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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IF] [사이언스 샷] 제트기 따라 퍼지는 물결… 음속 넘어서면 '꽝!' 폭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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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NASA




여러 개의 굵은 선이 'V자'를 그리며 퍼져 나가고 있다. 마치 배가 수면 위를 지나가며 만들어내는 물결처럼 보인다. 하지만 사진 속 파문은 물결이 아니라 비행기 두 대가 음속(초속 340m)보다 빠른 속도로 하늘을 날면서 생긴 충격파인 '소닉붐(sonic boom)'을 포착한 것이다. 음속 폭음(爆音)이라고도 불리는 소닉붐은 음속을 넘어서는 순간부터 발생하는 굉음이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지난 6일 "공기의 흐름을 포착하는 영상 기술을 이용해 두 대의 초음속 제트기 'T-38'이 비행 중 만든 충격파를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충격파끼리 서로 상호작용하는 모습이 사진에 담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NASA는 충격파가 잘 보이도록 흑백으로 촬영된 사진에 각각 빨간색과 파란색을 입혔다.

이번 촬영은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암스트롱 비행연구센터 주변에서 진행됐다. 두 대의 제트기는 3만피트(약 9㎞) 상공에서 9m 떨어진 채 비행했다. 두 제트기가 음속보다 빠른 시속 1220㎞를 넘는 순간 그 위를 날고 있는 다른 비행기가 촬영했다.

소닉붐은 인간이 소리를 감지하는 과정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 사람은 공기의 진동을 감지하는 고막을 통해 소리를 듣는다. 비행기가 날면 주변 공기가 사방으로 밀려나면서 물결처럼 파동이 생긴다. 이 파동이 고막을 자극해 비행기 소리를 듣는 것이다.

하늘을 날아오는 비행기를 바라보면 가까이 오기 전부터 소리가 들린다. 소리가 비행기 속도보다 빠르기 때문이다. 초음속 비행기는 자신이 공기를 가를 때 내는 소리보다 더 빨리 날아간다. 음속에 도달하면 먼저 만들어진 소리가 앞으로 나가기 전에 새로 만들어진 소리가 그 위에 다시 겹치면서 소리가 두꺼워지는 현상이 반복된다. 소닉붐은 이렇게 겹쳐진 소리가 한꺼번에 퍼져 나오면서 지상에서는 폭발음처럼 들리는 것이다.

이번 항공사진은 소닉붐이 일어나지 않는 차세대 초음속 비행기를 개발하는 데 활용될 예정이다. NASA는 방산업체 록히드마틴과 공동으로 음속을 돌파해도 충격파가 발생하지 않는 항공기 X-59를 개발하고 있다. 소닉붐을 줄이면 상대적으로 지상과 가까운 곳에서도 귀를 찢는 큰 소음 없이 초음속 비행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인준 기자(pe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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