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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인터뷰]'V2' 최태웅 감독 "아직 명장 아냐, 난 배구에 미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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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프로배구단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이 28일 천안 캐슬 오브 스카이워커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 3. 28.천안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천안=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최태웅(43) 현대캐피탈 감독이 타이틀 하나를 더 추가했다.

최 감독은 실패를 모르는 지도자다. 2015년 현대캐피탈 사령탑에 오른 후 매 시즌 우승 기록을 하나씩 써내려가고 있다. 2015~2016, 2017~2018시즌에는 정규리그 챔피언에 올랐고 2016~2017, 그리고 이번 시즌에는 챔피언결정전을 잡으며 팀의 네 번째, 자신의 두 번째 우승을 달성했다. 최 감독은 아직 빈 손으로 시즌을 마감한 적이 없다. 아직 40대 초반임에도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그는 자신에게 만족하지 않는다. 28일 현대캐피탈 복합 베이스캠프인 천안 캐슬 오브 스카이워커스에서 본지와 만났을 때도 “매 시즌 부족함을 느낀다. 이번에도 우승하긴 했지만 부족함을 처절하게 경험했다. 아직 배울 게 더 많다”라며 스스로를 낮췄다. ‘명장’이라는 외부의 평가에 손사래를 치며 “난 그냥 배구에 미친 사람일 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 유난히 굴곡이 심했던 시즌, 뚝심으로 버텼다
이번 시즌 현대캐피탈은 우여곡절이 심했다. 개막 전 주장이자 에이스인 문성민의 입지가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라이트 공격수 크리스티안 파다르를 영입해 문성민을 레프트로 이동시켰는데 컵대회에서 경기력이 심상치 않았다. 고민 끝에 최 감독은 문성민을 선발에서 제외하는 강수를 뒀다. 팀을 상징하는 선수가 웜업존으로 들어가는 것은 현대캐피탈에게 엄청난 변화였다.

시즌 중 부상자도 유난히 많았다. 1월에는 신영석이 종아리를 다쳤고 5라운드에 문성민까지 무릎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세터 이승원도 부상을 달고 살았다. 포스트시즌에는 파다르와 전광인마저 쓰러졌다. 그럴 때마다 최 감독은 과감한 선택으로 위기를 돌파했다. 허수봉을 적재적소에 투입해 변화를 줬고 시즌 도중 스피드 배구로 돌아가기도 했다. 최 감독은 “유난히 힘든 시즌이었다.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할 순간이 많았다. 모든 결정에 확신이 있던 것은 아니다. 문성민을 선발에서 빼고 부상자를 이 선수 저 선수로 대체하는 작전이 늘 통할 것이라 장담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해야만 했다. 결과적으로 선수들이 잘해줬다. 내가 결정해도 선수들이 못 해내면 실패 아닌가. 선수들에게 고마울 수밖에 없다”라고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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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단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이 28일 천안 캐슬 오브 스카이워커스에서 스포츠서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9. 3. 28.천안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마이너스 된 문성민과 전광인, 합치니 플러스 되더라”
이번 시즌 최 감독이 가장 어렵게 내린 결정은 문성민을 선발에서 제외하는 것이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문성민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다. 그는 “충분히 대화를 했지만 그래도 마음이 불편했다. 성민이가 잘 이해한다 해도 감독으로서 미안했다”라며 “그래도 두 선수가 각자 희생하며 열심히 해줬다. 사실 두 선수 모두 마이너스인 시즌이었다. 문성민은 경기에 많이 나가지 못했고, 전광인은 수비를 많이 하느라 공격에 집중하지 못했다. 하지만 두 선수가 그렇게 해준 덕분에 팀에는 플러스가 됐다. 감독으로서 가장 바라는 게 나왔다. 만약 두 선수가 서로 잘났다고 튀려고 했다면 절대 우승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우승 후 대성통곡, 2년 전엔 문성민, 이번엔 이승원 때문에
챔피언결정전 3차전 후 최 감독은 방송 인터뷰에서 대성통곡을 했다. 2년 전 우승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최 감독은 “영상을 봤는데 왜 저러나 싶었다”라며 멋쩍게 웃은 후 “2년 전에는 첫 우승을 위해 고생한 문성민이 생각나 울었다. 이번엔 이승원이었다. 찌르기만 해도 눈물이 나더라”라고 고백했다. 최 감독에게 이승원은 아픈 손가락이었다. 세터 출신인 최 감독은 이승원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안다. 최 감독은 “이승원이 진짜 열심히 노력했다. 다들 연습을 마친 후에도 혼자 남아 토스를 1000개씩 올렸다. 그런데 결정적일 때 다쳐서 고생했다. 그런 것들이 생각나 울컥했다”고 밝혔다. 중요한 시기를 극복한 만큼 최 감독은 이승원이 다음 시즌 더 뛰어난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 확신한다. “이번 포스트시즌을 통해 승원이가 한 뼘 더 성장했을 것이다. 이제 안정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포스트시즌에 승원이가 이상하게 고집을 부렸는데 그냥 놔뒀다. 나는 원래 세터가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매 경기 내 생각과 다르게 경기를 운영했는데 결국은 해냈다”며 후배 세터를 칭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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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단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이 28일 천안 캐슬 오브 스카이워커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 3. 28.천안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 “명장 아니다, 그냥 배구에 미친 사람”
챔피언결정전에서 격돌한 박기원 대한항공 감독은 최 감독을 향해 ‘명장’이라고 극찬했다. 정작 주인공은 이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최 감독은 “나는 이제 막 지도자로 출발한 사람이다. 명장이라는 것은 말도 안 된다. 그런 수식어를 얻으려면 앞으로 훨씬 많은 일을 해야 한다”라면서 “나는 그냥 배구에 미친 사람이다. 배구를 좋아하고 배구 생각만 하는 사람이다. 딱 그 정도다. 앞으로 배울 것도 많고 해야 할 일도 많다. 절대 ‘명장’이라는 표현을 쓰지 말아 달라”라고 신신당부했다.

◇ “통합우승, 꼭 하고 싶다”
최 감독은 지난 네 시즌 동안 징검다리 우승을 했다.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하면 챔피언결정전에서 울었고 정규리그 2위를 하면 마지막 무대의 주인공이 됐다. 당연히 통합우승 욕심이 크다. 최 감독은 “다음 시즌에는 통합우승을 꼭 해보고 싶다. 매번 뭔가 부족해서 놓쳤다. 이번에도 챔피언결정전을 잡고 나니 정규리그에서 우승하지 못한 게 한으로 남더라”고 말했다. 쉽지만은 않은 도전이다. 최 감독은 “대한항공은 정말 빈 틈이 없는 팀이다. 이번에도 우리가 우승할 줄 몰랐다. 그 정도로 강한 상대다. 다른 팀들도 전력 보강을 잘 할 것 같다. 우리는 군입대를 앞둔 선수들이 있어 전력누수가 예상된다. 일찌감치 다음 시즌 구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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