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28 (토)

[fn스트리트] 카공족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우리나라가 '커피 공화국'이라는 말이 빈말은 아니었다. 17일 리서치 전문업체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의 세계 커피 시장 추계 결과를 보라. 카페에서 제공하는 커피의 연매출액 기준으로 지난해 43억달러(약 4조8700억원·예상치)로 세계 3위에 올랐다. 미국(261억달러)과 중국(51억달러) 다음 자리였다.

미국이 압도적 커피 소비국이라는 건 그렇다 치자. '차(茶) 문화'가 대세였던 중국과 한국, 일본이 커피 소비 2~4위에 오른 건 괄목할 만하다. 커피는 본래 이슬람 성직자들의 기호식품이었다. 이후 17세기 영국에서 카페붐이 일면서 전 유럽으로 퍼졌던 '커피 문화'가 지구를 한 바퀴 돌아 동북아에서 만개하고 있는 형국이다.

한국을 커피 소비 대국으로 이끈 원동력 중의 하나로 소위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이 꼽힌다. 도서관 대신 카페를 공부하는 공간으로 '소비'하는 젊은 층이 늘면서 한국의 1인당 커피숍 매출이 미·중·일을 앞지르면서다. 특히 한국 시장에서 글로벌 커피체인 '별다방(스타벅스)'과 '콩다방(커피빈)'의 점유율 경쟁을 보자. 스타벅스(26.8%, 2017년)가 1위였으나 커피빈(4.8%)은 이디야(10.4%)와 엔제리너스·투썸플레이스(5.3%·공동 3위) 등 토종 브랜드에도 뒤진 5위였다. 이들의 승패를 가른 건 커피 맛보다 노트북을 연결하는 전원 콘센트였다는 분석이 '카공족'의 위력을 웅변한다.

커피 과소비 현상을 부정적으로만 보거나 '카공족'을 무조건 백안시할 까닭도 없다. 물론 커피가 한때 외화 유출의 주범으로 몰린 적도 있긴 하다. 하지만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등에 따르면 커피 조제품(커피믹스·커피 에센스 등) 수출액은 지난해 약 2억7000만달러에 이르렀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한국이 석유제품을 주요 수출품으로 키웠듯이 머지않아 커피도 우리의 효자 수출품목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법하다. 이 또한 '카공족'의 긍정적 나비효과일지도 모르겠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