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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사설]미래를 얘기해도 시원찮을 판에 거꾸로 달리는 한국당 全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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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이 그제 대전 합동연설회에 이어 어제 황교안 오세훈 김진태 당 대표 후보들의 첫 TV토론회를 개최했다. 2·27 전당대회 레이스의 막이 올랐지만 당의 미래 비전을 내건 치열한 경쟁 대신 오직 표만 노린 실망스러운 장면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대전 합동연설회에서 당 대표 후보들은 무엇보다 친박, 탈박, 배박(背朴)에 대한 의견 정리에 급급했다. 황 후보는 배박 논란을 의식한 듯 박근혜 전 대통령을 아예 언급하지 않는 식으로 대응했고, 탈박을 외친 오 후보는 황, 김 후보를 싸잡아 ‘친박’으로 몰아붙였다. 김 후보는 친박의 적자임을 강조하면서 차별화를 시도했다. 해묵은 박근혜 프레임을 둘러싼 공방이 재연되면서 보수의 핵심가치에 대한 토론은 아예 뒷전으로 밀려버렸다.

5·18 민주화운동 모독 논란이 벌어진 행사의 주최자인 김 후보는 TV토론회에서 “직접적으로 해당 발언을 한 적이 없다”며 선을 그었지만 그렇게 피해나갈 사안은 아니다. 더구나 5·18 모독 발언 이후 연설회 현장에선 강경우파 성향 지지자들에게서 더 뜨거운 지지를 받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게다가 김 후보 등 3명에 대한 지도부의 어설픈 징계로 다시 한번 당의 쇄신 노력은 훼손됐고, 중도 성향 지지층은 등을 돌렸다.

이런 퇴행적 행태로 인해 한국당 지지율은 어제 갤럽조사에서 2주 전에 비해 2%포인트 떨어져 10%대로 무너졌다. 리얼미터 조사에선 3.2%포인트 하락하며 4주 연속 상승세가 꺾였다. 한국당은 보수에서 중도로 지지층 외연을 확장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인데도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다. 앞으로 남은 기간이 더 문제다. 전당대회를 안이하게 책임당원들끼리만의 행사로 여기는 듯 ‘우물 안 개구리’식으로 임한다면 지지율 하락은 막을 수 없을 것이다. 보수의 핵심가치를 놓고 쇄신과 혁신의 비전 경쟁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전당대회 효과’는커녕 한국당의 미래에 대한 실낱같은 기대마저 접는 국민만 늘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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