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형 감사원장(사진)이 최근 기획재정부가 23개 지역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에 대해 예비타당성 조사(예타) 면제를 발표한 것과 관련해 "(예타 면제 사업 중) 대규모 SOC 사업에 대해선 사후적으로 모니터링을 할 것"이라고 13일 밝혔다.
최 원장은 이날 서울 삼청동 감사원에서 신년기자회견을 열어 "예타 면제 사업이 진행되는 단계에선 사후적으로 원래 사업 목적에 따라 예산 배정과 집행이 되고 있는지, 사업 목적에 따른 성과를 내고 있는지는 접근이 가능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다만 최 원장은 예타 면제 사업은 사전 감사가 어려운 만큼 밀도 있는 감사를 펼치는 데 근본적인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예타가 면제되면 어떤 이유에서 면제했는지 판단할 자료 자체가 없다"며 "감사원이 (예타 면제) 기준을 설정해야 한다는 것은 감사 업무 본질을 넘어가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사전에 (감사를 하는 데) 내재적인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기재부가 예타 면제 사업 23개를 발표한 데 대해 감사원이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를 두고 내부적으로 고민을 많이 했다"면서 정부의 예타 면제 확산 기조에 대한 고민도 내비쳤다. 그러면서도 문재인 대통령이 앞장서서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예타 면제가 불가피하다는 뜻을 밝히고 있는 데 대해서는 의견 표명을 삼갔다. 최 원장은 "감사원이 국가 정책 방향 자체를 감사하라고 있는 게 아니다"며 "정책 설정 자체나 정당성 여부는 감사 사항에서 배제돼 있다"고 설명했다.
최 원장은 올해 감사 운영 방향에 대해선 "공직사회에 활력을 불어넣고, 경제활력 제고에 도움이 되고자 최선을 다하겠다"며 최근 청와대 기조에 부응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공직사회가 몸을 사리는 소극적인 행정을 펼쳐 신산업 육성과 규제 개혁에 탄력이 붙지 않고 있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감사원이 팔을 걷어붙이겠다는 얘기다. 다만 감사원 핵심 업무가 '재정 지출의 효율적 관리'에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재정건전성 강화라는 기조가 느슨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앞서 문 대통령도 12일 국무회의에서 "감사원이 기존 적극 행정 면책제도에서 한발 더 나아가 사전 컨설팅 제도를 도입한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며 적극 행정 면책을 독려했다.
[오수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