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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강일홍의 스페셜인터뷰㉗-홍석천] "동성애 징후 초등 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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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롤 모델인 고 앙드레 김 선생님처럼 평생 이웃과 더불어 살고 싶어요." 홍석천은 "사랑하는 사람은 있지만 결혼을 하지 않고 독신으로 살겠다"고 말했다. /남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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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활동, 레스토랑 운영 '동분서주'...앙드레 김이 '롤모델'

[더팩트 | 강일홍 기자] 방송인 홍석천(48) 하면 연예인 최초 동성애자 커밍아웃을 연상시키지만, 상징적 이미지는 '요식업 대부'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과 경리단길에 7개의 식당을 운영하며 '이태원의 터줏대감'으로 군림한 지 오래다.

요즘 그는 솔직한 입담을 자랑하며 예능스타로 자리매김한 뒤 다채널 시대 유튜브와 SNS 등에서 공격적으로 활약하고 있다. 특유의 친화력으로 아이돌부터 중견배우들까지 두텁고 탄탄한 연예계 인맥을 자랑하며 인생의 절정기를 보내고 있다.

필자는 홍석천과 TV에서 패널로 오래 호흡을 맞춰 그를 비교적 잘 아는 편이다. 음식에 대한 해박한 지식 못지 않게 방송에서는 타고난 예능감과 순발력으로 좌중을 압도하는 재능이 뛰어나다는 평을 듣는다. 이런 그가 최근 네 개의 식당을 연달아 폐업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식당을 문닫는 심정이 궁금해 인터뷰를 요청했다. 워낙 여러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는 탓에 미팅 시간을 조율하기도 쉽지는 않았다. 스페셜인터뷰는 지난 21일 오후 홍석천이 서울 용산구 경리단길에서 운영중인 레스토랑 마이스카이에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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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만간 드라마에서도 다시 볼 수 있을 거예요." 홍석천은 지난해까지 사전제작드라마 '절대그이' 촬영을 모두 마쳤다고 했다. 인터뷰는 지난 21일 오후 홍석천이 서울 용산구 경리단길에서 운영중인 레스토랑 마이스카이에서 진행됐다. /남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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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토랑 운영하랴 방송 활동하랴 엄청 바쁜데 예능 출연에 집중하느라 연기활동은 거의 못 하고 있는 듯하다.

솔직히 말하면 예능보다는 드라마 출연이 하고 싶어요. 배우로서 늘 연기에 목마르죠. 저한테 딱 어울리는 인생 캐릭터가 한번은 생기겠죠. 그런데 알고 보면 드라마는 2년 전에도 했어요. 이영애 송승헌 씨가 주연한 '사임당, 빛의 일기'에 출연했잖아요. 그리고 사실은 작년에 사전 제작 드라마를 하나 찍었어요. 여진구 민아 홍종현 등이 함께 출연한 '절대 그이'라는 작품인데 현재 편성 조율 중이고 조만간 방송되면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요식업 대부' 예능인답게 먹방이 불면서 진가를 발휘했다. 일부이긴 하지만 식당을 폐업했다는 소식은 놀랍다.

모든 사업이 마찬가지겠지만, 요식업은 불경기에 민감해요. 17년간 음식점을 하면서 지금처럼 어려운 때는 없었던 것 같아요. 수익을 내지 못 하니 불가피하게 규모를 줄이는 건데 자존심을 떠나 경제적 타격이 커요. 먹방, 쿡방 열기에 일시 호황을 누렸고, 저 역시 오랫동안 쌓아온 노하우를 방송에 소개하는 등 시너지를 만들었죠. 아무리 그래도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불황을 견디지 못하는거죠.

홍석천은 두 누나들과 모두 3개의 음식관련 법인을 통해 태국음식점 '마이타이'를 주축으로 이탈리아 음식점 '마이첼시', 마이스카이, 마이스윗, 치치스, 마이홍, 그리고 태국쌀국수집 '시뎅'을 운영해왔다. 이중 마이첼시와 치치스, 마이홍, 시뎅은 지난해 연말까지 문을 닫았고, 마이스윗은 업종전환을 위해 임시 휴장했다. 마이타이는 판교와 고양, 대구, 부산 등 주요 백화점에 직영점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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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천은 요식업 운영과 예능활동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채시라와 함께 '2018 F/W 헤라서울패션위크' CARUSO 쇼에 참석할 당시. /이동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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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부자로도 알려져 있다. 이태원과 경리단길에 각각 한채 씩 두 개의 건물을 보유하고 있지 않나.

