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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빈곤층 구제냐 포퓰리즘이냐…전례 없는 '기본소득' 시험대 [월드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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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층 대상 신청·접수 시작 / 일각 “표얻기용… 재정에 부담” / 伊 ‘中 일대일로’ 참가 의사에 / 美 “경제 도움될지 회의적” 우려

이탈리아가 저소득층에게 생계를 꾸려갈 최소한의 돈을 지원하는 전례 없는 복지정책을 실행한다. 지난 10년간 빠르게 늘어난 빈곤층을 구제할 ‘혁신’이라는 시각과 실업자들의 노동 의욕을 꺾고 정부 재정에 부담을 줄 것이란 우려가 공존한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탈리아 정부는 6일(현지시간) 전국 우체국과 조세지원센터(CAF) 등에서 ‘기본소득’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이탈리아어로 ‘시민 소득’(reddito di cittadinanza)으로 번역되는 이 제도는 극빈층과 실업자에게 주는 일종의 생계 보조금이다. 월수입 780유로(약 100만원) 이하 또는 일자리 없이 임대주택에 거주하는 이탈리아 국민에게 1인당 40∼780유로(약 5만∼100만원)를 지원한다.

세계일보

저소득층에게 금전을 지원해 주는 이탈리아의 복지정책인 ‘기본소득’을 신청하려는 시민들이 6일(현지시간) 로마의 한 우체국으로 들어가고 있다. 로마=EPA연합뉴스


기본소득 제도는 지난해 6월 서유럽 최초로 출범한 포퓰리즘(대중 영합주의) 정부 ‘오성운동’의 공약사항이다. 루이지 디마이오 부총리가 이끄는 오성운동은 작년 3월 총선에서 기본소득 공약을 앞세워 남부에서 몰표를 받으면서 이탈리아 최대 정당이 됐다. 이후 극우 성향의 동맹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하면서 저소득층 금전 지원, 감세, 난민 추방 등 포퓰리즘 정책을 통해 집권에 성공했다.

이번 정책 실행을 밀어붙인 디마이오 부총리 겸 노동산업장관은 “국가가 비로소 소외층을 챙기기 시작했다. 시민 500만명이 혜택을 보게 될 ‘혁명’”이라고 강조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좀처럼 경제가 회복되지 않고 있는 이탈리아에서는 실업률 상승과 함께 10년간 빈곤층이 빠르게 늘었다. 이탈리아 통계청(Istat)에 따르면 기본적인 생필품 구입조차 어려운 절대빈곤층이 이 기간 3배가량 급증하면서 작년 기준 510만명에 이른다.

이탈리아 정부는 이르면 오는 5월부터 기본소득을 지급할 예정이다. 수급자는 선불카드 형태의 카드를 받게 된다.

일각에서는 기본소득 도입이 표를 받기 위한 포퓰리즘에 불과하며 이탈리아 재정에 부담만 줄 것이란 비판도 나온다. 국내총생산(GDP)의 130%가 넘는 막대한 국가부채를 지고 있는 정부가 기본소득 집행을 위해 올해 약 70억유로(약 9조원)의 예산을 무리하게 책정했다는 지적이다.

한편, 이탈리아가 서방 주요국 중 최초로 중국의 글로벌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인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에 참여할 의사를 밝히자 미국은 “일대일로 참여가 경제적으로 이탈리아에 도움이 될지 회의적”이라고 우려했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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