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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IF] 세계 석학들 "유전자 교정, 인간 수정란 임상 일시 중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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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석학들이 인간 수정란에 대한 유전자 교정 연구를 일시 중단하자고 나섰다. 유전자 교정은 효소 단백질인 유전자 가위로 손상된 유전자를 잘라내고 정상으로 바꾸는 기술이다. 유전병을 근원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고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지능이나 외모를 원하는 대로 만드는 이른바 '맞춤형 아기'가 만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중국 과학자 허젠쿠이가 정부 허가 없이 에이즈에 걸리지 않도록 DNA를 바꾼 쌍둥이를 탄생시켜 이 같은 우려가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유전자 교정 기술을 개발한 주역들은 당분간 연구를 중단하고 모두가 납득할 만한 규제안을 마련하자는 방안을 제시했다. 펭 장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와 에마누엘 샤펜티어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연구원 등 세계 7국 과학자 18명은 지난 14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한 성명에서 "유전자 교정에 대한 안전성이 충분히 확보되기 전까지 최소 5년간 정자와 난자, 수정란 등 사람의 생식세포를 대상으로 한 임상 시험을 중단해야 한다"며 "유전자 교정 기술을 규제하고 감독할 수 있는 국제 관리 체제도 구축하자"고 주장했다.

과학자들은 유전자 가위에 대한 연구가 아직 부족하기 때문에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 시험은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허젠쿠이 박사는 아기들이 에이즈에 걸리지 않도록 특정 유전자를 없앴지만 이 유전자가 가진 다른 질병 억제 기능을 없애 오히려 사망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학자들은 유전자 교정 연구를 영구적으로 금지하자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앞으로 5년간 임상 시험을 금지하되 토론과 의견 수렴을 거쳐 구체적인 연구 가이드라인을 정하자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이번 성명이 성급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제니퍼 다우드나 UC버클리 교수는 "규제를 철저히 하고 연구를 투명하게 하면 충분히 규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연구를 막는 것은 관련 기술 발전을 저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우드나 교수는 유전자 가위 개발자 중 유일하게 이번 성명에 참여하지 않았다. 현재 대부분 국가에서는 사람 생식세포에 대한 유전자 교정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최인준 기자(pe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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