홍석천이 부자가 아니라 은행이 부자인 거죠. 대출을 많이 끼고 있으니 사실은 무늬만 건물주예요. 과거 죽은 가게를 잘 키워놓으면 건물주가 임대료를 대폭 올리는 바람에 내쫓기는 일이 많았어요. 그런 경험을 여러번 반복하다 보니 좀 무리해서라도 제 건물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수년 전 제가 운영하던 가게(마이스윗) 건물을 매입했죠. 경리단에도 자그마한 땅을 사서 건물(마이스카이)을 올렸는데 보기에만 그럴 듯해요. 요즘 이태원이 주변이 예전과 달리 매우 힘들잖아요.

-그래도 '연예인 요식업 성공'의 상징성을 갖고 있지 않나. 이태원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도 자존심이라고 들었다.

제 이름을 걸고 장사를 하면서 나름 활성화에 기여했다는 자부심은 있죠. 방송활동을 하며 숱하게 홍보도 했고, 선후배 연예인들이 자주 들르는 곳으로 관심을 끌었으니까요. 사람들이 알아보고 다시 찾아와주는 건 고마운데 사실 얼굴이 알려졌다는 건 양날의 검이에요. 모든 면에서 스스로 모범을 보이지 않으면 안되거든요. 고객들과 조금만 트러블이 생겨도 악소문이 생기고 불리한 입장에 빠져요.

홍석천은 오래전 과거에도 여의도와 홍대 등지에서 식당을 운영한 경험이 있다. 두 세 차례 실패를 맛본 뒤 외국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 이태원에서 자신만의 성공 노하우를 발견했다. 그는 "20년 가까이 한 곳에서 입지를 다져온 마당에 조금 힘들다고 다 포기하고 떠날 수는 없다"고 했다. 그게 바로 모두가 기대하는 '홍석천의 자존심'이라고 했다. 그의 레스토랑 경영을 벤치마킹해 성공한 사례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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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식업 대부' 홍석천은 이태원동과 경리단길(마이스카이)에 두개의 건물을 소유하고 있다. 그는 현재 난항에 빠진 건물주 및 상인들과 협의해 해법을 모색하는 경리단길 살리기 프로젝트를 준비중이다. /남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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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개의 식당을 동시에 운영해온 전문가인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반 자영업자들은 더 힘들지 않겠나.

현재 자영업자들한테 가장 큰 어려움은 임대료와 인건비 상승이에요. 사입(재료비)과 유통비도 만만치 않고요. 제가 있는 경리단길은 특히 임대료 폭등에다 주차장난까지 겹쳤어요. 전체적으로는 불경기 악순환으로 경쟁자(자영업자 증가)가 늘어나고 있는데다 미세먼지도 한몫을 거들고 있거든요. 제대로 진단을 하면 처방과 치료도 가능해야 하는데 워낙 복잡하게 문제가 꼬여 있으니 해답을 구하기가 어려운거죠.

홍석천은 현재 주변 건물주 및 상인들과 협의해 해법을 모색하는 경리단길 살리기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라고 했다.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낙후됐던 구도심이 번성해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이 몰리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을 이르는 용어)과 조화를 이룰 재생 아이디어다. 자신을 포함한 '착한 건물주 운동'과 '아티스트 거리조성' 등 골목 환경 개선 사업에 앞장서는 일이다.

-얼마 전 청와대에서 주관한 '자영업·소상공인과의 대화'에 초청을 받았다가 결국 참석하지는 못했다. 무슨 이유라도 있었나?

