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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 퀸' 등극한 고진영...LPGA투어는 이제 '진영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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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 퀸' 등극한 고진영...LPGA투어는 이제 '진영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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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영(가운데)이 8일(한국시간) 미션힐스 컨트리클럽에서 막을 내린 미국 여자프로골프 투어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호수에 뛰어들고 있다. 사진제공 | LPGA

고진영(가운데)이 8일(한국시간) 미션힐스 컨트리클럽에서 막을 내린 미국 여자프로골프 투어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호수에 뛰어들고 있다. 사진제공 | LPGA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메이저 퀸’에 등극한 고진영(24·하이트진로)이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데뷔 두 번째 시즌 만에 세계를 평정할 채비를 하고 있다. 바야흐로 ‘진영시대’가 도래했다.

고진영은 8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 미라지에 위치한 미션힐스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LPGA 투어 ANA 인스퍼레이션(총상금 300만달러)에서 최종 합계 10언더파 278타로 우승했다. 지난해 세상을 떠난 조부를 떠올리며 눈물을 펑펑 쏟은 고진영은 “16번 홀에서 버디했을 때 ‘우승할 수 있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홀이 남아있어 안심하지 못했다. 18번 홀에서 서드 샷을 치고난 뒤 ‘두 타차 선두’라고 얘기를 해줘서 알았다”고 말했다. 고진영은 ‘포피스 폰드’(Poppie’s Pond)로 불리는 연못을 등지고 시도한 마지막 버디 퍼트가 컵에 떨어지자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감격했다. 고진영은 “할아버지가 돌아가신지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 할아버지께서 보셨다면 크게 기뻐하며 눈물을 흘려주셨을 것 같다. 이 우승은 할아버지께 바치는 선물”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지난해 LPGA 투어 신인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한 고진영은 2년차 징크스를 비웃기라도 하듯 세계 최정상급 여자 골프 투어 무대를 평정할 기세다. 이번시즌 치른 6개 대회에 출전해 벌써 2승을 따낸 고진영은 상금과 올해의 선수 등 주요 부문 단독 선두로 고공 비행 중이다.

고진영(가운데)이 8일(한국시간) 미션힐스 컨트리클럽에서 막을 내린 미국 여자프로골프 투어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호수를 배경으로 우승트로피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 LPGA

고진영(가운데)이 8일(한국시간) 미션힐스 컨트리클럽에서 막을 내린 미국 여자프로골프 투어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호수를 배경으로 우승트로피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 LPGA


미국 데뷔 후 메이저대회 때마다 톱10에 들지 못해 ‘메이저 무관 징크스’ 얘기도 나왔지만 이날 보란듯 메이저대회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우승상금 45만 달러(약 5억 1000만원)을 받아 시즌 상금 100만 달러(약 11억 4000만 원)를 가장 먼저 돌파했다. ANA 인스퍼레이션 우승을 포함해 시즌 2승을 수확했고 준우승 2회, 3위 한 번 등 5차례나 톱3에 들었다. 올해의 선수상 포인트도 압도적인 1위(123점)다. 지금의 기세를 시즌 끝까지 이어가면 올해의 선수 뿐만 아니라 세계랭킹 1위 자리도 넘볼 수 있다. LPGA 공식 홈페이지는 이날 고진영의 메이저 퀸 등극 소식을 전하며 “9일 발표하는 세계랭킹에서 고진영이 1위로 올라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작 고진영은 “랭킹은 신경쓰지 않는다. 1등이든 2등이든 경기에만 전념하겠다. 내 목표는 여전히 행복한 골프선수다. 성적은 보너스일 뿐”이라고 말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행복한 골퍼가 되는 조건’이다. 그는 “샷이 원하는대로 됐을 때”라며 웃었다. 드라이버나 아이언이 똑바로 날아가 페어웨이와 그린 위에 떨어지고 퍼트도 원하는 곳으로 굴러가는 것을 의미한다. 원하는 대로 공이 날아가면 스코어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븐파와 언더파는 심리적으로도 큰 차이가 있다. 그는 “이번 대회에 임하며 메이저대회라는 점을 의식하지 않으려 엄청 노력했다. 캐디에게 특히 큰 도움을 받았다”고 밝혔다. ‘행복한 골퍼’라는 목표는 언뜻 최선을 다하는 과정이 지향점으로 보이지만 정상이라는 결과를 만들어내겠다는 의미도 담겨있다. 고진영은 시즌 초반 압도적인 성적을 내는 것에 놀랍지 않으냐는 내·외신 취재진의 질문에 “그렇지 않다. 동계훈련을 열심히했고 나 뿐만 아니라 코치와 매니저, 트레이너 등 팀원 모두가 열심히 했기 때문에 놀라운 결과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고진영이 미션힐스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ANA 인스퍼레이션 최종라운드에서 우승 트로피를 옆에 두고 티 샷 방향을 살피고 있다. 사진제공 | LPGA

고진영이 미션힐스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ANA 인스퍼레이션 최종라운드에서 우승 트로피를 옆에 두고 티 샷 방향을 살피고 있다. 사진제공 | LPGA


고진영은 각종 지표에서도 선두권으로 올라섰다. 평균타수 1위(68.75타)에 평균 퍼팅 수도 14위(29.17개)까지 수직 상승했다. LPGA투어 데뷔시즌에 29.92퍼트로 전체 91위였던 것과 비교하면 비약적인 발전이다. 깃대를 꽂은 상태로 퍼트할 수 있도록 바뀐 규정을 영리하게 이용한 것도 퍼트 수를 줄이는데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린적중률 1위(76.9%)에 퍼트 수가 줄어드니 자연스럽게 평균타수도 내려갈 수밖에 없다. 미국무대에 진출할 때부터 가족으로부터 독립해 홀로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는데 신인왕을 따낸 데뷔시즌 후에도 귀국을 미룬채 3주간 훈련을 했을만큼 노력파라는 점도 고진영의 끝이 어디까지일지 가늠하기 어렵게 만든다.


고진영은 “이제 데뷔 2년차다. 앞으로 몇 년을 더 할지 모른다. 겨우 2년차고 언니들은 10년이 넘은 경우도 많다. 따라가려면 더 많은 훈련을 하고 보완을 해야 한다. 언니들이 커다란 발자취를 남겨 주신 만큼 그 뒤를 조금이라도 따라갔으면 좋겠다. 앞으로도 열심히 하겠다”며 벌써 다음 대회로 시선을 돌렸다. 고진영의 멈추지 않는 발걸음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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