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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육체노동 최대 나이 ‘60→65살’…‘정년 연장’에도 힘 실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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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일실수입 ‘30년만에 연장’

기대수명·경제규모 등 크게 늘고

국민연금 수령·노인 기준 등 반영

자동차 등 보험약관 영향 끼치고

법정 정년 ‘65살 상향’ 탄력받지만

일부에선 “기업 신규채용 줄 수도”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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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일반 육체노동자가 일할 수 있는 나이’(가동연한)의 기준을 만 65살로 판단했다. 1989년 만 55살에서 60살로 올린 지 30년 만이다. 그사이 평균수명이 10년 이상 늘고, 정년이 연장되는 등 사회경제적 변화를 반영해 판례를 변경한 것이다. 자동차 사고 등 사망·부상을 당했을 때 받는 보험금이 늘고, 법정 정년을 65살로 하자는 주장에 탄력이 붙는 등 여러 분야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김명수 대법원장, 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21일 인천 연수구의 한 수영장에서 숨진 박아무개군(2015년 당시 4살) 가족이 수영장 운영업체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판결 중 일실수입(사고 없이 일할 때 얻었을 장래 수입)에 대한 판단 부분을 파기하고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1·2심은 박군의 일실수입을 계산하며 가동연한 종료 시점을 ‘만 60살’까지로 산정했다.

대법원은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을 만 60살까지로 보았던 종전의 경험칙은 우리나라의 사회·경제적 구조 변화와 생활 여건의 급속한 향상·발전 등에 따라 더는 유지하기 어렵게 됐다.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만 65살까지도 가동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합당하다”고 파기환송 이유를 밝혔다.

기존 판례를 바꾼 대법원이 가장 중요하게 본 것은 ‘백세시대’라는 말처럼 평균수명의 증가와 이로 인한 고령층의 왕성한 경제활동이었다. 만 55살에서 60살로 가동연한을 올렸던 1989년 당시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남자 67살, 여자 75.3살이었다. 2017년 평균수명은 남자 79.7살, 여자 85.7살로 10살 이상 늘었다. 60~64살 고령층 중 경제활동을 하는 비율도 30년 전 52%에서 2017년 61.5%로 증가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한국인의 ‘실질 은퇴연령’(2011~16년)은 남자 72살, 여자 72.2살로 평균수명에 근접한 수준이다. “오이시디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치”라는 게 대법원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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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또 △법정 정년 연장(2017년 기준 60살) △고용보험 대상(65살 미만) △국민연금 지급 대상(2033년부터 65살) 등도 제시했다. 65살 전후의 고령층 상당수가 일을 하는 상황에서 일실수입 산정의 기초가 되는 ‘가동연한 60살’은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고 판단한 셈이다. 최근 하급심에서도 가동연한을 65살로 보는 판결이 잇따라 나온 이유이기도 하다.

일상에서 가동연한이 가장 많이 적용되는 분야는 손해배상 쪽이다. 현재 자동차보험 등 대부분의 보험 약관은 가동연한을 60살로 정해 놨다. 가동연한이 65살로 높아지면서 자동차 사고 등에 따른 사망·부상으로 보험사에서 받는 금액이 늘게 됐다. 특히 60살 이상 일용노동자가 작업 중 숨지거나 다치면 한푼도 보상받지 못했던 상황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보험개발원은 만 35살 일용노동자가 차에 치여 숨졌을 경우 현행 2억7700만원에서 3억200만원으로 보험금이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만 62살 일용노동자가 자동차 사고로 부상을 당했다면 기존 가동연한으로는 배상금이 0원이었지만, 앞으로는 만 65살까지 휴업 손해금으로 1450만원을 받게 될 전망이다.

가동연한 상향에 따라 법정 정년 나이를 60살에서 65살로 올리자는 주장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고령 취업자가 늘어나면서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안 할 것이란 우려 섞인 반응도 있다.

한편 이날 대법관 12명은 가동연한 상향에는 모두 동의하면서도 일부 별개 의견을 내기도 했다. 다수의견(9명)은 만 65살에 동의했지만, 조희대·이동원 대법관은 만 63살, 김재형 대법관은 “일률적으로 65세 등 특정 연령으로 단정하는 것은 적절치 않고 ‘60세 이상’으로 포괄적으로 선언하는 데 그쳐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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