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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프로배구 V리그

16년을 함께 한 현대캐피탈 최태웅-여오현의 브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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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 1일 V리그 시상식장에서 만난 최태웅 감독과 여오현 플레잉코치. 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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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따라다녀요."(최태웅) "졸졸 따라다녀야죠."(여오현)

지난 1일 프로배구 시상식장에서 만난 현대캐피탈 최태웅(43) 감독과 리베로 여오현(41)의 얼굴은 미소로 가득했다. 2년 만에 왕좌를 되찾았다는 기쁨 때문이었다. 두 사람은 삼성화재(2000~2010년)부터 현대캐피탈(2013~2019년)까지 무려 16년을 선후배, 감독-선수, 감독-플레잉코치로 함께 했다. 수많은 영광, 그리고 아픔을 공유한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었다.

최태웅 감독은 2014-15시즌 V리그가 끝난 뒤 은퇴를 선언했고, 곧바로 코치 경력도 없이 사령탑에 올랐다. 현대캐피탈의 선택은 옳았다. 이듬해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고, 2016-17시즌엔 무려 10년 만의 챔프전 우승을 차지했다. 그리고 올 시즌 최 감독과 현대캐피탈은 2년 만에 다시 정상을 되찾았다.

최태웅 감독은 "나이를 거꾸로 먹는 것 같다"며 여오현 코치를 '숨은 MVP'로 꼽았다. 수비전문선수 리베로인 여오현은 정규시즌엔 후배 함형진과 교대로 출전하며 체력을 안배했다. 하지만 포스트시즌에선 서브 리시브와 디그(스파이크를 받아내는 것) 모두 맹활약했다. 특히 후위에서 점프하며 공격수에게 올려주는 2단 토스(리베로는 어택 라인 앞에선 언더토스만 가능)는 말 그대로 일품이었다. 여오현은 "시즌 때는 리시브에 집중했다. 출전시간은 적어도 경기를 계속 나가기 때문에 준비는 잘되어있었다. 감독님이 배려해주셔서 포스트시즌엔 100%를 보여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태웅 감독은 선수로 4번, 감독으로 2번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그는 "우승을 한 뒤에도 여러 가지 행사 때문에 푹 쉬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올 시즌 문성민, 전광인, 신영석 등 선수들 부상이 많았다. 사실 챔프전 3연승은 생각도 못 했다. 과정이 힘들었기 때문에 더 가치있는 우승 같다"고 했다. 여오현은 깨지기 어려운 기록을 세웠다. 2005년 원년부터 올 시즌까지 치러진 15번의 챔프전 중 무려 14번이나 출전해 10번 정상에 올랐다. 그는 "우승은 하면 할수록 좋다. 10번 했지만 늘 새롭다"고 기뻐했다.

최태웅 감독과 여오현 코치는 똑같이 슬하에 아들 둘을 뒀다. 하지만 교육관은 조금 다르다. 최 감독은 '배구를 하고 싶다'는 아들을 만류했고, 여오현 코치는 장남 광우(13)를 배구선수로 키우고 있다. 최태웅 감독은 "너무 힘든 길이란 걸 알기 때문에 말렸다.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하고 싶은 일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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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오현 코치는 "어렸을 때부터 경기장에 오다 보니 아들이 너무 하고 싶어 하더라.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시작했는데 나를 닮아 키가 작은 편이라 걱정"이라고 했다. 공교롭게도 광우군은 아버지와 같은 리베로가 아닌 최태웅 감독의 현역 시절 포지션인 세터다. 롤모델 중 하나도 최태웅 감독이다. 이 말을 들은 최 감독은 "사회 생활을 잘 한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최태웅 감독은 2009-10시즌 이후 FA 보상선수로 현대캐피탈로 이적했고, 여오현 코치는 12-13시즌 뒤 FA로 현대캐피탈 유니폼을 입었다. 최 감독이 "자꾸 나를 따라다닌다"고 웃자 여오현은 "졸졸 따라다니고 있다"고 답했다. 여오현은 "선수 시절엔 '형'이라고 불렀지만 지금은 사석에서도 '감독님'이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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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오현 코치와 최태웅 감독은 누구보다 서로를 잘 아는 사이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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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이 훌쩍 넘었지만 여오현은 여전히 코트에서 가장 큰 목소리로 선수들을 독려하고 몸을 날린다. 최태웅 감독은 "우리 팀엔 스타들이 많다. 그만큼 선수들을 잘 챙겨야 한다. 하지만 여 코치는 알아서 잘 하기 때문에 그럴 필요가 없다. 고맙다"고 했다. 여오현은 "감독님과 구단이 45살까지 현역으로 뛰는 '45세 프로젝트'를 만들어주셨다. 믿어주시는 만큼 보답하고 싶다"고 했다.

시즌을 마친 프로배구는 FA 협상이 한창이다. 여오현도 FA 자격을 얻었다. '여오현이 팀을 떠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던졌다. 두 사람의 답변이 걸작이었다. "(팀에 남기로)얘기가 다 됐어요. 구단에서 연락 왔지?"(최태웅) "전화 안 왔는데요? 그래도 제가 갈 데가 어딨습니까."(여오현). 다음 시즌에도 두 사람의 브로맨스는 이어질 것 같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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