처음 초청한다는 연락을 받고 무척 기뻤죠. 잔뜩 부풀어 기대하고 있는데 청와대 관계자로부터 '행사 규모를 축소하면서 초청인원을 많이 줄이는 바람에 명단에서 빠졌다'는 통보를 받았어요. 문 대통령님에게 제 아이디어를 말씀 드리고 싶었는데 정말 아쉬워요. 17년간 외식업을 하면서 느끼고 배운 것, 골목상권 살리기, 자영업자·소상공인과 건물주의 상생방안 등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거든요.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150여명과 간담회를 가졌다. 자영업자들은 최저임금 인상 철회 등의 요구를 포함해 다양한 의견을 내놓는 자리였다. 홍석천은 자신이 참석하지 못한 이런 아쉬운 심경을 SNS에 담아 "소상공인 자영업자들 힘내자"며 위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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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천은 음식에 대한 오랜 경험과 노하우로 먹방, 쿡방 열기에도 한몫을 했다. 사진은 지난해 3월 홍석천(가운데)이 가수 이민우, 배우 여진구와 tvN '현지에서 먹힐까?'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이동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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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밍아웃 이후 대중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부분은 바로 결혼 여부다. 사귀는 친구는 없나?

저의 성 정체성(동성애자)이 처음 알려진 뒤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는 대목이 바로 '사랑하는 상대가 있느냐 없느냐'였어요. 사랑하는 사람은 예전에도 있었고, 지금도 있어요. 만나고 헤어지는 건 보통 사람과 똑같죠. 요즘엔 숨기고 감출 일도 아니잖아요. 결혼은 안 합니다. 평생 독신으로 살기로 했어요. 저는 평생 독신으로 살면서 어려운 이웃에 봉사하고 사셨던 고 앙드레 김 선생님을 일찌감치 롤 모델로 삼았어요.

홍석천은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언제부터 알게 됐느냐'는 질문에 "초등학교 3~4학년 때 다른 친구들과 뭔가 이상한 걸 느꼈다"고 털어놨다. 중고시절 학급 반장을 하면서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유난히 귀여움을 받았고, 마른 몸집과 여린 목소리로 동급생들로부터 집단 따돌림을 당하기도 했다. 2000년 9월 국내 연예인으로는 최초로 동성애자 커밍아웃을 했다.

-오래전 성이 다른 두 명의 조카를 입양해 키우고, 해외 유학까지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다.

양자녀로 삼은 딸 홍주은, 아들 홍영천은 이제 저의 분신이 됐어요. 가슴으로 품은 자식이니까요. 엄밀히 말하면 둘째 누님의 아들 딸이니까 제 외조카죠. 딸은 프랑스 요리를 전공했는데 현재는 미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레스토랑 일을 도우면서 후계자 길을 걷고 있고, 아들은 뉴욕에서 영상사진전공 아트스쿨을 다니고 있어요. 둘 다 아빠인 저를 닮아가는 것같아 뿌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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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고 헤어지는 건 보통사람과 똑같죠." 홍석천은 자신의 성 정체성(동성애)에 대해 "초등학교 3~4학년 때 다른 친구들과 뭔가 이상한 걸 느꼈다"고 털어놨다. /남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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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천은 요즘 연기자보다는 예능인으로 더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방송에 대한 욕심과 열정도 상상을 초월한다. '이웃집 찰스' '수요미식회' '밝히는 연예코치' '풍문쇼' 등 고정프로만 늘 4~5개를 유지하고, 파일럿 프로그램과 게스트까지 포함하면 일주일을 거의 풀로 방송 스케줄에 쫓길 만큼 빠듯하다.

가히 초인적 스케줄을 소화하는 셈이다. 홍석천과 과거 '풍문쇼'에 2년간 함께 출연한 필자는 틈만 나면 꾸벅꾸벅 졸면서도 무리없이 녹화를 마치는 그가 매번 신기하기까지 했다. 인터뷰 도중 "천부적인 체력"이라고 하니 그는 "그래도 직원들 월급 주고 운영해가기가 힘들다"고 엉뚱한 엄살을 떤다.

홍석천은 '따뜻하고 부드럽고 정 많은 남자'다. 필자가 4년 전 그와 인터뷰할 당시 그는 "생전의 앙드레 김 선생님처럼 평생 이웃과 더불어 살고 싶다"고 했다. 그러고보면 독신을 고수하는 것도, 입양해 아버지 역할을 하는 것도 비슷하다. 오랜만에 다시 마주 한 그는 여전히 '작은 천사'로 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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