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박기원 감독과 선수들이 7일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카드와의 경기에서 승리하며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뒤 기뻐하고 있다. 2019.3.7 인천|배우근기자 kenny@sportsseoul.com |
[인천=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외국인 선수가 부진해도 다른 선수들이 잘 채워줬다.”
이번 시즌 V리그 남자부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대한항공은 외국인 선수 덕을 가장 적게 보는 팀이다. 미차 가스파리니는 지난 시즌에 비해 눈에 띄게 기량이 저하됐다. 가스파리니는 지난 시즌 35경기에서 863득점을 기록했다. 이번 시즌에는 740득점에 머물고 있다. 한 경기를 남겨놓고 있지만 120득점이나 줄었다. 외국인 선수가 없는 한국전력을 제외한 나머지 다섯 팀 외국인 선수들과 비교하면 득점이 가장 적다. 시즌 도중 들어온 KB손해보험의 펠리페 알톤 반데로(759득점)에게도 밀린다. 이로 인해 가스파리니는 시즌 내내 박기원 대한항공 감독의 고민거리가 됐다.
V리그에서는 외국인 선수가 팀 전력의 반이라는 표현이 과장이 아닐 정도로 존재감이 크다. 대한항공 우승이 더 특별한 것도 이 때문이다.
가스파리니가 부진해도 정지석과 곽승석이 득점을 적절하게 분담했다. 두 선수는 각각 548득점, 418득점을 책임졌다. 가스파리니가 득점 상위권에 오르지 못했지만, 3명이 400득점 이상 기록한 팀은 대한항공이 유일하다. 지난 시즌 정지석은 492득점, 곽승석은 281득점을 기록했다. 두 선수 모두 공격력이 향상됐다. 가스파리니의 공백에도 대한항공이 정규리그 3위에서 1위로 도약한 배경이다.
세터 한선수의 공이 크다. 한선수는 가스파리니를 살리면서도 정지석, 곽승석을 적절하게 활용해 상대 블로커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한선수는 이번 시즌 세트 1위에 올라 있다. 한국 최고의 세터다운 행보를 시즌 내내 보여줬다. 가스파리니는 득점이 크게 줄었으나 공격성공률은 지난 시즌과 큰 차이가 없다. 49.18%에서 48.39%로 근소하게 떨어졌을 뿐이다. 한선수가 그만큼 무리하게 가스파리니를 쓰지 않았다. 실제로 가스파리니의 공격점유율은 지난 시즌 40.72%에서 35.27%로 5% 이상 줄었다. 대신 정지석의 점유율이 21.28%에서 22.47로 늘었다. 곽승석도 13%에서 19.47%로 더 많은 점유율을 가져갔다. 한선수의 운영의 묘가 빛나는 시즌이었다.
가스파리니가 안 풀릴 땐 김학민이 교체로 들어가 알토란 같은 활약을 했다. 베테랑인 김학민은 백업 구실을 성실하게 수행하며 팀에 보탬이 됐다. 33경기 76세트에 출전해 108득점을 책임졌다.
박 감독은 “우리가 외국인 선수가 컨디션이 별로 안 좋았다. 이때까지 V리그에서 외국인 선수 컨디션이 안 좋으면 정규리그 우승을 하기 어려웠다. 외국인 선수가 팀에서 40%는 차지하는데 다른 선수들이 분담해 잘 버텼다”라며 국내 선수들을 칭찬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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