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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제23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深謀遠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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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 3번기 제2국 <흑 6집반 공제·각 3시간>

白 스웨 九단 / 黑 양딩신 七단

조선일보

〈제10보〉(100~107)=아군으로 둘러싼 영토가 '집'이다. 밖으로 향한 문이 하나라도 열려 있으면 집이 아니다. 큰 집을 만들기 어려운 것은 적병들이 줄기차게 울타리를 허물기 때문이다. 약한 말, 즉 곤마(困馬)가 인질처럼 잡혀 있을 경우 집 짓기는 더 힘들어진다. 부수는 쪽에선 단순한 파가(破家)보다 공격 대상을 만드는 게 효과적이다. 어쩌면 인간 세상보다 바둑판 위에서 집 짓는 것이 더 어렵다.

▲가 천금의 요소로 빛나고 있다. 이 자리를 차지하자 흑의 상변은 거대한 확정가 형태를 갖춰가고 있다. ▲ 근방에 백돌이 놓였다면 상변 파괴의 교두보가 될 수 있었다. 게다가 ▲는 백이 하중앙 흑 일단을 차단 공격하는 것도 방해하고 있다. 100으로는 101로 늘어 싸우고도 싶지만 참고 1도 6까지 잡힌다. ■가 기막힌 역할을 하고 있다.

102로 참고 2도 1에 이어 버티는 것 역시 ■로 인해 잘 안 된다. 이런 변화들을 다 내다보고 앞서 ■를 미리 장치해 놓았던 양딩신의 심모원려(深謀遠慮)가 놀랍다. 백은 104까지 하중앙 흑을 패키지로 묶어 공격 대상이라고 주장하고 나섰지만 둘러싼 백돌들이 더 허약해 보인다. 흑은 한 술 더 떠 107의 치중을 감행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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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렬 바둑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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