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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IF] 영화 10억 편을 1g에… 궁극의 저장 매체 D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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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IT(정보기술) 기업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달 21일(현지 시각) 워싱턴대와 함께 합성 DNA에 디지털 정보를 저장했다가 다시 읽을 수 있는 자동 장치를 개발했다고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외부 조작 없이 영문 5글자인 'HELLO'를 DNA에 저장했다가 불러오는 데 성공했다. DNA에 정보를 저장하는 기술은 여러 차례 개발됐지만 정보 저장과 해독을 자동화한 것은 처음이다.

데이터 폭증 시대에 DNA가 차세대 저장 매체로 떠오르고 있다. DNA 저장 장치는 생명체의 유전 정보가 담긴 DNA를 이용해 디지털 정보를 저장한다. DNA 합성 과정을 통해 수많은 데이터를 기록하고 이후 DNA 해독 장비로 저장된 데이터를 읽는 방식이다. DNA는 냉장 보관할 경우 수천년 동안 원형이 유지될 수 있어 상용화될 경우 하드디스크(HDD) 등 기존 디지털 저장 매체를 빠르게 대체할 것으로 기대된다.

DNA 정보 저장·해독 첫 자동화

디지털 정보는 합성 DNA 속에 염기 형태로 저장된다. 염기는 DNA를 구성하는 최소 단위로, 아데닌(A)·구아닌(G)·시토신(C)·티민(T) 네 가지가 있다. 염기들이 연결된 염기 서열은 생명체라는 건축물의 설계도와 같다. 생명체는 DNA의 염기 순서에 맞춰 생명 현상을 관장하는 단백질을 합성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1만달러를 들여 영문 글자를 DNA 염기에 저장했다가 다시 디지털 정보로 바꾸는 장치를 개발했다. 먼저 'HELLO' 다섯 글자를 0과 1로 된 디지털 정보로 바꾸고 그에 맞춰 염기를 배치한다. 예컨대 00은 A로, 01은 G, 10은 C, 11은 T로 바꾸는 식이다. 다음은 이 염기들을 연결해 DNA를 만든다.

조선비즈

/그래픽=김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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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독은 저장의 역과정이다. 생명과학에 쓰는 DNA 해독 장비로 염기 서열을 알아낸다. 이를 다시 0과 1의 디지털 정보로 바꾸고 최종적으로 'HELLO' 다섯 자를 확인한다. 글자를 염기로 저장했다가 다시 디지털 정보로 바꾸는 데 총 21시간이 걸렸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올해 안으로 이를 12시간 이하로 줄이고, 내년부터는 자사의 데이터센터에서 DNA 정보 저장 서비스를 시범 도입할 계획이다.

DNA 저장은 200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연구가 시작됐다. 개발 초기에는 글자 하나를 겨우 저장하는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최근 DNA 합성 기술과 IT 발전에 힘입어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미국 스타트업 카탈로그 테크놀로지스는 내년부터 세계 최초로 상용 DNA 데이터 저장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 기업은 미국 위스콘신대 박사 출신 한국인 과학자 박현준 대표가 세웠다. 카탈로그 테크놀로지스는 지난해 10월 영국 케임브리지대와 공동으로 통학 버스 크기의 DNA 저장 장치를 개발한다고 발표했다. 박 대표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내년 초쯤이면 노트북 PC와 비슷한 정보 저장 능력을 갖춘 DNA 저장 장치 개발을 끝낼 것"이라며 "이 장치는 하루에 116기가바이트(GB·1GB는 10억바이트)를 저장하고 읽을 수 있다"고 밝혔다.

DNA 1g에 영화 10억 편 저장

개인 미디어의 발달과 5G(5세대 이동통신), 인공지능의 도입으로 정보 저장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수용할 저장 매체 기술은 한계를 보이고 있다. DNA 저장 기술은 이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주목받는다.

DNA는 이론적으로 1g당 약 10억GB의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다. 이는 하드디스크의 100만 배가 넘는 용량이다. 현재 기술력으로 물방울 크기의 DNA에 10억 편이 넘는 고화질 영화를 저장할 수 있는 정도다. DNA는 3.4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마다 10개의 염기가 들어간다. 반면 최신 10나노급 메모리 반도체는 10㎚ 선폭에 숫자 0과 1 중 한 개만 저장할 수 있다. 또 DNA는 냉장 보관할 경우 2000년 이상 원형이 유지될 수 있을 정도로 안정성이 뛰어나다. 컬럼비아대 야니프 에를리히 교수(컴퓨터공학)는 "수십만달러가 드는 현재 DNA 제조 비용과 DNA 저장 시간을 단축한다면 향후 2~3년 내에 DNA 저장 기술이 상용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최인준 기자(pe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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