역도 넓어질 수밖에 없다. SF 영화에서 영향을 받아 개발이 시작된 우주 로봇들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등장하게 될까.

영화 속 AI 로봇은 50년 만에 실현

ISS에 투입되는 소형 로봇 애스트로비는 NASA 에임스연구센터에서 개발했다. 한쪽 면 중앙에 달린 기계 팔로 우주정거장 시설과 장비를 점검하고, 간단한 수리를 할 수 있다. 본체에 장착된 고성능 카메라와 센서로 정거장 내부의 방사선량과 온도, 소음 정도를 측정해 지상으로 전송한다. 정거장 내부를 충돌 없이 떠다니는 '자율주행' 기능도 갖췄다. 전력이 떨어지면 자동으로 충전소를 찾아간다.

우주를 무대로 한 SF 영화는 애스트로비처럼 사람과 함께 생활하는 로봇이 단골 소재다. 우주 SF의 고전이라 불리는 1968년 작(作) 영화 '2001 스페이스오디세이'는 목성 탐사선을 운영하는 인공지능(AI) 컴퓨터 '할(HAL)'을 등장시켰다. 이 작품의 설정은 영화 개봉 50년 만인 지난해 12월 일부 현실로 이뤄졌다. 우주항공 기업 에어버스IBM, 독일우주센터(DLR)가 공동으로 AI 로봇 '사이먼(CIMON)'을 개발해 ISS에 투입한 것이다.

조선비즈

그래픽=양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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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먼은 무게 약 5㎏의 동그란 배구공 모양으로, 우주정거장에 가기 전 수개월간 우주비행사의 얼굴과 음성을 인식하는 훈련을 거쳤다. 지금은 우주인이 정거장 내 복잡한 절차를 물으면 전면의 액정 화면을 통해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설명해주고 있다. 사이먼은 내부에 장착된 14개의 회전 날개를 돌려 우주정거장 내부를 스스로 떠다닌다.

러시아연방우주국은 인간형 로봇(휴머노이드) '페도르'를 개발했다. 오는 8월 ISS에 보낼 예정이다. 사람처럼 팔다리를 갖춘 이 로봇은 다친 우주비행사를 치료하거나 각종 과학 실험, 우주선 보수 유지 업무를 맡는다.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에 여러 차례 등장해 인기를 모았던 휴머노이드 'C-3PO'처럼 우주 비행을 돕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사람 동작 따라 하는 '아바타' 로봇

사람의 분신이 돼 우주를 누비거나 사람이 직접 탑승하는 대형 로봇 개발도 활발하다. 일본 로봇 개발 업체 멜틴MMI는 일본항공우주국(JAXA), 일본 항공 기업 ANA와 공동으로 지구에서 원격 조종할 수 있는 아바타 로봇 '멜탄트 알파'를 개발하고 있다. 지상의 과학자가 양손에 웨어러블(장착형) 장비를 착용하고 특정 동작을 하면 멀리 떨어진 로봇이 똑같이 움직이는 방식이다. 멜틴MMI 관계자는 "내년 초 ISS에서 로봇 성능을 확인한 뒤 장차 달, 화성에도 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멜탄트 알파는 영화 '리얼 스틸'에서 격투 로봇이 사람의 동작을 따라 하며 싸우던 것과 원리가 비슷하다. 영화의 주인공인 로봇 '아톰'은 고성능 카메라와 인공지능으로 시간 차가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사람 동작을 실시간 따라 한다. 영화 속 로봇에 비하면 멜탄트 알파는 아직 걸음마 단계이다. 한 손으로 들어 올릴 수 있는 무게가 2㎏ 정도에 불과하다.

영화 '아바타'에는 사람이 탑승해 조종하는 대형 로봇이 나온다. 이 로봇은 키가 5m를 넘는다. 로봇 머리 부분에 사람이 탑승해 조종 스틱으로 로봇 팔을 조종해 나무를 들고 돌을 옮길 수 있다. 지난 2017년 국내에서 이와 비슷한 탑승형 로봇 '메소드2'가 개발됐다. 높이 4m, 무게 1.6t의 이 로봇은 가슴 부분 조종석에 사람이 들어가 조작을 할 수 있다. 그해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탑승해 화제가 됐다. SF 영화의 상상이 풍부해질수록 우주 로봇의 진화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최인준 기자(pe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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