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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이슈 [연재] 스포츠서울 '문상열의 부시리그'

KT 이강철 감독에게 해태란?[문상열의 부시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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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투산 = 스포츠서울 칼럼니스트] 해태 타이거즈(1982~2001년)는 KBO리그에서 한국시리즈 우승을 상징하는 팀이다. 역대 최다 9차례 우승을 했으니 그럴 만하다. 강력한 지도자 김응룡 감독 밑에 승부욕이 강하고 개성이 남다른 선수들이 모여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최다 우승 기록을 일궈냈다.

그 결과 1990년대 많은 팀들은 해태 선수들을 트레이드해오려고 노력했다. 1990년대 좌절의 시기를 맛본 삼성 라이온즈가 두드러졌다. 프리에이전트(FA) 제도가 도입되면서 해태 출신들은 거액을 받고 다른 팀으로 이적했다. 그러나 결과는 기대에 훨씬 미치지 못했다. 다음 단계가 해태 출신들이 은퇴한 뒤 지도자로 활용하는 것이었다. 최다 우승팀답게 해태는 감독도 가장 많이 배출했다. 김준환, 김평호, 차영화 등 감독 대행을 제외하고 2018시즌까지 풀타임 지휘봉을 잡은 감독은 5명이었다. 서정환을 시작으로 김성한, 이순철, 선동열, 한대화 등이다. 김응룡 감독 체제에서 오랫동안 코치를 역임한 유남호 감독을 포함하면 무려 6명에 이른다.

하지만 자신있게 지도자로 성공했다고 할 수 있는 감독이 없다. 물론 성적으로는 삼성 시절 두 차례 한국시리즈를 우승한 선동열 전 감독이 으뜸이다. 그러나 2005년, 2006년 당시 삼성은 어느 누가 맡아도 우승할 수 있었다고 할 정도로 막강 전력을 보유했다. 실제 선 감독은 친정 KIA 타이거즈로 복귀한 뒤가 능력을 검증하는 무대였는데 실패로 막을 내렸다. 해태 출신으로 승률 5할 이상을 작성한 이는 김성한과 선동열 전 감독 등 2명 뿐이다.

2019시즌 해태 출신의 마지막 주자가 될 수도 있는 KT 이강철 감독(52)이 시험대에 오른다. 해태와 김응룡 감독이 배출한 7번째 KBO 리그 감독이다. 애리조나 투산 키노 스타디움에서 이 감독을 만나 해태 출신 감독과 관련된 점을 집중적으로 물어봤다. 이 감독은 “나마저 무너지면 안된다는 책임감을 갖고 있다. 선배들이 실패했다고는 볼 수 없다. 자신의 것을 버리지 못하고 고집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못했을 뿐”이라며 선배들을 옹호했다. 이 감독이 지적은 해태 뿐만 아니라 슈퍼스타 출신들에게도 두루 적용된다. 시대가 다르고 팀 문화가 바뀌었는데 자신의 스타일을 선수들에게 강압적으로 주입하려다 성공을 거두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시리즈 우승 감독이 다른 팀의 지휘봉을 잡은 뒤 정상 도전에 실패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종전 스타일을 고집해서다.

해태 출신들은 레전더리 김응룡 전 감독의 영향을 절대적으로 받았다. 김 전 감독은 역대 KBO 리그 감독 가운데 선수단 장악력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해태 출신들은 훗날 감독이 된 뒤 자신도 모르게 김 전 감독의 스타일을 따라갔다. 거울의 법칙이다. 감독에 부임하면 선수단 장악을 위해 팀내 최고참급과의 일전도 불사했다. 전력을 극대화해 좋은 성적을 내려는게 목적이 아니고 선수단을 휘어 잡는게 1차 목표처럼 보였다.

이 감독은 “2012년 10월에 KIA를 떠나 6년 동안 넥센, 두산 코치를 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했다. 넥센 첫 해에는 해태 스타일을 고집해 후배 코치들과 약간의 갈등도 있었다고 인정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내 것을 모두 내려 놨다. 넥센과 두산에서의 활동이 오늘날 감독까지 오르게 된 배경이 됐다”며 해태 스타일을 고집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감독은 “해태는 동료들끼리 보이지 않는 경쟁이 치열했다. 우승의 원동력이었고 그 자부심은 해태 출신들 모두가 갖고 있다. 선수들에게 늘 이 점은 강조하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해태 출신 감독들이 실패했다고 말한다. 내가 깨고 싶다”고 각오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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