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AI가 기술혁명 선도”
연구 건수는 이미 미국 제쳐
트럼프 “AI에 최우선 투자” 명령
격차 유지 위해 인재교육 등 강화
미·중 경제 패권 뜨거운 전장①
인공지능(AI) 분야에서 미국을 추격하는 중국의 기술 발전 속도가 무섭다. 사진은 정보기술(IT) 스타트업 와트릭스(Watrix)의 베이징 본사에서 출입 직원을 상대로 ‘보행 인식’ 시스템이 가동되는 모습.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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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탕은 구글 알파고보다 먼저 인간과의 대결에서 승리한 AI 기술을 보유한 업체다. 상탕의 모태가 된 홍콩중문대 멀티미디어랩은 2014년 딥러닝에 기반한 독자 개발 알고리즘을 공개했다. 이 알고리즘으로 안면인식을 실행한 결과 정확도 98.52%를 기록해 인간의 식별률 97.53%를 제쳤다. 중국 당국은 이를 범죄 수사에도 활용해 충칭(重慶)시 공안국은 40일 만에 69명의 범죄 혐의자를 찾아내고 14명을 체포했다.
미국과 중국의 경제·기술 패권 다툼이 거세다. 기술 패권의 핵심 분야가 AI 및 빅데이터다. 지난해 10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중앙정치국 집체학습에서 “AI는 신과학기술 혁명과 산업 변혁을 이끄는 전략 기술이자 전 분야를 끌어올리는 선도·분수 효과가 강력한 기술”이라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거대한 데이터와 시장 잠재력을 지렛대로 활용하겠다”며 세계 기술경쟁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야심을 명확히 했다. 앞서 중국 국무원이 2015년 발표한 ‘중국제조 2025(MIC2025)’에서도 AI를 도입해 제조업 질을 향상시키고 이를 정보통신기술(ICT)과 결합해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가 공개됐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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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데이터에서 문제가 되는 개인정보 보호에서도 중국은 서구보다 느슨한 편이다.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의 첸첸(陳晨) 박사는 “취지우민 용지우민(取之于民 用之于民), 즉 국민으로부터 얻은 것은 국민을 위해 사용한다는 실용주의가 중국 당국의 기본적 입장”이라며 “이 때문에 빅데이터를 활용한 정보 전달은 물론 생산성 향상을 가져올 신경제 육성에 적극적”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글로벌 ICT 기업인 구글·페이스북·아마존 등이 포진해 있고, AI 학습에 필요한 연산처리장치 제조 기업인 인텔·엔비디아·AMD 등이 관련 분야를 선도해 왔다. 하지만 중국이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양국의 격차는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 지난해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가 발표한 2017 ICT 기술 수준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미국과의 기술격차를 1.4년까지 따라잡았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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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중국의 도전을 중대한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첫해인 2017년 출간된 국가안보전략 보고서는 중국을 미국의 ‘전략적 경쟁자’이자 ‘현존 국제질서의 도전자’로 규정했다. 미국은 일차적으로 중국 통신장비 제조업체 화웨이에 대해 보안 위협 등을 제기하면서 유럽·호주 등 시장에서 중국 견제를 시작했다. 중국계 연구자들이 미국에서 유학 혹은 취업을 통해 AI 역량을 키우고 중국에 돌아가는 상황을 막기 위해 중국 유학생·기술자의 비자 허용도 축소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정부 차원의 AI 지원사격에 나섰다. 지난 1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정부 모든 기관이 AI 연구개발·투자에 우선순위를 두도록 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AI 이니셔티브’로 명명된 이 행정명령은 연방정부가 차세대 AI 기술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기술개발에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이를 위해 중장기 연구 지원, AI 연구 증진을 위한 연방정부 정보에 대한 접근권 확대, 과학·기술·공학·수학 분야 교육 강화 등을 명시했다. 사실상 중국식 AI 장려책을 베낀 것이다. 올 초 국정연설에서 AI 및 5G 통신 투자 확대를 공언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서명식에서 “AI 분야에서 지속적인 리더십은 미국 경제와 국가 안보 유지에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과 미국 정상이 잇따라 첨단기술 패권경쟁을 선언하면서 세계는 차세대 기술표준을 둘러싸고 ‘3차대전’에 돌입했다. 제조업과 ICT가 결합된 AI, 5G, 드론, 무인자동차 등에선 ICT 핵심 기술을 선점하면 그 자체가 제조 표준이 되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출신의 석학 유발 하라리(예루살렘 히브리대) 교수는 “미·중 간 무역전쟁보다 AI 기술개발 경쟁이 더 걱정된다. 두 나라는 인공지능 기술을 선점한 국가가 세계를 지배한다고 여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양갑용 성균중국연구소 연구실장은 “한국은 한·미 동맹과 한·중 협력 차원에서 이념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기술경쟁의 완충지대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공동기획: 여시재·성균중국연구소·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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