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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숨 고르기? 원점?… 동창리 카드가 몰고 온 파장 [월드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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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동창리 복구 움직임 '선 대화 후 추가 제재'로 대응 / 北 자극 피하려 조심스레 진상파악 준비 / '하노이 담판' 결렬 후 비핵화 회의론 확산 / 트럼프 "北 비핵화, 1년 지나야 알 수 있다"

세계일보

미국 정부가 북한의 서해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복구 움직임에 신중하게 대응하고 있다. 미국은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에 양국 간 대화 국면을 살려 나가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렇지만 북한이 실제로 동창리 발사장을 완전히 재건한 뒤 ‘위성 발사체’ 시험 등을 강행하면 대북 추가 제재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미국은 이 때문에 ‘선 대화 후 추가 제재’로 동창리 파장에 대한 대응책을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우선 진상 파악부터 서두르고 있다. 미국은 북·미 간 외교 채널을 통해 미국 사찰단을 동창리 현지에 파견할 수 있도록 북한이 허용해 달라고 요구할 계획이다. 북한은 동창리 시설과 풍계리 핵 실험장을 일방적으로 폐쇄하는 조치를 하면서 미국 등 외국 전문가들의 현장 조사를 허용하겠다는 당초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미국은 동창리 복구 움직임을 계기로 이제라도 미국 사찰단의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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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노스 제공


미국은 이 과정에서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7일(현지 시간) “조금 실망했다”고 말한 것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세게 몰아붙이지 않으려는 배려라는 게 워싱턴 외교가의 해석이다. 뉴욕 타임스(NYT)는 이날 “북한이 발사대 시설을 재가동하려는 증거가 나온 데 대해 지나치게 우려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으려고 했다”고 지적했다.

미국 조야에서는 또한 하노이 북핵 담판 결렬로 인해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회의론이 확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듯 “1년쯤 지나면 여러분에게 알려 주겠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이는 자신의 대북 정책에 대한 성패를 1년쯤 지나야 평가할 수 있다는 뜻이다. NYT는 “트럼프가 지난해 6월 1차 북·미 정상회담이 끝난 직후에는 6개월 정도 지나면 자신의 노력이 성공했는지 알 수 있다고 시사했었다”고 지적했다. 1차 정상회담이 열린 지 8개월 만에 2차 회담이 열렸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다시 1년 정도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주장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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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회담 결렬 전후에 북한이 동창리 시설 재건에 나선 것은 북한이 대미 협상력을 강화하려는 전략이라는 게 미국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미 국무부의 고위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긴급 브리핑에서 북한의 동창리 발사장 복구는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하노이에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시험을 중단하겠다고 한 약속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이 실제로 우주 발사체를 가장해 미사일 발사 시험을 이곳에서 강행하면 북·미 간 신뢰가 무너지고, 대화 국면에서 다시 대결 국면으로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는 게 미국 입장이다. 미 국무부의 고위 당국자도 “대북 압박전략은 유지될 것이고, 대통령이 결정한다면 제재들은 강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NYT는 “북한의 행동은 트럼프 대통령이 영변 핵 단지와 제재 완화를 맞교환하는 협상안을 받아들이지 않은데 대한 불만의 표시이지만, 양측이 서로 위협 대 위협으로 맞서는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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