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타임 현장] 현대캐피탈, '봄 배구 5연승' 가능했던 세 가지 이유

[스포티비뉴스=천안, 조영준 기자] "스스로 부족한 점을 알고 시즌 때 충실하고 혹독하게 연습했습니다. 그런 점이 (챔피언 결정전)에서 나왔네요."

현대캐피탈이 프로배구 출범 이후 네 번째 우승 컵을 들어 올렸다. 실업 시절부터 현대캐피탈은 강호로 꾸준하게 군림했다. 프로 리그에서도 삼성화재와 '영원한 우승 후보'로 꼽혔던 현대캐피탈은 정규 리그 2위의 아쉬움을 챔피언 결정전 우승으로 이겨냈다.

현대캐피탈은 26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18~2019 시즌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챔피언 결정전 3차전에서 대한항공을 세트스코어 3-1(25-20 30-32 25-19 25-20)로 이겼다.

5전3선승제로 진행되는 챔피언 결정전에서 현대캐피탈은 3연승을 달리며 우승을 확정 지었다. 플레이오프 2연승을 포함해 '봄 배구'에서 5전 전승을 거둔 현대캐피탈의 질주는 무서웠다.

아낌 없는 투자와 거물 선수의 영입

실업 배구 시절 현대캐피탈의 전신 현대자동차서비스는 초호화 군단이었다. 하종화 마낙길 임도헌 윤종일 등 한국 남자 배구를 대표하는 걸출한 선수들이 이 팀에서 뛰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현대캐피탈은 국가 대표 주전 아웃사이드 히터(레프트)인 전광인을 영입했다. 문성민과 외국인 선수 크리스티안 파다르(헝가리)와 V리그 최강의 삼각편대를 형성하는 데 성공했다.

현대캐피탈의 강점은 사이드 공격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중앙에는 국내 최고의 미들 블로커 신영석이 버티고 있고 '월드 리베로' 여오현도 든든한 공격수들을 지원했다. 각 포지션에 최고의 선수들을 배치한 구단의 투자는 큰 경기에서 위력을 발휘했다.

아킬레스건이었던 세터, 봄 배구에서 펄펄 날다

현대캐피탈의 선수 구성은 남자 구단 가운데 단연 최고였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세터 포지션이 시즌 내내 현대캐피탈을 괴롭혔다. 노재욱이 팀을 떠나며 이승원과 신인 이원중이 빈자리를 대신해야 했다.

현대캐피탈은 시즌 내내 확실한 주전 세터가 없었다. 그러나 기복이 심한 문제점이 있었던 이승원은 봄이 되자 믿음직한 야전사령관이 됐다.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은 "(이)승원이에게 이 정도의 기량은 기해하지 않았다"며 "포스트시즌 5~6경기를 놓고 봤을 때 2경기 정도는 잘 해줄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이렇게 안정적으로 해줄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이승원은 우리카드와 맞붙은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팀 승리의 주역이 됐다. 당시 최 감독은 "연습 때 승원이는 정말 좋다. 막상 경기에서는 연습 때 나왔던 좋은 기량이 잘 나오지 않았지만 꾸준하게 기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승원은 가장 중요한 플레이오프와 챔피언 결정전에서 한 단계 성장한 세터가 됐다. 세터가 안정감을 되찾자 사이드와 중앙에 버티고 있던 기라성 같은 공격수들은 제 기량을 발휘했다. 현대캐피탈의 빈틈 없는 전력에 대한항공과 우리카드는 단 1승도 올리지 못했다.

믿음과 결단이 조화를 이룬 최태웅 감독의 리더십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은 한 시대를 풍미했던 세터였다. 현대캐피탈의 지휘봉을 잡은 이후 그의 삶은 온통 '배구'만 있었다.

그는 비시즌 때도 국제 대회 및 해외 리그 경기를 관전하며 팀이 가야할 새로운 방향을 연구했다. 또한 배구 데이터를 이해하기 위해 수학 확률까지 공부하는 열의도 보였다. '배구 덕후'라 불릴 정도로 온종일 코트만 생각하고 살았던 그의 진가는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나타났다.

최 감독은 이승원을 다그치는 방법이 아닌 다른 지도력으로 눈뜨게 했다. 그는 "승원이가 부리는 고집을 꺾는 것보다 그대로 내버려 두는 방법을 생각했다. 이렇게 했더니 후반에 안정감을 찾더라"고 말했다.

팀의 기둥인 문성민은 시즌 초반 주전 멤버보다 '조커'로 활약했다. 그는 팀 전력 상승을 위해 간판선수를 과감하게 벤치에 대기해 놓는 방법도 주저하지 않았다.

최 감독은 과감한 결단은 물론 선수들을 향한 믿음의 끈도 놓지 않았다. 이러한 노력은 선수들의 희생정신으로 이어졌고 포스트시즌 5연승이라는 열매로 맺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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