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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IF] 깊은 바닷속 광물, 노다지일까 재앙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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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海賊)들은 숨겨진 보물을 찾아 전 세계 바다를 누비고 다녔다. 해적의 꿈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바닷속 수백~수천m 아래 심해저(深海底)에서 망간·구리·코발트·철 같은 유용 금속들을 채굴하는 사업이 상용화 문턱에 왔다. 한편에서는 육지의 광산들이 그랬듯 심해저 광물 채굴도 바다 생태계를 파괴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과연 심해저 광물은 바다가 선물한 노다지일까, 생태계 재앙을 부를 화근(禍根)일까.

4월 최초로 심해저 광물 채굴

벨기에 준설업체 DEME의 자회사인 글로벌 시 미네랄 리소스(GSR)는 다음 달 미국과 하와이 사이 공해(公海)인 '클래리온 클리퍼톤 해역(CCZ)'에서 세계 최초로 심해저 광물 채굴에 도전한다. 이들은 4000m 아래 해저 평원에 깔려 있는 금속 단괴(團塊)를 노린다. 단괴는 바닷물에 녹은 금속들이 조금씩 쌓여 수백만 년 만에 감자 크기의 덩어리를 이룬 것이다. 버스만 한 크기의 채굴 로봇 '파타니아 II'는 가로세로 300m를 누비며 진공청소기처럼 금속 단괴들을 빨아들일 예정이다.

조선비즈

/자료=사이언스, 영 엑서터대·그래픽=김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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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해양과학기술원 주세종 박사는 "4000m 수심의 실제 심해저에서 채굴하는 것은 처음"이라며 "우리나라는 동해에서 망간 단괴를 채집하는 로봇을 실험했지만 실제 채굴은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GSR은 2026년부터 본격적인 상용 채굴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유엔 산하 국제해저기구는 그동안 각국의 기업과 연구소에 심해저 광물 채굴권 26건을 부여했다. 그중 16건이 클래리온 클리퍼톤 해역에 집중됐다. 고가의 광물들이 가장 많이 매장된 곳이기 때문이다. GSR은 이 해역에 있는 금속 단괴가 약 270억t에 이른다고 추정한다. 록히드마틴의 영국계 자회사인 시베드 리소스도 채굴권을 확보했다.

생물종의 寶庫 파괴 우려도

이번 채굴에는 독일 킬대학의 매티아스 해켈 교수가 이끄는 국제 연구진도 따라간다. 과학자들은 유럽연합(EU)의 지원을 받아 해양탐사선 소네를 타고 GSR의 채굴 지원선과 400m 거리를 두고 환경 영향 평가를 진행하기로 했다. 카메라와 센서 등 60여 종의 측정 장비들을 바다 밑으로 내려 보내 채굴 전후의 환경 변화를 관측하는 방식이다.

심해저는 생물의 보고(寶庫)이기도 하다. 미국 하와이대의 크레이그 스미스 교수 연구진은 벨기에 회사가 금속 단괴를 채굴할 해역을 조사해 단 30㎢ 면적에서 무려 330종의 생물이 살고 있으며, 그중 3분의 2가 신종(新種)임을 밝혀냈다. 과학자들은 광물 채굴이 연약한 심해저 생태계를 회복 불가능한 상태로 만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

가장 큰 문제는 부유 퇴적물이다. 채광기가 금속 단괴를 빨아들이면 바다 밑바닥에 가라앉아 있는 미세한 입자의 퇴적물들이 떠올라 바다를 뒤덮는다. 육지에서 사람들이 미세 먼지에 시달리듯 심해저 생물들도 부유 퇴적물에 생존이 위협받을 수 있다. 실제로 해켈 교수 팀은 30여 년 전 광물 채굴 실험을 하느라 바다 밑바닥을 긁은 곳이 지금도 생태계가 회복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생태계 보존할 국제 규정 시급

심해저 광물은 종류가 다양하다. 산처럼 솟은 해산(海山)은 코발트가 풍부한 지각으로 덮여 있다. 심해의 온천인 열수(熱水) 분출구 주변에는 황화구리와 황화철이 풍부하다. 캐나다 노틸러스 미네랄사는 올해부터 열수 분출구 주변에서 광물을 채굴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바닷속 노다지가 수면으로 올라오려면 극복해야 할 과제가 많다. 해저 평원뿐 아니라 열수 분출구에서도 다양한 생물이 발견되면서 생태계 파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전 세계 금속 가격이 요동치는 것도 심해저 채굴 업체들의 자금난을 부추기고 있다. 국제해저기구는 내년까지 심해저 광물 탐사에 대한 국제 규정을 마련하기로 했지만 광산을 가진 국가들이 지연시킬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yw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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